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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하그라’ 피켓 들고 ‘그만두유’ 마시며 다같이 ‘하야송’

최순실 국정 농단 달라진 집회 문화
  

26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토요일마다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인원은 서울 333만 명, 지방 76만 명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추산한 수치다. 전국적으로 40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는 의미다. 집회의 양상은 새롭다.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거의 없고, 과격한 행동으로 연행되는 이도 드물다. 달라진 집회 문화를 여섯 가지 포인트로 살펴봤다.
 
①평화 게시판 된 경찰 차벽
광화문 집회 참가자가 경찰버스에 붙어 있는 박근혜 대통령 비판 스티커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는 모습. [로이터=뉴스1]

광화문 집회 참가자가 경찰버스에 붙어 있는 박근혜 대통령 비판 스티커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는 모습. [로이터=뉴스1]

과거 경찰 차벽은 불통, 차단의 상징이었다. 시위대는 으레 차벽을 부수고 밧줄로 끌어내리기 일쑤였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경찰버스는 53대가 파손됐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는 달랐다. 시위대는 경찰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였다. 유리창을 부수고 스프레이로 욕설을 쓰기보다 시민들의 바람을 적은 ‘긴급체포영장’ 같은 패러디물을 붙였다. 집회가 끝난 뒤 의경과 시민들이 스티커를 함께 떼는 장면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②정보기술(IT) 접목
26일 열린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등장한 촛불 모자. [AP=뉴시스]

26일 열린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등장한 촛불 모자. [AP=뉴시스]

26일 대구 집회에서 우비를 입고 ‘휴대전화 촛불’을 든 시민. [프리랜서 공정식]

26일 대구 집회에서 우비를 입고 ‘휴대전화 촛불’을 든 시민.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7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질 것”이라며 촛불 집회를 폄훼하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든 시민들이 급속히 늘었다. 휴대전화 화면에 촛불 모양을 띄워 주는 각종 촛불 애플리케이션(앱·사진)도 수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대열을 찾는 모바일 웹페이지 ‘∼대오 위치 보기’와 집회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을 정리해 보여주는 ‘집회시위 제대로’라는 앱 등도 등장했다. 집회 주최 측과 경찰 측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자 한 IT기업은 ‘캔들웨이브(Candle Wave)’라는 촛불집회 참가자 수 집계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시민들이 올리는 현장 사진 등을 분석해 참가자 수를 집계한다.
 
③각종 패러디 등장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두유를 나눠준 트럭에 붙은 풍자 포스터. [사진 전민규 기자]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두유를 나눠준 트럭에 붙은 풍자 포스터. [사진 전민규 기자]

과거 시위의 전유물이었던 죽창·머리띠·조끼 등도 사라졌다. 대신 최순실씨처럼 꾸미고 집회에 나오는 등 각종 풍자가 광장을 메웠다. 26일 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면을 쓴 채 포승줄로 손목을 묶고 철창 모양의 종이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 현장을 돌아다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광장에는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을 붙인 펀치 게임기도 등장했다. ‘하야하그라’ ‘박두각시 감옥 가자’ 같은 재기발랄한 손 피켓도 늘었다. ‘하야 DOG(핫도그)’ ‘하야빵’ ‘그만두유’ 등 현 정국을 패러디한 먹거리들도 등장했다.
 
④시민자유발언
대구시 중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실을 풍자한 문구를 적어 들고 나온 시민.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중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실을 풍자한 문구를 적어 들고 나온 시민. [프리랜서 공정식]

중고생·대학생·농민 등 다양한 계층이 집회에 참여하면서 시민 자유발언도 크게 늘었다. 집회마다 주최 측과 정의당 등 야당이 준비한 차량 위에서 자유발언을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의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광장 민주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
 
⑤대중가요 등장
투쟁 일변도였던 노동가요·민중가요 대신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하야송’, 캐럴 펠리스나비다(Feliz Navidad)를 개사한 ‘근혜는 아니다’ 등의 노래가 시위대의 흥을 돋웠다. ‘걱정 말아요 그대’(전인권), ‘덩크슛’(이승환), ‘촛불 하나’(god) 같은 대중가요도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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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유모차·‘혼참러’도 대거 등장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애완견. [로이터=뉴스1]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애완견. [로이터=뉴스1]

촛불집회가 축제의 성격을 띠면서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크게 늘었다. 부모들은 “살아 있는 사회·역사 교과서”라면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손을 광장으로 이끌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면서 홀로 시위장을 찾는 ‘혼참러(혼자 참여하는 사람)’도 많았다. 혼참러들은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집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참여를 독려했다.

글=채승기·정종훈·윤재영 기자 che@joongang.co.kr
영상 = 최재선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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