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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폭로' '모르쇠'…의뢰인 따라 갈리는 최순실게이트 변호인 행보

유영하·김종민·이경재 변호사(왼쪽부터) [중앙포토]

유영하·김종민·이경재 변호사(왼쪽부터) [중앙포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돌입할 특검(박영수 특별검사)의 진용이 갖춰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의 변호인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의뢰인들이 내세우는 입장이나 처지에 따라 변호인들의 언론 대응 방식이나 변호 전략도 '선긋기''폭로전' 혹은 '모로쇠' 방식 등 다양하다. 의뢰인 따라 갈리는 변호인들의 행보를 짚어봤다.

◇‘선 긋기’ 부터 ‘버티기’까지…박근혜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
유 변호사는 줄곧 ‘선 긋기’ ‘버티기’ 전략으로 언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간 3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에서 “특정 개인의 위법행위” “선의의 뜻”을 강조하며 이번 사태가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유 변호사 역시 이에 발 맞춰 각종 의혹들과 박 대통령 사이에 연관성이 없음을 강조하는 데 열을 올렸다.

유 변호사는 지난 15일 변호인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그동안 개인적 부덕의 소치로 주변사람을 관리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과오를 ‘주변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한정지은 것이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 지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었고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았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에 대해선 일관되게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검찰이 16, 17일을 대면조사 기한으로 제시하자 유 변호사는 “법리 검토와 변론 준비에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한 연기를 요청했다.

검찰이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적시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유 변호사의 태도는 급변했다. 그는 같은 날 입장자료를 통해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상상과 추측으로 만든 환상의 집으로 특검과 법정에서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허물어질 것”이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이후 검찰이 지난달 29일을 대면조사 최종 기한으로 통보하자 “대면조사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께선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 방안 마련 및 특검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다 떠 안고 가라 했다” 폭로나선 차은택 측 김종민 변호사
‘문화계 황태자’서 한순간에 ‘국정농단 공범’으로 몰린 차은택(47)씨 측 김종민 변호사는 ‘폭로’ 전략을 들고 나왔다.

기점은 차씨가 구속기소된 지난 27일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작심한 듯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줄줄이 입을 열었다. 그는 “차씨가 2014년 6~7월 경 김기춘(77)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종(55)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당시 정성근(61)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만났다”며 “이 자리가 마련된 건 최순실(60)씨가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을 찾아가보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씨가 (최씨를) 잘 믿지 못하자 자기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차씨가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77)씨, 최씨와 골프모임을 가진 사실도 공개했다.

최씨 측이 차씨에게 “다 떠안고 가라”며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김성현(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중국에 있는 차씨에게 전화해 ‘회장(최순실)이 형이 다 안고 가야한대. 난 이번에 조금 가볍게 안고 갈 거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이처럼 적극적인 폭로전에 나선 덴 구속기소 이후 각종 의혹의 주범으로 몰린 차씨의 곤궁한 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 변호사는 책임을 최씨 측으로 돌리고 차씨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차씨는 배제되고 김성현씨가 최씨의 사실상 오른팔, 수하역할이 됐다. 재단 운영도 김씨와 최씨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최씨에 대해선 “(차씨는) 그냥 돈 많은 강남 아줌마, 재력 있는 아줌마 정도로 알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르쇠’ ‘법대로 하자’...최순실씨 측 이경재 변호사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최씨 측 이 변호사는 줄곧 ‘모르쇠’ ‘법 대로 하자’ 전략을 고수 중이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최씨에 얽힌 의혹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관되게 “말할 수 없다” “검찰에게 물어보라”고 입을 닫았다.

대신 그는 “감정을 빼고 법리대로 법정에서 가려야한다”며 최씨의 의혹과 혐의에 대해 감정적인 접근 대신 법리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씨의 구속기소를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검찰이) 의혹 말고 증거를 가져와서 기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이 공분하는 내용과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는 다르다”며 “최씨는 아는대로 진술하고 있는데 검찰과 국민은 모든 걸 최씨가 했다는 답을 듣기 전엔 진술을 안 믿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 접견권 등 최씨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20일 “최씨의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나를 대기하라고만 하고 제대로 입회하지 못하게 한다. 사람(최순실)을 구속 직후부터 계속 조사를 받게 해서 구치소 접견도 못하게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와 촛불 집회 등을 놓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4일 최씨의 구속 수감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촛불 집회에 대해 “집단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가 있다면 괜찮지만 파괴적인 시위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파문에 대해 “큰 환란도 우리나라 전체가 많은 경험과 교훈을 얻는 장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해 빈축을 샀다.

손국희ㆍ김나한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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