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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달팽이의 말씀

달팽이의 말씀
-김추인(1947~ )
그의 문체는 반짝인다

은빛이다

또 한 계절 생을 건너가며

발바닥으로 쓴

단 한 줄의 선연한 문장


‘나 여기 가고 있다’


달팽이는 온몸으로, 오체투지(五體投地)로 바닥을 긴다. 그의 길은 존재가 세상의 가장 낮은 곳과 만난 흔적이다. 달팽이는 이렇게 한 줄의 형이상학이 끼어들 틈도 없이, 허영의 부상(浮上)도 없이 바닥을 향해 있다. 온몸으로 바닥을 긁으며 더할 수 없이 낮아진 자의 “선연한” 계시를 보라. ‘나 여기 가고 있다’. 더디지만 반짝이며 그가 오고 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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