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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박도 돌려세운 촛불… 대통령에 다른 출구 없다

조기퇴진 방침을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도 소용없었다. 분노한 민심은 더욱 불타올랐다. 6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3일 23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정치적·도덕적으로 자격을 상실한 지 오래인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을 뒤덮었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다. 게다가 역사상 처음으로 시위행렬이 청와대 100m 앞까지 접근했다. 6주 전 청와대 1800m 앞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민심의 불꽃이 매주 수백m씩 청와대를 향해 북진하더니 급기야 법이 정한 최후의 성역까지 밀어닥친 것이다.

 청와대가 권력을 방패 삼아 지켜온 마지막 금기선마저 깨진 데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화’를 무기 삼아 민주주의 회복을 외친 국민들 앞에 법원도, 경찰도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런 민심의 함성은 새누리당 비박계마저 돌려세웠다. 비박계는 4일 “박 대통령의 퇴진일정 공표 여부와 상관없이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비박계는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의사만 밝히면 탄핵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촛불시위가 전국 각지의 새누리당사에 몰려들어 탄핵에 소극적인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자 위기감이 증폭된 비박계가 대통령을 상대로 초강수를 두기에 이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 본인 입으로 ‘4월 퇴진’ 입장을 밝혀도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나흘 뒤 탄핵을 당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박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 조기퇴진 의사를 비쳤을 뿐, 일정과 절차는 국회가 결정해달라고 미뤘다. 돌아보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거부하는 등 대통령의 말 뒤집기는 민심 악화와 불신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담화 며칠 뒤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동정심을 자아내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러니 비박계조차 “4월 퇴진을 담보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탄핵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돌아선 게 아닌가.

 박 대통령은 오늘 중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년 4월 퇴진과 즉각 2선 후퇴를 공개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박계가 야당을 설득해 탄핵열차를 멈출 실낱 같은 기회가 생긴다. 탄핵이 실현되면 박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에 엄청난 재앙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첫 대통령이 되는 것은 물론, 전직 국가원수 예우를 박탈당한 채 기소돼 법정에 서야 할 운명이다. 나라는 더 큰일이다. 박 대통령의 ‘아바타’ 소리를 들어온 황교안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게 돼 국정의 영(令)이 서지 않을 게 분명하고, 대선 시간표가 헝클어져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소지도 많다. 경제·안보 쌍끌이 위기도 심화될 게 뻔하다. 박 대통령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 퇴진 일정과 2선 후퇴 방침을 밝혀야 한다. 그럴 경우 비박계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야당과 협상해 ‘질서 있는 퇴진’을 끌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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