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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4년 동안 가꿨지요, 개구리랑 함께 노는 숲

한 해를 돌아보는 12월.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잠시 생각하게 되지요.

봉사하는 어린이 - 부산 강동초 5 ‘용감한 친구들’

사람뿐 아니라 숲 속의 생물도 겨울잠에 들거나 휴식을 취하며 왕성한 활동을 멈추고 돌아보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그들이 편히 쉴 자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죠. 그것이 안타까워 자연을 지켜주는 활동에 나선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개최하는 나눔 리더 선발대회 ‘키자니아 프라이즈’에서 올해 대상을 받은 ‘용감한 친구들’팀입니다.
 
습지 조성을 위해 부산 해운대 장산 숲을 찾은 ‘용감한 친구들’ 이성빈·김창모·김세준·황우진·이시우·정현동(왼쪽부터).

습지 조성을 위해 부산 해운대 장산 숲을 찾은 ‘용감한 친구들’ 이성빈·김창모·김세준·황우진·이시우·정현동(왼쪽부터).

부산 해운대에는 장산 숲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숲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을 올랐죠.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게 산 한쪽을 시멘트로 포장해 도로를 냈습니다. 산 중턱 습지를 메워 운동기구를 놓고 전망대도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숲이 점점 더 이용하기 좋아진다고 말했죠.

하지만 장산 숲의 개구리는 살 곳을 점점 잃어갔어요. 어릴 때부터 장산 숲을 놀이터 삼아 뛰어 놀던 소년들은 이를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갈대 무성한 숲에서 놀던 이들은 우연히 안쪽에 남아 있는 작은 습지를 발견했어요. 그곳엔 작은 웅덩이가 있었고 개구리 알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웅덩이가 너무 작아 늦게 알을 낳으러 온 개구리들에게는 빈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이들은 직접 습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시우(가운데)가 새에게 줄 먹이를 나무에 매달고 있다.

시우(가운데)가 새에게 줄 먹이를 나무에 매달고 있다.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을 떠올리며 의기투합한 이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작은 삽과 갈퀴를 마련했습니다. 대규모 공사로 습지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면 조금씩 땅을 파 넓히면 된다고 생각한 거죠. 이성빈·황우진·김세준·이시우·김창모·정현동(부산 강동초 5) 등 다섯 소년이 초등 1학년이던 4년 전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용감한 친구들’이란 팀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어요. 고사리손으로 땅을 파고 물길을 내 습지를 넓히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습지를 구성하는 웅덩이는 조금씩 커졌고, 계절이 바뀌며 갈대가 자라는 등 그럴듯하게 변해갔습니다. 그렇게 습지를 넓힌 지 4년, 매년 봄이면 ‘고마워’라고 화답하는 듯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장산 숲에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물길 내 습지 조성하고 숲 보호 활동

소중은 지난달 16일 장산 숲을 찾아가 ‘용감한 친구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기로 했어요. 부산 강동초 뒷산에 위치한 장산 숲 입구, 약속 장소에서 이들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죠. 모두 회색 조끼를 걸치고 고무 장화를 착용한 채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있었거든요.

“저희는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하게 지내는 동갑내기 5총사입니다. 시간이 되면 매주, 어려울 땐 한 달에 한 번 장산 숲을 찾아오죠.” 우진이가 씩씩한 표정으로 소개를 마친 후 주섬주섬 도구를 챙깁니다. 근처를 오가는 어른 등산객들과는 달리 5명의 소년들 손에는 쓰레기봉투가 하나씩 들려 있었어요. 숲 안쪽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오르막길이 계속되는 등산로는 경사가 생각보다 가팔라 오르기에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이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었죠. 숨이 가빠질 무렵 왼편으로 샛길이 보였습니다. 본격적인 장산 숲의 시작인 셈입니다. 흙길을 지나 냇물을 건너 5분 정도 더 들어가자 넓은 공터와 갈대밭이 펼쳐졌습니다.

“여기가 바로 저희가 만든 습지입니다. 4년 전부터 매달 지속적으로 습지 관찰, 양서류 보호, 겨울 동물 먹이주기 등의 활동을 해왔어요. 처음 장산 숲을 찾는 친구들에게 습지를 안내하고 습지 생태를 가꾸는 활동도 하죠.”
성빈(왼쪽)이와 우진이가 습지에서 자라난 갈대를 뒤로 하고 환하게 웃었다.

성빈(왼쪽)이와 우진이가 습지에서 자라난 갈대를 뒤로 하고 환하게 웃었다.

성빈이가 가리킨 곳에는 습지 생태계를 소개하는 팻말이 있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든 이 팻말에는 습지에서 살고 있는 새·개구리와 같은 생물의 종류가 자세히 적혀 있었어요. 구청에서 용감한 친구들의 활약상을 보고 이들의 경험을 기록해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개구리는 무슨 울음소리를 내는지 등을 표시한 것이죠. 처음에는 방치되다시피 한 작은 습지였지만 어린이들이 작은 손으로 일궈낸 습지에 어른들의 도움이 더해져 체계적인 형태를 갖추게 됐답니다.

용감한 친구들은 습지 한쪽에 마련된 쉼터에 짐과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모종삽과 갈퀴를 들고 향한 곳은 구석의 작은 웅덩이였습니다. 5명의 소년들은 웅덩이 주변에 넓게 퍼진 후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더니 능숙하게 땅을 파며 물길을 내기 시작했죠. 시우와 창모가 땅을 파며 말했습니다.

“조금만 땅을 파도 습지라는 특성상 금방 물이 고이고 식물이 자라요. 개구리·도롱뇽은 연못 가득 알을 낳는 버릇이 있는데 물이 부족하면 낳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많대요. 땅을 파 둔 덕에 많은 양서류가 알을 잘 낳을 수 있게 되죠. 습지의 흙은 물러서 저희 같은 어린이들도 충분히 삽으로 팔 수 있어요.”

땅을 파고, 돌로 물을 막고, 애매한 곳에 놓인 개구리 알이 있으면 조심조심 들어 물로 옮기는 것이 용감한 친구들의 주된 임무입니다. 가을·겨울에는 습지가 저절로 조성될 수 있도록 땅을 파주는 게 전부지만요. 이렇게 물이 고일 공간을 만들어 주면 다음은 자연의 몫입니다. 흩날려 퍼진 갈대 씨앗이 웅덩이를 찾아와 무성한 갈대밭으로 변하고, 여기에 습지 생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만들게 됩니다. 가끔 주변을 지나다니는 등산객 어른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거나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설명을 듣자 “힘내라”며 격려의 말을 던지고 갑니다. 처음 용감한 친구들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다고 해요. 자연을 훼손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매 활동마다 쓰레기를 줍고, 나름대로 정한 작은 범위 안에서 조금씩 터를 넓힌 후 습지의 조성은 자연에 맡기기 때문에 괜찮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습지를 찾는 동물들에게 줄 과일과 견과류를 예쁘게 담았다.

습지를 찾는 동물들에게 줄 과일과 견과류를 예쁘게 담았다.

나무 위에 자연스럽게 먹이를 배치하는 현동이.

나무 위에 자연스럽게 먹이를 배치하는 현동이.

1시간 가량 지났을까, 세준이가 삽을 내려놓고 외칩니다. “과일 놓으러 가자!” 그 한마디에 다른 친구들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숲 한쪽으로 우르르 향합니다. 뭘 하는 건가 궁금해서 따라가봤죠. 이들은 각자 배낭에 챙겨온 애기사과와 견과류를 꺼내더니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에 과일을 올려 놓고 섬세하게 묶었어요.

“습지를 찾아오는 새에게 줄 모이예요.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엔 먹을 것이 부족해 새가 살기 힘들거든요.” 현동이가 말한 대로 이들은 새들에게 줄 먹이를 최대한 자연스러운 형태로 습지 곳곳에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돌 위에 올려두거나, 나뭇잎에 말아낸 과일을 나무 위에 슬쩍 올려두는 식이었죠. 그냥 바닥에 뿌리면 누가 가져가거나 새들이 경계해 잘 먹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약 20분에 걸쳐 과일 배치까지 마친 소년들은 도구와 쓰레기봉투를 챙겨 산을 내려갈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어느새 해가 산 너머로 저물고 있었습니다.
 
세준(왼쪽)이와 창모가 바닥에 먹이를 두고 있다.

세준(왼쪽)이와 창모가 바닥에 먹이를 두고 있다.

이들은 장산 숲 돌봄 활동과 습지 넓히기 외에도 자연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용돈을 모아 현수막을 하나 만들기도 했습니다. ‘봄비가 내리면 알을 낳으러 나온 두꺼비와 산개구리가 당신 차에 로드킬 당합니다’라는 현수막입니다. 산 근처에서 운전할 때 조금씩만 조심해 달라는 작은 메시지에 불과하지만, 현수막을 내걸고 서 있는 소년들의 모습을 본 어른들에게는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효과도 있었습니다. 현수막을 내걸고 평소 하던 대로 습지 조성과 쓰레기 줍기 활동을 하자 로드킬 사례는 이전보다 상당히 줄었다고 합니다. 용감한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답니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어도 습지 보호는 계속할 생각이에요.”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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