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학과 내비게이션] 산업과 기술 융합하는 ‘공학의 마에스트로’

산업공학과
청소년들이 관심있는 학과에 대해 소개합니다.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늘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여전히 대학의 명성이나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합니다. ‘열려라 공부’에서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관련 진로는 어떤 것들인지 알려드립니다. 15회는 산업공학과입니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이기천 교수(왼쪽)가 컴퓨터를 활용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함수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산업공학과는 통계학이나 선형대수 등 수학·공학적 원리로 산업 문제에 대한 최적화된 답을 찾아내는 법을 배운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이기천 교수(왼쪽)가 컴퓨터를 활용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함수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산업공학과는 통계학이나 선형대수 등 수학·공학적 원리로 산업 문제에 대한 최적화된 답을 찾아내는 법을 배운다.

산업공학과는 ‘기업 활동과 산업’ 전반에 대해 다룬다. 배우는 내용만 보면 경영학과와 겹친다. 그래서 ‘공대의 경영학과’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고성석 건국대 산업공학과장은 “경영학에서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전략적·이론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산업공학과는 공학·과학적 접근을 통해 좀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도출한다”고 설명했다. 산업공학과의 또 다른 별명은 ‘공학의 마에스트로’다. 공대의 여러 전문 기술이 산업에 어떻게 접목되는가를 연구하고 산업 안에서 기술의 연결과 융합을 도모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다. 산업공학과를 두고 “이공계에서 가장 사회과학 분야와 비슷한 학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실제 수업 모습은 어떤지, 졸업 후 진출하는 분야는 어떤 곳들인지 알아봤다.

물리학·미적분학·프로그래밍 수업 등
공대에서 다루는 여러 기술 아우르며
산업현장서 어떻게 구현·적용하는지 연구


기술과 산업의 융합·연결 가르쳐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로는 모든 악기를 훌륭하게 연주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대신 각 악기가 내는 소리를 이해하고 최상의 화음을 찾아냅니다. 산업공학과의 역할은 공내 내의 모든 전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전공에서 연마한 전문 기술이 산업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 지를 찾고 접목하는 겁니다.”
고성석 학과장은 산업공학과를 ‘공학의 마에스트로’라 표현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마에스트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산업공학의 내용도 숙지해야 하지만, 다른 공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역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기천 한양대 산업공학과장은 “산업공학과의 커리큘럼에 물리학이나 미적분학, 프로그래밍 등이 포함된 것도 기계공학이나 컴퓨터공학 등 다른 공학과에서 다루는 지식을 제대로 읽어내고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일례로 같은 프로그래밍 수업이라도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는 학습 목표가 다르다. 컴퓨터공학과의 경우 프로그래밍 기술을 능숙하게 익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즉 그 기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산업공학과는 프로그래밍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 방식을 터득한 뒤,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기능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프로그래밍의 전문가를 꿈꾸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밍 기술을 산업에 접목할 방법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최으뜸(건국대 산업공학과4)씨는 “전공 시간에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넓고 크게 보라’ ‘시스템적으로 보라’는 말이다. ‘내가 기업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기술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법에 대해 수학적으로 정확히 산출해내야한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산업공학과에서는 함수와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고 학과장은 “경영학에서 마케팅이나 전략 등을 근거로 의사결정하는 것에 비해, 산업공학에서 수학으로 결과를 도출해 좀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통계학이나 선형대수 등 수학적 역량은 필수다. 정병기(건국대 산업공학과4)씨는 “산업공학과가 공대의 타 학과에 비해 수학을 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미적분 등의 공업 수학은 덜 사용하는 게 맞지만, 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결과값을 도출하는 통계학 등은 수학 전공자만큼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고 얘기했다.

인간과 감성 고려해 최적화된 결과 찾아
산업공학과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최적화’다. 최적화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산업에서 찾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최적화’된 형태로 찾기 위해 주어진 조건을 공학적인 용어로 치환해 함수 문제로 만들어 답을 구하는 게 산업공학과의 주요 과제다.

고 학과장은 “최적화가 어려운 이유는 현실의 복합적인 문제를 정량적인 문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개인이 자산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할 때도, 투자자의 성향과 선호도, 투자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수치화하고 수익을 높이면서 위험은 낮추려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함수를 구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고 학과장은 “세계화로 인해 산업 환경이 다변화되고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업 경영을 위해 최적화를 찾는 작업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공학에서 최적화를 찾을 때 고려하는 주요 조건 중 하나로 인간의 감성을 꼽는다. 산업공학과에서 배우는 주요 과목 중 하나가 감성공학이기도 하다. 박동욱(한양대 산업공학과4)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좋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이유를 밝히고 이를 숫자로 정량화하는 게 감성공학”이라고 얘기했다. 특정 휴대폰에 대해 호감도가 높게 나타난다면, 호감을 느끼는 이유를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능은 물론 신제품 출고 시기와 경쟁 제품 등 환경적 요인까지 낱낱이 분석하고 계량화한다는 것이다. 이기천 학과장은 “이 과정에서 탁월한 수개념과 논리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감성공학과 비슷한 개념으로 인간공학이라는 과목도 있다. 인간공학은 사람의 심리와 행동 등을 고려해 제품을 설계하거나 기업 환경 조성 등에 활용된다. 박씨는 “인간공학 과목을 들으며 과제로 아이스크림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이 하루 종일 어떤 동작을 반복하는 지를 꼼꼼하게 관찰한 뒤, 반복적인 동작을 하나씩 쪼개 이를 분석해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행동을 데이터로 만들어 ‘동작관리’를 통해 판매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하는 것도 인간공학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최적화 값을 도출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짜고 실제 계산하는 과정은 컴퓨터를 통해 이뤄진다. 이 학과장은 “최적화 계산 시 고려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 컴퓨터로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산업공학과 학생들은 소프트웨어학과에서 배우는 수준의 프로그램은 다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산업공학과의 경우 C언어와 파이썬, 자바 등을 필수로 가르친다.

여러 분야 섭렵하고 전문성 갖춘 인재 육성
산업공학과를 졸업하면 개발자가 되기보다 기획과 관리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황원일 숭실대 학과장은 “산업공학과에서 경영과 공학의 지식을 두루 배우는만큼, 기업 전체의 상황을 관리하거나, 새로운 제품 등을 기획하는 업무를 주로 맡는다”고 말했다.

정병기씨는 “실제 수업에서도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을 키워주는 실습이 많다”고 얘기했다. 산업공학과의 실습은 팀플레이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기계공학과나 화학공학과처럼 기계를 다루거나 실험을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사회과학대학처럼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간공학에서는 인지과학이나 인체공학 등의 방법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한다.

팀플레이 과제로는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농기구 설계’나 ‘도심에 와이파이 기지국의 적절한 배치 간격’ 등이 주어진다. 고 학과장은 “산업공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사회 변화 속에서 찾는다. 학생들에게 사회 흐름을 읽고 예측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늘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공형준(한양대 산업공학과2)씨는 “수업 때마다 교수님들이 독서와 신문 읽기를 거듭 얘기한다. 사회 현상을 정확히 읽는 것도 산업공학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얘기했다.

고 학과장은 “산업공학과에서는 경영과 공학 전 분야를 두루 섭렵한 ‘T자형 인재’를 양성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학문에 대해 익히고 융합과 연계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학과다보니 언뜻 ‘넓고 얕게 배우는 학과’라 오해하기 쉽다. 박동욱씨는 “한양대는 물론, 많은 대학에서 ‘학부연구생’ 제도를 시행해 깊이있는 연구도 병행한다”고 말했다. 학부연구생은 학부 과정의 대학생이 지도교수의 연구실에서 실험과 연구를 돕고 논문도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교 수업을 들으며 깊게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결정되면, 지도교수를 찾아가 학부연구생을 신청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배워가는 것이다.

고 학과장은 “학교의 커리큘럼을 통해 ‘T자’의 가로획에 해당하는 다양성을, 학부연구생 제도로는 세로축에 해당하는 ‘깊이있는 학문’을 경험하게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 후 진로
팀쿡 애플 사장도 산업공학과 출신
금융·IT 등 여러 영역으로 진출 가능
산업공학과는 경영학과와 뿌리가 같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레데릭 테일러(1856~1910)는 산업공학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산업공학은 경영학에 비해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도출해내는 학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 신제품을 어느 정도의 기간을 간격으로 내놓아야 하는지, 아파트를 몇 층짜리로 건축해야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 등을 수치로 정확하게 산출해낸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식을 풀어내는 것이라 산업의 환경과 조건이 아무리 복잡해도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황원일 숭실대 산업공학과장은 “기업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 산업공학 전공자의 수요가 갈수록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산업공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공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전체 공과대학에서 3위에 해당한다. 황 학과장은 “취업의 질로 따지면 1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인사·전략·생산관리·품질관리·개발 등 핵심 부서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건국대 4학년 최으뜸씨는 “취업 준비를 하다보니, 산업공학과가 지원할 수 있는 업태와 업종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며 “금융·IT·제조업 등 거의 전 영역의 기업에 지원할 수 있고, 동료와 선배들의 실제 취업 사례를 봐도 다양한 분야에 합격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황 학과장은 산업공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을 6개 영역으로 나눠 설명했다. ▶시스템 분석 ▶생산물류경영 ▶품질데이터경영 ▶인간공학 ▶정보시스템 ▶경영공학이다. 기업 경영과 생산·품질 관리에 필요한 영역을 총망라해 가르친다고 볼 수 있다. 이기천 한양대 교수는 “단순히 제품의 생산과 품질 관리뿐 아니라, 인사관리와 인력개발 분야에도 산업공학과 출신이 다수 진출해 있다”며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산업공학과 졸업생이 환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산업공학과는 ‘멀티플레이어를 길러내는 학과’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고성석 건국대 교수는 “현대 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두 가지 능력이 공학기술과 경영학적 관점”이라며 “산업공학과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섭렵하고 문제해결능력까지 갖춘 인재”라고 강조했다. “최근 주요 대기업에서 잇따라 산업공학과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된 것도 산업공학과의 이런 특징을 산업 현장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LG전자는 4개 사업본부 중 2개 본부장이 산업공학과 출신이고, 삼성SDS 정유성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4학년 박동욱씨는 “애플의 사장 팀쿡 역시 산업공학과 출신”이라며 “산업의 변화 흐름이 빨라질수록 다양한 정보를 빨리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정확히 내릴 수 있는 산업공학과 출신이 우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것도 산업공학과의 매력 중 하나다. 박씨는 “감성공학이나 인간공학 등 산업공학의 주요 과목은 인간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현재 상황을 인간에게 적합하게 개선하는 과목”이라고 말했다. “목표가 인간의 편리함과 행복 추구에 있기 때문에 공부할수록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다보니 컨설턴트로 진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숭실대 4학년 김동환씨는 “나무보다 숲을 보는 능력, 시스템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 현실의 문제점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솔루션을 찾는다”며 “꽤 많은 선배들이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거나 금융감독원 등에 취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계속 새롭고 다양한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산업공학과 졸업생은 어느 분야에서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