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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무역분쟁 확산과 한국이 나아갈 길 전문가 진담|「한국적 산업구조」갖춰야 살아남는다

미국의 무역적자 누증에서 불붙은 무역마찰은 급기야 세계적 규모의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이건」행정부의 단호한 대일보복결정에 영국 등 유럽국가들도 가세하고 나옴으로써 이제 바야흐로 국가간의 무역분쟁은 지금까지의 국지전시대에서 전면전시대로 접어드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고 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속에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지를 박우희 서울대교수(경제학) , 박성용 금호그룹회장, 박운서 상공부통상진흥국장 등 세 전문가의 정담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박회장=우선 미일간의 반도체 분쟁에 대한 현상인식과 분쟁의 배경에서부터 이야기를 물어가도록 합시다. 그동안 직접 무역업을 해오면서 느낀 개인적인 감으로는 이번 반도체 분쟁에서 비롯된 무역마찰이 전에 없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규모의 무역전쟁으로까지는 진전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최근의 상황전개를 놓고 무역전쟁의 개전이니,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의 급전으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 패턴만 계속 답습하면 역풍맞아|전문분야 육성…시장 점진개방|덤핑·불공정행위 등 자제 해야|무역 전면전 가능성은 희박…미-일간 타협·분쟁 반복 예상|참석자 박우희씨<서울대교수·경제학> 박운저씨<상공부통상진흥국장> 박성용씨<금호그룹 회장>

결국 일본이 적당한 선에서 양보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결코 미국이나 유럽을 만족시킬 수준까지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간단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읍니다만….

▲박교수=반도체분쟁이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것은 미국입장에서 반도체만큼은 도저히 양보할수 없는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보는데 있다고 봅니다. 철강이나 자동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거지요. 그런만큼 미국으로서는 강경할 수밖에 없고 일본이 굴복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시간을 끌것으로 봅니다.

미, 반도체 양보못해

▲박국장=동감입니다. 첨단제품치고 반도체가 안들어가는 것이 없고, 특히 방위산업의 필수소재가 반도체 아닙니까. 따라서 반도체 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미국의 자존심이 대일보복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또 하원세입위가 32대2의 압도적 지지로 종합무역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레이건」행정부가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것도 한 이유라고 봅니다. 이밖에 통상법301조를 둘러싼 일본과의 담배협상이나 가죽협상에서 이미 보았듯이 미국이 강경하게 나올 경우 개별품목협상은 항상 미국측이 이긴다는 경험이 「나카소네」수상의 방미를 앞두고 반도체에도 적용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

▲박회장=무역마찰을 국가간의 대결로 볼때 피차의 무기가 무엇이냐는 점을 주목해 보면 앞으로의 전개방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무기없이 전쟁을 할 수 없듯 현재의 심각한무역마찰이 무역전쟁으로까지 확대되려면 당사국간에 서로 내세울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보기에 일본의 가장 큰무기는 막강한 자본력인 것 같습니다. 연간 6백억달러라는 막대한 돈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만일 어느날 갑자기 일본이 대미자금이동을 중단한다면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상당부분을 일본자금으로 충당해 왔던 미국으로서는 엄청난 충격이 아니겠습니까.

박교수=같은 생각입니다. 세계20대 은행 중 10여개가 일본은행입니다. 엔고가 시작된 이후 일본자본의 미국진출은 부쩍 늘어왔고 이제 일본이 본격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장악하는 단계가 시작된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은 이에 맞서 막강한 군사력을 내세울수도 있겠지만 만일 일본자본의 유입이 중단되면 군사력 자체를 지탱하기 어려운 경우도 장기적으로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박회장=군사력도 군사력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가장 큰 무기는 뭐니뭐니해도 미국이 세계최대의 시장이라는 점 아니겠습니까. 만일 미국이 일본에 대해 시장을 페쇄하고, 이에 맞서 일본이 미국으로 가는 돈줄을 끊는다면 그야말로 무역전쟁은 시작되겠지요.

▲박국장=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정치력과 어마어마한 시장이 미국의 강점이라는데 이론이 없습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부국이 개별적인 협상에서 항상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미국이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협상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볼때 반도체분쟁에서 시작된 미일간의 무역분쟁도 결국은 일본측의 양보로 결말이 날 것으로 봅니다. 일본으로서 군사·정치적으로 미국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있어야 계속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처지 아닙니까.

또 만일 일본이 끝까지 버텨 미국이 당초 계획대로 25개 대상품목에 1백%의 수입과징금을 부과한다면 일본으로서도 버티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도 말로만 하던 내수확대쪽으로 정책을 전환한다든가, 시장개방폭을 더욱 확대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박교수=그러나 문제는 그렇다고 무역불균형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는 없다는데 있습니다.

이런점에서 나는 미국과 일본의 문화나 행동양식에서의 근본적인 차이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매년 1천5백억달러씩 무역적자가 쌓이고,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전락했는데도 일반 미국국민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것 같다는게 미국에서 느낀 솔직한 감정입니다. 소비할거 다하고, 놀거 다놀면서 여전히 세계의 1등 국민임을 자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본은 달라요. 환율만 하더라도 일본국민은 「환율전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경험한 바 있는 60∼70대가 아직까지 실제적인 정책입안을 맡고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쇼비니즘적 성향을 고려할 때 적어도 전후세대가 정권을 담당하게 되기 전까지는 대외협상에서의 일본의 기본자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볼때 미일무역전쟁이 간단히 이본의 항복으로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고 타협과 분쟁의 반복으로 시간을 끌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자금-군사력 대결

일부 미국학자들은 세계경제가 중남미를 합한 미국권, 동남아를 거느리는 일본권, 아프리카를 거느리는 유럽권, 그리고 소련을 중심한 동구권으로 분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권에 넣더군요.

▲박회장=일본인들의 대외진출욕심은 대단합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도저히 외채를 갚을 능력이 없는 나라에 대해 홍콩이나 마카오 같은 조차지설정을 제안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까지 일본내에서 나돌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일부 골수 쇼비니스트의 경우겠지만….

▲박국장=결국 미국의 무역적자·재정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일본의 수출증심산업정책이 변하지 않고, EC의 만성적 실업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국가와 국가간 대립적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산업경잭력회복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광활한 시장, 막강한 농업생산력, 고도의 기술력 등을 가지고 있는만큼 지금이라도 마음먹고 손쓰기에 따라 회복될수도있다고 봐야겠지요. 이런 점에서 최근 미국내에 교육제도·노사문제·반트러스트 등 모든 분야에서의 자기반성노력이 일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박회장=문제는 국민들의 호응입니다. 아무리 고도의 첨단기술이 개발됐더라도 그것이 기업에서 활용되어 산업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근로자들의 의식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박교수=미국과 유럽의 대일연합전선 가능성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은데 내 생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공동의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지 않습니까. 박국장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EC 가세는 회의적

▲박국장=EC의 대일시각은 미국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전체수입의 15∼17%가 일제인데 반해 EC의 경우는 4∼5%밖에 안됩니다. EC의 연간교역규모 6천억달러 가운데 3천억달러가 역내교역이거든요. 또 12개 EC회원국이 미국처럼 단합된 힘을 보이기도 어렵지요. 따라서 이슈에 따라, 또 국익에 따라 이합집산이 지속될 뿐이지 연합전선의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결국 개별적인 통상문제로 분쟁과 조정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무역질서의 출현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과 같은 전국시대가 10년은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에게 미칠 악영향을 분석, 최소화하는 것이겠지요. 환율만 해도 그렇습니다. 엔화가치가 지금보다 20%만 더 절상되면 오는 91년에는 미국의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주장도 미국 일부에서 있지만 미국입장에서 갑작스레 그 정도의 경가절상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달러가치가 현재보다 더 떨어진다면 더 이상 외국자본의 대미유입은 기대할 수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이나 대만 등에 절상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한국이 15∼20%의 평가절상을 해도 견딜 능력이 있고, 흑자규모가 20억∼30억달러만 돼도 외채상환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요.

▲박회장=업계 최대의 관심사가 바로 환율입니다. 제 경우 금년 중 최소한 10%는 절상된다고보고 사업계획을 짜놓고 있습니다.

▲박교수=원화절상의 효과는 면밀히 종합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수입이나 금융측면에서는 오히러 유리한 점도 있거든요.

▲박국장=엔고에 따라 수출이 늘고,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한편 수입선다변화가 착실히 진행되는 등의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원화가 절상되면 이런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회장=원화절상이나 시장개방압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대응책에 관해 얘기해 봅시다.

제 생각으로는 정책상 꼭 필요한 것이 아닌 한 가급적 시강개방폭을 넓히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경제발전과 무역마찰해소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늘려 확대균형의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입니다. 또 지금까지 성역으로 여겨져온 농산물에 대해서도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개방을 신중히 생각해 볼 시점에 이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교수=문제는 산업구조조정에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본의 산업구조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일본이 부딪치는 역풍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연 장기적으로 어떤분야가 이익이 되겠는지를 곰곰 따져 적절한 자원배분을 함으로써 우리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산업구조 조정을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과의 마찰은 어떻게든 피하는 것이 좋은만큼 적절한 수입확보나 무리한 수출자제 등은 물론이고 현지합작투자나 점진적인 시장개방 등의 노력도 뒤따라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버틸만큼 버텨보는 것이 협상기술상 유리하다고 봅니다.

환율 10%절상 예상

▲박국장=미국의 요구가 합리적이든 아니든, 또 그 결과가 미국에 도움이 되든 안되든 결국 우리 입장에서 미국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통상법 301조를 통한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지요.

선거등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고려해 미국이 농산물에 대해서는 개방압력을 다소 유보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쇠고기에 관한 한 매우 강경한 입장입니다. 쇠고기시장개방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이처럼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상황이니 만큼 문제해결의 방법은 결국 산업정책에서 찾을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모든 품목의 모든 종류를 다 만들것이 아니라 전문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박교수=지금까지의 통상정책이나 대응방법상 시행착오는 없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고 끝을 맺도록 합시다. 우선 재계에 계신 박회장께서 하실 말씀이 좀 있으실 것 같은데….

▲박회장=대일적자에 좀 더 일찍 관심을 갖고 손을 썼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년 전부터라도 서서히 준비했다면 오늘같은 심각한 상태로까지는 빠져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박교수=학계에 통상전문가를 육성해오자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통상외교에 관해 학문적으로 뒷받침해 줄만한 사람이 없어요. 일본의 경우 개방에 논리적으로 반대하는 학자그룹이 형성되어 있어 이들의 존재자체가 대외통상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박국장=전문가가 절실한 것은 정부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정부의 생각과 업계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반도체 분쟁으로 일본업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해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한 몫 잡겠느냐」는 식으로 한국업체가 덤벼든다면 십중팔구는 일본처럼 얻어 맞을 것으로 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덤핑이나 상품위조 등 부공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업계에서 가질 때 라고 생각합니다. <기록=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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