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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보험 사각지대’ 서문시장 상인들의 눈물

최우석 내셔널부 기자

최우석
내셔널부 기자

화마가 할퀴고 간 대구 서문시장. 피해 상인들은 잿더미로 변한 점포를 바라보며 가슴을 친다. 물에 젖은 시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이제 어찌 살아야 하노”라며 울부짖는다.

신무순(58)씨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는 불이 난 서문시장 4지구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상인 가운데 한 명이다. 예상 피해액이 40억원 수준이다. 그는 귀금속 도매점인 4지구 1층 715호 ‘리리쥬얼리’의 사장이다. 1993년부터 24년째 매장을 운영했다. 그에게 715호는 자식과도 같은 곳이다. 신씨는 “불탄 매장 안을 들여다봤는데 금·은 등 수십억원어치가 진열돼 있던 매대가 흔적도 없다. 외상으로 받아 온 귀금속 5000만원도 물어줘야 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십억 원의 귀금속을 매장에 보관하지만 신씨는 화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보험회사들이 가입을 거부해서다. “보험에 가입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며 받아주지 않았다”고 가슴을 쳤다.
서문시장 상인 이상섭(가운데)씨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울먹이며 하소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서문시장 상인 이상섭(가운데)씨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울먹이며 하소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권익환(53)씨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1992년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그는 서문시장 2지구에 ‘라인아트’라는 커튼 매장을 열었다. 13년이 흐른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대형 화재로 그의 매장은 사라졌다.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터라 변변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권씨는 4지구 2층 724호에 같은 상호의 매장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2016년 그의 매장은 또다시 화마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2005년과 마찬가지로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는 “상인 입장에서 보면 제출을 요구하는 서류가 너무 많고 화재보험 가입 절차가 복잡하다. 보상 금액도 얼마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수십억원을 잃어버린 상인, 두 번이나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 등 애타는 사연이 지금 서문시장에 넘친다.

정부는 서문시장 상인들의 눈물을 막을 수 있었다. 중소기업청은 2009년부터 정부가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 주는 정책성 화재보험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예산 배정이 안 돼 번번이 무산됐다. 기획재정부가 전통시장 외 영세상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을 잘 받아주지 않았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20%대에 불과하다. 화재가 일어날 경우 전국 대부분의 전통시장 상인들이 서문시장 상인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왔다 간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 우 석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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