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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과 옛 소리의 사귐과 정분

저자: 손철주 출판사: 김영사 가격: 1만4800원



책에서 “뿌우, 빠아, 쁘으” 같은 소리가 들린다. 연잎 줄기로 내린 벽통주(碧筒酒)를 비롯해 술 냄새도 진동한다. 한시(漢詩)와 고서(古書)의 명문장이 줄을 서니 운치 난만이다. 우리 옛 그림과 음악을 한마음으로 꿰어 그 사귐과 정분을 읊는 멋에 ‘흥’이 돋는다. “통하면 어울리고, 어울리면 흥겹고, 흥겨우면 술술 풀린다”는 지은이 말이 노래처럼 구성지다. 무릎을 절로 치게 되는 한바탕 시청각 쇼가 책 속에서 벌어진다.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62)씨는 스스로 말하길 “우리 옛 그림을 소재로 글 쓰고 강의하는 사람”이다. 미술평론가이자 명강사로 다양한 마당을 펼치고 있는 그가 ‘화통 콘서트’ ‘풍속화 속 풍류음악’ ‘토요정담’ 등 지난 5년여 여러 모임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를 모아 ‘흥(興)’ 한마디로 엮었다. “옛 그림의 가만한 멋과 국악의 곰삭은 맛”을 멋지게 접붙인 그의 해박과 입담이 오달지다.



일관된 맥은 하나다. “음악은 ‘소리가 그리는 그림’이요, 그림은 ‘붓이 퉁기는 음악’”이라는 시각으로 우리 옛 그림을 뜯어본다. 손씨는 음악이 그림 속에 들어와 앉은 양식을 세 가지 소제목인 은일(隱逸), 아집(雅集), 풍류(風流)로 나눠 살폈다. 우리 선조의 매력적인 삶의 태도인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그림과 음악의 어우러짐 속으로 스며든다.



은일은 숨어사는 것을 말한다. 세상과 떨어져서 자신을 감추고 사는 삶 속에서도 세상과 접촉하는 것으로는 누릴 수 없는 열락을 찾아낸다. 이때 은일이 외롭지 않은 까닭을 지은이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 이후)의 ‘생황 부는 소년’은 생황 소리가 눈에 보이는 명작이다. 거문고와 대금 등 온갖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꾼이었던 단원의 천재적인 감각이 음악을 타고 흐른다. 홀로 즐기는 독락(獨樂)의 아름다움이 눈부시다.



아집은 ‘우아하다’ 할 때의 아(雅) 자에 ‘모인다’는 뜻의 집(集)자를 써서 ‘우아하게 모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우리 옛 그림에는 ‘아집도(雅集圖)’가 꽤 많은데 이런 격조 있는 모임에 음악이 큰 구실을 했다. 지음(知音)과 지기(知己)가 녹아든 사귐이 술과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



이인문(1745~1821)의 ‘설중방우(雪中訪友)’를 지은이는 소통의 관점에서 푼다. “요즘 참 많은 사람이 소통을 얘기하지만, 좀 갑갑합니다. 네가 나를 알게 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마음으로는 절대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게 소통이 아니라,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곧 소통입니다. 이 그림에서처럼 문을 활짝 열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고, 바깥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안으로 맞아들여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129쪽)



마지막은 풍류다. 멋스럽고 풍치 있게 노는 모습 속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혜원(蕙園) 신윤복(1758~미상)의 ‘상춘야흥(賞春野興)’은 양반들이 악공과 기녀들을 데리고 나와 봄꽃놀이 하는 자태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세련된 필치로 그려져 있다. 거문고·해금·대금을 연주하는 악사들의 자태에서 박자와 가락이 절로 흐른다. 풍속화의 대가인 혜원은 상황 연출력이 뛰어나 그림 보는 이를 화면 앞으로 잡아 당긴다. 봄날 들판에서 벌어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돈으로 못 사는 멋과 운치가 흘러넘친다. 혜원의 ‘주유청강(舟遊淸江)’에 각양각색 해설이 달린 것을 두고 지은이는 말한다. “아주 기이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신윤복 풍속화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손철주씨는 자문한다. “보통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이러잖아요? 그래서인지 누가 저한테 묻습니다. ‘우리 것이 왜 좋은데요?’(…) 왜 우리 소리가 좋고, 우리 그림이 좋고…왜 좋으냐.” 그는 답을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시 한 수로 갈음한다. “백 가지 꽃을 꺾어다 봤지만 / 우리집의 꽃보다 못하더라 / 꽃의 품종이 달라서가 아니라 / 우리집에 있는 꽃이라서 그렇다네.”



 



 



글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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