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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건'의 교훈…"디지털 시대에도 언론의 핵심은 신뢰와 콘텐트"

‘최순실 게이트’는 문화를 바꿔놨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시시각각 올라오는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를 찾아 읽는다. 탄핵 소식과 향국 정국에 대한 전망은 거의 모든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됐다.

그 바람에 미디어가 주목받았다. 9월초 3%대 초반이던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은 지난 21일 9.546%를 기록했다. 22일 방송된 tvN의 예능프로그램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한 가수 김희철 씨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다들 뉴스룸을 보지 않겠냐. 과연 시청자들이 뉴스룸을 볼지 ‘희철룸’을 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택시’는 뉴스룸과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경쟁 프로그램이다. 대중의 뉴스 소비가 급증했다는 점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각 신문사 홈페이지의 페이지뷰(PV)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9월에 비해 30~40% 이상 늘었다”는 한 일간지 편집국장의 인터뷰도 실렸다. 특히 최순실 사건을 집중보도한 언론사를 중심으로 신문 구독이 늘어났고 TV 시청률은 급등했다. 바로 콘텐트와 신뢰의 힘이다.
◇“콘텐트가 왕(King)”=지난 9~10일.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DMA) 2016’에서 강연한 토비아스 헤닝 ‘빌트(Bild)’ 유료화 총괄 책임자는 “콘텐트가 왕”이라며 “가장 정밀한 분석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콘텐트가 없으면 독자를 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대중지 빌트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다. 매일 250만부를 찍는다. 2013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성공 모델로도 꼽힌다. 헤닝은 “10년전 빌트는 여전히 인쇄 신문에서 90% 이상 수익을 냈지만 지금은 수익의 3분의 1 이상이 디지털에서 나온다”며 “처음엔 범죄나 선정적 기사, 연예 기사에 독자들이 돈을 쓸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중은 양질의 기사, 가치 있는 기사, 독점적 기사, 편집이 잘된 기사, 다른 곳에서 못 보는 기사라면 돈을 내고도 본다”고 강조했다.

빌트는 85%를 가판대에서 판매하던 신문이었다. 인쇄 매체가 몰락하면서 하루 판매가 400부에 그친 날도 있었다고 한다. 돌파구는 디지털과 유료화였다. 헤닝은 “디지털 유료화 체제로 전환한 뒤 독일에만 3800만명의 독자를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인구는 8000만명이다. 빌트의 대표적 유료 콘텐트 중 하나는 빌트가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의 하이라이트 동영상이다.

◇디지털일수록 신뢰가 중요=일찍부터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시작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지털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다. 구독료 수익의 절반은 이미 디지털에서 나온다. 특히 올해부터는 구독료와 광고 수익의 비율이 6대 4로 역전됐다.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WSJ의 국제 영업을 총괄하는 조너선 라이트는 “광고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비중은 우리의 포트폴리오에서 계속 작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주가 사라진 자리는 독자가 차지했다. 그는 “고객(customer)을 모든 것의 중심에 뒀다”며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뉴스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그래서 우리는 정직한 저널리즘을 지향해야 한다. WSJ이 오늘까지도 존속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신뢰할 스토리를 만들면 유료화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의 조언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소위 ‘낚시질’ 경쟁을 벌이는 한국의 디지털 뉴스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페이크(fakeㆍ가짜) 뉴스까지 범람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대선 기간 중 SNS에서 인기를 끈 페이크 뉴스 상위 20개에 ‘좋아요’ 등을 누른 인터랙션은 평균 870만건에 달했다. 반면 주요 19개 언론매체의 상위 20개 기사의 인터랙션은 736만건에 그쳤다.
마이클리
◇구글과 페이스북=문제는 뉴스가 유통되는 구조다. 신뢰도가 낮은 페이크 기사 등은 SNS를 통해 확산된다. 언론사와 무관한 채널이다. SNS를 비롯해 한국의 디지털 뉴스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포털 등의 뉴스 유통 채널은 콘텐트에 대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크리스 리 미국 '데저레트(Deseret) 미디어' CEO는 DMA 강연에서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디어 매출 1달러 중 85센트가 구글과 페이스북에 흘러들어간다”며 “또 WSJ에 따르면 현재 미디어 업계 수익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향후 3년간 전체 수익의 73%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저레트 그룹은 TV와 라디오, 종이 신문을 가진 미디어 그룹이다.

크리스 리는 “페이스북에 축구를 하는 가족 사진을 올리면 내 페이스북에는 곧장 축구 관련 광고가 따라붙는다”며 “페이스북과 구글은 전세계 모든 사람에 대한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실 언론사가 그들과 대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저레트는 지난 2010년 디지털 부문을 분리했다. 그리고 언론사가 가진 독자 정보를 활용해 거대 공룡이 된 SNS에 맞섰다. 그는 “디지털 뉴스팀을 분리하면서 80명을 해고했다”며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모바일 관련 수익이 30% 이상 급증해 직원이 20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이길 수 없다면 동지로=프랑스 ‘68혁명’의 선전·선동지로 장 폴 사르트르가 창간을 주도한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은 페이스북과 동지의 길을 걷는 방법을 택했다. 리베라시옹은 인터넷과 무가지에 밀려 파산 위기에 몰린 2012년에서야 디지털에 눈을 돌린 케이스다.

그자비에 그랑지에 리베라시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독자들을 분석한 결과 리베라시옹 모바일웹에서는 2분 23초 동안 콘텐트를 읽었지만, 페이스북에서는 4분 31초 동안 읽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의 참여와 수익이 올라가고 더 많은 독자에게 콘텐트가 도달했다”고 말했다. 리베라시옹은 이를 근거로 “모든 콘텐트를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을 적용한 이후 기사 공유가 늘고, 젊은층 독자가 확대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리베라시옹은 대량유통으로 상징되는 페이스북을 활용하면서도 소수 독자를 공략했다. 그랑지에는 “현재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1만명”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48시간 동안 구글로 지면 PDF를 제외한 기사를 제공했지만 트래픽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독자의 특성을 분석해 월 15유로 또는 9.9유로의 유료화를 통해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리베라시옹은 유료 독자들에게는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도 부여하고 있다.

◇인쇄 중단 결정=캐나다의 프랑스어 신문 ‘라프레스’는 10년 전 광고 수익의 63%가 감소하고 독자의 54%가 빠져나가자 4000만 달러를 투자해 태블릿 앱 ‘라 프레스 플러스’를 출시했다. 그리고 지난 1월부터 토요판을 제외한 평일 신문 인쇄를 중단했다.

라프레스 플러스의 디지털 사업을 담당하는 크리스 프리노스는 “태블릿을 통해 몰입도 높은 동영상 등의 콘텐트를 제공했다”며 “현재는 기존의 발행부수를 넘는 독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동영상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도 도입했다. 현재 라프레스 수익의 82%는 디지털 부문에서 나온다.

그러나 아직 미디어의 디지털화와 유료화에 대한 정답을 말하기는 이르다. 국내 언론사의 DMA 참가를 주관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오세욱 선임연구위원은 “스스로 성공 케이스라고 말하는 해외 언론사들의 장기적 수익 모델에 대해 현 시점에서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기는 이르다”며 “플랫폼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언론사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점은 결국 콘텐트의 신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 연구 조사에서도 차별화된 콘텐트에는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응답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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