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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후소 … “통치행위라는 대통령의 논리 깰 것”

박영수 특검이 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에서 기자들에게 특검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날 윤석열 검사를 만나 정도(正道) 수사를 당부했다. 김경빈 기자

박영수 특검이 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에서 기자들에게 특검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날 윤석열 검사를 만나 정도(正道) 수사를 당부했다. 김경빈 기자

“회사후소(繪事後素)의 정신으로 원칙에 기반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 수퍼 특검 이끌 박영수 특별검사

1일 최순실(60·구속기소) 국정 농단 사건의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가 2009년 검찰을 떠나며 던진 고언이다. 회사후소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흰색 바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검찰에 대비하면 정의감·청렴성·도덕성·독립성 등을 먼저 갖춰야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의 선견지명이었던 것일까. 주요 사건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던 검찰은 올해 전·현직 검사들의 잇따른 비리로 위기를 맞았다. 최악은 현직 대통령이 포함된 국정 농단 사건과 마주친 것이다.

지난 9월 29일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국정 농단 수사는 한 달간 제자리걸음하다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씨 태블릿 PC 보도 이후 속도를 냈다. 한 달 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최씨와 ‘공범’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대통령 직접 조사에는 실패했다.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제 공은 박영수 특검팀에 넘어왔다.

“(수사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박 특검은 박 대통령 이름이 적힌 임명장을 받은 날 기자들과 만나 그의 고별사 ‘회사후소’ 같은 각오를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에 의존하지 않고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말이다. 그는 “이번 수사에 대해 박 대통령의 통치행위 논리를 깨는 데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업을 ‘문화 융성’이란 미명으로 합리화한 박 대통령의 잘못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뇌물’ 혐의에 대해 적극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774억원에 달하는 재단 출연금이 뇌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초 검찰은 “뇌물 혐의 적용을 위해 수수자(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의(犯意)’를 확인하지 못해 뇌물이나 제3자 뇌물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특검은 대기업 관련 부분을 더 정밀하게 볼 예정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를 보고 준 돈인지 파헤치겠다는 뜻이다.

박 특검은 검찰이 재단 기금을 모금한 과정을 직권남용과 강요로 기소한 것을 두고 “구멍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겠다”며 “탄탄한 논리 구성을 위해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투입된 검사도 최소한만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당연히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검사 시절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으로 모신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를 이번 특검의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5공 비리 수사 때 모셔봤다. 논리가 탄탄한 분”이라고 김 전 실장을 평가했다. ‘칼잡이’ 박영수 특검도 노회한 김 전 실장을 이번 수사의 최대 고비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박 특검은 국정 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1994년 사망)씨와 연결된 과거도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사이비 종교 사건과 유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친 부정축재와 그에 따른 재산 환수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최태민씨와 유사종교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됐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종교 사건 경험이 많은 특수부 검사도 수사팀에 합류토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1991년 32명이 변사체로 발견됐던 오대양 사건과 94년 종교연구가 탁명환씨 살해 사건 등을 맡아 수사한 경험이 있다.

박영수 특검은 83년 임관해 주로 강력·특수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김영삼 정부 때는 ‘21세기 검찰 개혁 연구기획단’에서 검찰의 미래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들어 더욱 화려한 경력을 더했다. 대검 공안기획관과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내고 정권 말엔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올랐다. 이때 SK 분식회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며 최태원 회장을 구속기소해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검사 생활의 하이라이트를 보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대검 중수부장으로 근무하며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그룹의 1000억원대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 굵직한 대형 사건을 이끌었다. 이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최재경 현 청와대 민정수석은 당시 중수1과장, 특검팀에 1호로 합류하게 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는 팀원이었다.

최재경 민정수석과의 인연이 특검 수사를 무디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세간의 의심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대통령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고 최 수석을 설득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직접 조사를 이끌어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이석·김선미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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