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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권 연장 무산, 중국은 사드 보복…면세점 업계 겹시름

세계 1위인 한국 면세 사업이 위태롭다. 중국 정부가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류 제한령을 발동한 데 이어 정부가 약속한 특허 기간 연장마저 무산되면서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악재가 계속 겹치면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사업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걱정마저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소위에서 면세점 특허 기간 연장 내용을 삭제한 관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면세제도 개편안을 마련,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회는 “현 시점에서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이를 무산시켰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튀면서다. 올해 초 정부가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 출연을 대가로 롯데와 SK 등 기업 에 특혜를 주기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이런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기재부와 관세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정부가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을 추진한 것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여건을 조성을 통한 면세점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지난 2013년 국회가 원래 10년이던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줄이면서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던 롯데 면세점(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이 뚜렷한 이유없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했다.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었다.

특허기간 연장 무산 결정에 업계는 분통을 터뜨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 경쟁 국가에서는 정부가 앞다퉈 면세 사업을 키우기 위한 제도를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안 그래도 매출 걱정이 나오는 상황에서 특허기간 연장마저 무산되면 한국 면세 사업의 경쟁력은 더 뒤처지게 될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3년 특허기간을 줄일 때도 정치권 마음대로 더니, 또 정치권 마음대로 특허기간 연장을 무산시켰다”면서 “10년짜리 사업권에 뛰어드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인데, 매번 정치적으로 규정이 왔다갔다 하면 누가 면세 사업에 뛰어 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도 문제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인 롯데와 SK가 참여하는 사업자 선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심사에는 3개(중소기업 1개 별도)의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SK넥트웍스·HDC신라 등 5곳의 대기업이 달려 들었다.

관세청은 예정대로 이달 중순에 심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의 마음은 심란하다. 정부가 약속한 특허기간 연장을 믿고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와서 신청을 철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활을 걸자니 억울한 심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연속성을 위해서는 특허 기간이 최소 10년은 돼야 한다”면서 “정부의 약속을 믿었기에 사업에 뛰어든 것인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다음 임시국회에 관련 법 개정을 다시 상정한다는 게 관세청의 계획이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더 속이 탄다. 특허 기간 연장이 완전히 무산되면 내년 말로 특허 5년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당장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허권을 정부가 틀어쥐고, 기간을 연장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면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의혹과 특혜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면세 사업을 신고제나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해법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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