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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공지능, 내일은 없지만 모레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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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자본주의와 ‘디지로그’와 인공지능(AI)이 합쳐져야 인간과 공존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 수 있는데, 그걸 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이어령), “셀레브리티 아바타가 나만을 위한 정보를 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골라 들려주는 날이 곧 온다.”(이수만)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82·전 문화부 장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과 한류의 선봉에 서 있는 이수만(64)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한류의 미래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SM타운에서 중앙SUNDAY와 성공경제연구소(소장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 한국경영학회장)가 함께 기획한 제7회 성공경제포럼 ‘AI와 아시아의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 자리에서다.


이어령 이사장은 알파고 열풍으로 촉발된 AI와 관련한 저서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15일 SK C&C와 함께 AI ‘에이브릴(Aibril)’에 K팝 등 한류 콘텐트를 융합하는 생활밀착형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우리에겐 남을 배려하는 어질 인(仁), 이분법적 사고를 지닌 서양인은 생각하지 못하는 양수겸장이라는 아날로그 자산이 있다”며 “비록 지금 우리의 AI 기술은 뒤처져 있어 내일이 없지만 알파고와 이세돌의 접점만 알게 되면 모레는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앞으로 무한대로 만들어지는 인터넷 클립이 AI와 결합하면 1인용 맞춤형 방송 시대가 열린다”고 전망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셀레브리티와 그들을 키워낸 노하우라는 자산을 활용해 세계 최고의 스타를 발굴해낼 것”이라고 미래 전략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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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센서 붙여 와이파이 연결한 스마트 젓가락 만들자” 이수만 “나만을 위한 AI 방송채널 시대를 준비하라”

“로봇과 셀레브리티를 활용하는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말에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은 “로봇을 통해 새로운 한류를 보여준다면 한국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호성 객원기자


사회(이장우 교수)=최근 나라 걱정이 많지만 그럴수록 미래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정치가 경제와 문화의 발목을 잡고, 문화 융성이란 단어 자체가 오염된 어려운 형국에서 우리에게 빛을 던져주는, 통찰력 담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전 세계 산업과 경제, 삶의 구조를 바꾸는 변화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 된 것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다.


이어령=AI는 이미 60년 전 미국 다트머스대의 학술모임에서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만든 말이다. 암호 해독이나 탄도 계산을 위한 군사 목적으로 탄생한 계산기를 인간의 뇌처럼 ‘생각하는 기계’로 만들자는 것이 인공지능의 출발점이다. 인간의 몸을 닮은 자동 기계가 산업혁명을 불러왔다면 인간의 뇌를 닮은 컴퓨터는 어떤 혁명을 불러올까. 하지만 두 차례나 AI 붐이 버블로 끝나면서 잊혀져 오다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을 통해 2016년 서울에서 다시 그 봄을 맞게 된 것이다.


사회=AI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 바로 올해다.


이어령=2011년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이 화상인식의 새로운 기술인 딥 러닝(deep learning)을 개발하면서 막혀 있던 장벽이 뚫린다. 강화 학습을 통해 그 기술에 박차를 가한 것이 딥 마인드의 DQN이고 그 산물이 서울 광화문에 온 알파고다. AI의 봄을 확인시킨 것이 왜 바둑이고, 이세돌이고, 서울인가. 그것은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 문화의 특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AI 분야에서 우리는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는 형편이다. AI의 내일은 없다. 그런데도 모레와 글피는 있다.


사회=내일은 없어도 모레는 있어야 하는 이유와 전략에 대해 더 얘기 나누겠다. SM도 로보틱스와 셀레브리티를 중심으로 미래 전략을 짜왔다.


이수만=한류 덕분에 셀레브리티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나라가 한국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셀레브리티 세상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축은 로봇이다. SM은 셀레브리티, 로봇과 관련한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전략을 확실히 규정지었다. 그런데 『디지로그』라는 책을 봤더니, 이미 이어령 선생님이 10년 전에 다 말씀하신 거더라. 셀레브리티는 아날로그고 로봇은 디지털 아닌가. 라이프스타일에 필수적인 이 두 가지 축을 SM이 갖고 움직인다면, 싱귤래리티(Singularity·AI가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한다는 시점)라는 2045년 무렵에 우리는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이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사회=AI와 관련해 특정 기업이나 나라가 기술을 독점한다는 우려도 있는데, 그에 비해 사용상의 창의성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앞으로 사회적 확산과 문화적 효과 관점에서 AI의 전략적 활용을 논의해야 한다. ‘디지로그’적 관점에서 어떤 방안이 있을까.


이어령=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18세기 때 자크 드 보캉송이라는 사람이 플루트를 부는 완벽한 자동인형을 만들었지만 사람을 모독한 것이라고 해서 공방이 폐쇄된다. 그 후에는 사람이 아니라 소화하는 오리(Canard Digerateur)를 만들어 모이도 찍어 먹고, 날갯짓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오리는 모이를 소화해 배설까지 한다. 그런데 실은 생물처럼 소화하고 배설하는 것은 할 수 없어 몰래 뒤에서 사람이 조작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계란이 익으면 땡 하고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계 달린 냄비가 당시에 있었다. 자, 둘 중 어떤 게 로봇이고 어떤 게 AI인가. 바로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계 달린 냄비가 AI인 것이다.

1 일본에서 만든 대화형 로봇 에리카.


지금 일본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로봇 페퍼(Pepper)를 만들었다. 사람과 대화가 되는 에리카(Erica)도 있다. 에리카는 일본의 가장 예쁜 여자 얼굴 30개를 합성해서 만들었다. 그런데 부족한 게 있다. 정교하게 만든 인공 피부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적인 향수를 뿌리면 더 실패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살결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에 나오는 바로 그런 비누냄새 말이다. 가무악(歌舞樂)의 한류만이 아니라 소설과 같은 텍스트에서 AI와 결합될 수 있는 한국문화 특유의 감성 로봇공학을 만들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그것을 간세이 엔지니어링(Kansei Engineering·간세이는 感性의 일본어 발음)이라는 말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나는 가위바위보 로봇을 만들어 전시관 앞에 세우자고 했다. 아이들이 로봇과 시합을 해서 지면 표를 사서 들어가고 이기면 그냥 문을 통과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로봇과 놀 수가 있다. 그게 발전했으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한류 로봇이 나왔겠지. 그런데 서양은 꼭 사람을 이기려는 목적을 내세운다. 인간과 공존해야지 인간을 이기는 AI를 만들어야 뭐하겠나.


사회=지금 우리 AI 분야의 기술은 뒤떨어져 있어도 우리만의 아날로그 자산 감성을 활용하면 앞선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수만 회장은 홀로그램 같은 첨단 기술과 접목시켜 이를 실현하고 있지 않나.


이수만=기업비밀이다(웃음). 선생님의 말씀은 예전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는데 이제 겨우 이해가 되는 시대가 된 듯하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서울대에서는 농업 기계, 미국에서는 전자공학과 컴퓨터 엔지니어링 석사를 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가 감성이 뛰어나기에 음악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특히 미디어의 발전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결과를 주었나. 크게 세 가지다. 라디오와 TV가 나오면서 매스미디어 시대가 됐다. PR 하는 방법도, 사람과 관계 갖는 방법도 달라졌다. 다음에 인터넷이 나왔다. 서로 인터랙티브해졌다. 방송이란 관점에서는 1인이 대중에게 방송하는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의 ‘1대 다(多)’ 방식까지 발전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것인가. 간단하게 말해서 MCN에 AI가 결합된 AIMCN이 아닌가 싶다.


사회=조금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이수만=AI 덕분에 일대일로 방송하는, 개인 맞춤형 방송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콘텐트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클립이 완전 방송화되면서 무한대로 만들어진다. 지금도 스마트폰에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있지 않나. 이게 클라우드로 올라가면 내 비서가 음악을 틀어주게 된다. 그런데 그 비서는 내 옆의 챗봇일 수 있다. 음악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는 비서다. 지금은 목소리만 있지만 곧 얼굴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얼굴은 셀레브리티의 그것이 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누구나 자신의 아바타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아바타가 내 친구도, 비서도, 동반자도 돼주는 세상이다. 그런데 기왕이면 셀레브리티가 나를 위해 친근한 목소리로 방송하고, 정보를 주고, 이야기를 해준다면 훨씬 더 좋지 않겠는가. 이들에겐 언어 장벽도 없다. 그래서 셀레브리티가 AIMCN을 통해 동료가 되는 세상이라면, SM도 그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시아에 알려진 셀레브리티는 우리가 제일 많기 때문이다.


사회=그 개념을 강의실에 접목하면 수강생들이 각자의 교수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인가.


이수만=같은 시간에 다른 질문을 해도 다 대응할 수 있는 수십 명의 이장우 교수가 생긴다. 이게 3년 내 가능하다.


사회=이걸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얘기한다면, 우리는 동북아라는 기회 많은 지역에서 살고 있다. 전 세계 국가 GDP의 20%가 동북아에서 나온다. 요즘은 한·중·일 경쟁구도 속에 생존문제까지 생각해야 하는 중요 시기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발전전략은 어때야 하나.

2 지난해 미국 다르파 로봇 챌린지에서 우승한 KAIST의 휴보. [사진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 홈페이지, 중앙포토]


이어령=한국은 산업로봇에 있어 일본에 진다. 세계 공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로봇은 거의 모두가 화낙(Fanuc) 제품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에 사고가 나니 로봇 왕국이라고 한 일본이 정작 자신의 피해 복구는 미국 로봇의 도움을 받았다. 미국의 AI와 기술은 모두 군사기술에서 나왔다. 그런 군사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미 국방부 내 다르파(DARPA)다. 인터넷도 거기서 처음 나왔다. 이 다르파에서 매년 전 세계 로봇 챌린지를 한다. 그런데 지금껏 로봇 후진국으로 꼽히던 우리가 2015년 1등을 했다. KAIST 휴보(Hubo)다. 그런데 여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어떻게 1등을 했나. 로봇은 두 가지 방식으로 움직인다. 두 발로 걸어가거나(이족보행) 캐터필러라는 바퀴를 통해서다. 서양에서는 ‘이더 오어(either or)’, 즉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런데 우리는 뽕도 따고 임도 본다. ‘보스 앤드(both and)’다. 다리와 바퀴 시스템을 합쳤다. 평지에서는 굴러가고 계단이 나오면 두 발로 가면 되지 뭘 따지느냐다. 이런 발상이 대단히 중요하다.


사회=왜 중요한가.


이어령=예를 들어 ‘시원섭섭’이라는 말을 외국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시원하면 시원한 것이고 섭섭하면 섭섭한 것이다. 이항대립이다. 이런 시원섭섭한 걸 하기 위해 AI가 있다. 서양에서는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하는데, 미래의 모든 문화와 기술 자본은 인터페이스에서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일도 이거다. AI로 인터페이스 혁명을 가져오는 게 바로 구글이다. 자동차는 인간이 만든 기계 가운데 가장 인터페이스가 나쁜 기계다. 운전하려면 몇 달을 두고 배워야 하고 면허증을 따도 사고를 내 죽기도 한다. 자율 자동차는 자동차와 인간의 사이를 바꾸기 위해 AI 기술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자율주행 자동차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이어령=구글이 만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AI는 운전자를 돕는 수준이 아니다. 구글 자율자동차의 광고를 보라. 앞 못 보는 맹인이 지팡이를 내던지고 자동차 앞에 서 있다.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으로 명령만 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간다. 100% 아니면 자율주행의 의미가 없다는 거다. 산업주의를 상징하는 자동차의 개념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나이 들어 면허를 반납한 노인이 늘어나는 이런 시대에 필요한 자동차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회=AI가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어령=서양은 도구와 인간이 따로 논다. 침대에서 일어나 나가면 침대는 그대로 있다. 우리는 자고 일어나면 이불을 개킨다. 인터페이스라는 도구와 내가 하나로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3년 전부터 얘기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 젓가락이다. 우리는 밥 먹을 때마다 젓가락을 쓰니까 여기에 센서 붙이고 와이파이 연결해서 스마트폰 회사의 클라우드에 연결한다. 그러면 매일 젓가락질해서 먹는 음식의 염도나 유해·발암 물질 등 센서로 검출된 성분들이 빅데이터로 쌓인다. 개인의 건강과 예방은 물론이고 그 데이터를 사용하면 예방 의료와 의약품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 젓가락 문화권에는 바로 의식동원(醫食同源), 식약동원(食藥同源)의 문화를 동시에 갖고 있으니 포크·나이프를 사용하는 서양에서는 결코 이 같은 스마트 젓가락이 나올 수 없다. 의료보험의 비용 문제가 풀린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내도 받아줄 풍토가 아니라는 거다.


사회=우리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통 크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아닌 것 같다.


이어령=켄타우로스(절반은 사람, 절반은 말)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 로봇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들려면 국가 권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공공 기관에서 AI를 하게 되면 마치 맨해튼 계획처럼 인간에게 큰 재앙을 가져 온다. 알파고가 뜨니까 국가에서 몇 조 푼다지만 AI는 그러지 말자는 거다.


다르파에서는 지금 스토리텔링을 연구한다. 이슬람의 외로운 늑대들이 모이는 게 스토리텔링 때문이니 그걸 깨는 더 효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어렸을 때 별 재미도 없는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하는 이야기에 심취했던가. 거기엔 스토리텔링의 독특한 문화유전자 밈(Meme)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꼬부랑 이야기는 ‘랑’이라는 말이 되풀이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머루랑 다래랑 먹고의 ‘랑’의 밈이다. 아리랑에 끌리는 것도 바로 ‘아리랑 쓰리랑’의 아리고 쓰린 것을 ‘랑’으로 중화하고 변환하는 힘 때문이다. 아이들이 카톡 할 때 말끝에 이응자를 붙여 “했어용” “나둥”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밈의 하나다.


문화 밈은 정부의 관료시스템으로는 어렵다. 정부가 콩 놔라 팥 놔라 하면 안 된다. 멍석 펴면 안 하는 것이 한국인 아닌가.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도 두 명으로부터 시작했다. 구글도 대학원생 두 사람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해 AI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회=정리하자면 기술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살아내야 하는 문제다. 최근 10년간 일본과 중국을 넘나들며 한류를 만든 이수만 회장은 한류 3.0의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이수만=처음부터 한류 1.0으로 나간 건 아니다. 중국에서 H.O.T. 론칭하면서 한국인이 프로듀싱한 한류 수출이 1.0 이라면, 양국 간 합작이 2.0이겠다. 그리고 3.0은 같이 협력해서, 그쪽에 가서 만들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은 기술이전이다. 컬처 테크놀로지(Culture Technology)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회사에서는 퓨처 컬처 테크놀로지란 말을 처음부터 썼다. 일본에 도자기 기술이 넘어간 것도 성문화(成文化)됐다면 로열티 받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성문화하고 기술이전을 해야 한다. 가장 큰 시장에서 가장 큰 스타가 나온다.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한 이것은 변하지 않는다. 큰 마켓은 무시 못한다. 중국이란 큰 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


사회=컬처도 테크놀로지라는 점에서 이전한다는 것인가.


이수만=어떤 셀레브리티가 나오고 어떤 트렌드가 나오느냐가 이제 중요하다. 가장 큰 나라인 중국에서 할리우드 형태로 나와야 한다. 우리가 가진 프로듀싱 능력으로 아시아의 자원을 발굴해 세계 최고의 콘텐트를 만들어 아시아 대 미국·유럽의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 가장 뛰어난 글로벌 콘텐트를 아시아 나라들이 협력하고 교류해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인력 소스가 많은 곳에서 최고의 스타, 최고의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회사냐 중국 회사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셀레브리티를 만들어 영향을 미치는, 그런 미래가 중요하지 않나. 정치경제 대립을 넘어 경쟁하면서 협력할 수 있다면, 초(超)제국으로 불리는 ‘버추얼 제국’이 탄생할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SM타운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를 말한다’ 포럼에서 이장우 교수의 사회로 이어령 이사장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대담하고 있다.


사회=문화가 부를 창출하는 시대다.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를 말해 왔다.


이수만=보통 경제대국의 문화가 세계에 전파된다. 그런데 꼭 경제대국이 되어야 문화강국이 되는 건 아니다. 1997년 외국에 나가면서 문화를 먼저 알리면 자연스레 강대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화의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개별 방송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남미와 중동에까지 우리 셀레브리티와 음악이 알려지는 시대를 맞았다. 윈도 다음 단계로 스마트 기기의 앱이 나왔는데, 내가 힘들고 무섭게 생각하는 게 그 다음이 AI 디바이스라는 점이다. 비서나 친구가 되는 것은 B to C(기업에서 개인)였는데, SNS만 있으면 가능했는데, 기간 플랫폼 자체가 가장 큰 구조를 차지하는 새로운 버추얼 네이션으로 들어가면 거기에서는 B to B(기업에서 기업)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나를 힘들게 한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최근 음성 인식, 차량 오디오 등 소리 회사를 인수한 것에 대해 방향을 잘 잡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3년에서 5년 안에 더 큰 구조 속 콘텐트를 만들어 내야 경제대국으로 갈 수 있다.


사회=문화의 힘으로 어두운 내일을 극복하고 밝은 모레를 만들자는 얘기다.


이어령=마무리를 짓자. 예를 하나 들겠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자 AI 위협설이 나돌았다. 그때 나는 대학생 하나가 쓴 블로그 글을 읽었다. 자신은 바둑을 잘 두는데 동네 형에게 매번 졌다. 아무리 기를 써도 이길 수가 없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을 이긴 뒤부터 자신감을 되찾아 공부를 하게 되고 대학에 합격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매번 지고 자포자기한 후배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동네 형이 져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학생은 글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나는 알파고의 AI가 두렵지 않다. 아무리 AI가 인간보다 우세한 지능을 갖는다 해도 남에게 져줄 줄 아는 마음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질 줄 아는 로봇. 이런 AI를 만들 줄 아는 한국인에게는 내일은 없어도 모레는 있다. 글피 그 글피까지. 그리고 감성만이 아니라 AI의 부정적 측면을 인간과 상생할 수 있으려면 최치원이 한국 문화의 기반을 풍류로 본 ‘접화군생(接化群生)’을 실현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미래의 기술’이다.


 


 


정리=정형모 기자·유주현 객원기자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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