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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옷이 친근하면 지루, 화려하면 무서워…패션은 균형이 생명

‘마이클 코어스’ 창립자 겸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
지난 12일 오픈한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즉석카메라(후지필름 인스탁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이클 코어스. [사진 마이클 코어스]

지난 12일 오픈한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즉석카메라(후지필름 인스탁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이클 코어스. [사진 마이클 코어스]

“옷이 친근하기만 하면 지루하고, 지나치게 화려하면 무서워요.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마다 이 둘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죠.”

럭셔리·실용성 겸비, 조화 강조
관행 깨고 패션쇼 후 바로 판매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미국의 패션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마이클 코어스(57)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이나 중요한 건 ‘균형’과 ‘조화’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디자인부터 마케팅 전략에 이르기까지 그의 브랜드 전반에서 극명히 드러나는 주요 콘셉트다.

1981년 뉴욕에서 론칭한 마이클 코어스는 유럽식 럭셔리와 미국식 실용성을 동시에 겸비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럭셔리 라인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이하 MMK)’를 동시에 선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다른 많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다며 값은 엇비슷하게 비싼 세컨드 라인을 내놓지만 마이클 코어스는 다르다.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가방이 300만원대라면, MMK 가방은 10분의 1 수준인 30만원대에 불과하다. ‘접근 가능한 럭셔리(affordable luxury)’의 대표 브랜드로 손꼽히는 이유다.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방한한 마이클 코어스를 만났다.
 
1960~7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라인의 2016 가을·겨울 룩. 반짝이 비즈, 다양한 꽃무늬, 깃털 장식 등을 이용해 ‘일상의 화려함’을 표현했다.

1960~7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라인의 2016 가을·겨울 룩. 반짝이 비즈, 다양한 꽃무늬, 깃털 장식 등을 이용해 ‘일상의 화려함’을 표현했다.

 
가격 차이가 큰 두 라인을 동시에 선보이는데, 소비자 층은 어떻게 구분하나.
“컬렉션 마니아가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방문하는 업타운 걸이라면, MMK 마니아는 서핑을 좋아하고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로드 트립을 즐기는 다운타운 걸이다. 내 일은 이들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을 준비하는 것이다.”
어포더블 럭셔리를 추구하는 이유는.
“1990년 저렴한 구두 라인의 ‘코어스 마이클 코어스’를 론칭한 후 2004년에 의상·가방 등 토털 라인으로 확장하면서 MMK로 이름을 바꿨다. 컬렉션과 MMK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균형을 잡아준다. 고가의 럭셔리 라인을 선호하는 사람도 주말용 혹은 휴가용 옷을 구입할 때는 합리적 가격의 MMK를 찾는다. 반대로 MMK 고객은 특별한 날에 들 핸드백이나 파티용 드레스, 겨울 코트를 장만할 때는 컬렉션 매장을 찾는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걸 잘 믹스매치해 개성을 효과적으로(경제적으로도) 표현한다.”
패션업계에서 ‘레디 투 웨어 레디 투 고(Ready to wear, Ready to go·컬렉션 무대에서 선보인 의상의 일부를 바로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과감하게 먼저 도입했다.
“패션업계는 관행적으로 계절을 6개월 앞당겨 쇼를 했다. 쇼를 보고 맘에 들더라도 소비자가 사려면 6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다. 왜 그래야 하나. SNS로 패션쇼를 실시간으로 본 후 바로 사고 싶어 하는 젊은 패셔니스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 초부터 의류·구두·핸드백 중 몇 개를 선별해 쇼와 동시에 바로 살 수 있게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지난 시즌 ‘Love’라는 글자가 새겨진 캐시미어 스웨터는 이틀 만에 완판됐다.”
패션업계 관행을 깨는 건 무모한 시도 아닌가.
“우리는 모든 게 너무 빠르다. 계절에 비해 너무 빨리 옷을 만든다. 6개월 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면서 7월에 이미 겨울옷을 선보인다. 그러니 세일즈도 무리하게 된다. 패션업계는 속도를 줄이고 환경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패브릭이나 가죽을 만들 때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 청바지 물을 뺄 때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 아이디어가 있나.
“기후에 따라 옷감의 온도가 바뀌는 패브릭을 만드는 걸 생각한 적이 있다. 한국의 여름은 무척 덥고, 겨울은 매우 춥다. 그때그때 패브릭이 알아서 체온을 조절한다면 하나의 옷으로 사계절을 보낼 수 있고, 그만큼 자원을 아껴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재봉틀과 실을 사용하지 않고 옷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문제다. 혹은 패브릭이 옷 입은 사람의 기분을 바꿔주면 어떨까. 가령 내가 입은 재킷에서 세로토닌(행복 호르몬)이 나온다면 얼마나 멋진가! 하하하.”
2003년 전문경영인을 따로 두긴 했지만 여전히 경영과 디자인 모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결이 뭔가.
“거리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내 성공의 법칙이다. 패션쇼에서 모델들에게 옷을 입히는 것도 흥분되고 신나지만 내가 진짜 일을 잘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길거리다. 서울에 오는 동안 비행기에서 마이클 코어스 핸드백을 든 여성을 세 명이나 만났다. 패션은 사람들이 입어야 비로소 생명력이 생긴다. 뉴욕 길거리에서 내 옷을 입을 사람들을 미리 봐두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어포더블 럭셔리’의 진가도 이때 발휘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에서 운영이 가능한 스마트 워치(왼쪽)는 다이얼의 컬러와 그림을 바꿀 수 있다. 한국판 에디션으로 디자인된 즉석카메라 전용 가방 .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에서 운영이 가능한 스마트 워치(왼쪽)는 다이얼의 컬러와 그림을 바꿀 수 있다. 한국판 에디션으로 디자인된 즉석카메라 전용 가방 .

패션 브랜드 최초로 스마트 워치를 선보였다. 패션과 디지털의 만남이 꼭 필요할까.
“나는 첨단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기술이 주는 혜택은 좋아한다. 삶이 단순하고 편리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패셔너블하고 화려한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웨어러블 기술’을 액세서리에 적용해봤다. 시계로 SNS·e메일 체크를 하는 동시에 입은 옷의 색이나 기분에 따라 다이얼 컬러와 화면을 바꿀 수 있다면 신나지 않을까.”
SNS도 열심히 하나.
“예전에는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트렁크 쇼(소규모 패션쇼)’뿐이었다. 그런데 세계가 점점 작아지면서 이제 트렁크 쇼 장소가 SNS가 됐다. 심지어 서울·텔아비브·런던·LA·시드니·모스크바 등 여러 도시에 사는 고객의 피드백을 동시에 체크할 수 있다.”
K패션의 글로벌 확산을 조언한다면.
“뉴욕의 마이클 코어스 본사에 재미동포 한인 디자이너가 매우 많다. 액세서리·남성복·여성복 전 부문에 포진해 있다. 그들을 보면 한국의 디자인 미학은 상당 부분 기후에서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코트·재킷 디자인에 너무 집착한다. 리우데자네이루·마이애미·싱가포르·시드니처럼 춥지 않은 곳에서는 절대 팔리지 않을 옷들이다.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라면 가능한 한 많이 여행하고 세상을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시아만 하더라도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고 기후도 다양하다. 미국이나 유럽만 글로벌 시장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꼭 직접 경험을 권하는 건 모순 아닌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호기심을 충족해 주는 최선의 방법은 역시나 직접 경험뿐이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하기 전 누군가 ‘중국 여성들은 피부색 때문에 노란색을 싫어해 노란색 옷은 입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웬걸. 베이징에서의 첫날 밤 저녁 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젊은 여성이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봤는데 정말 근사했다. 여행은 이렇게 검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직관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막 시작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분명 불리할 텐데.
“디자이너로 성공하려면 공감 능력을 키워 소비자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길거리로 나가야 한다. 어떤 디자이너는 소수의 패션 피플, 업계 사람만 만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진짜 소비자가 아니다. 길에 나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멋지게 보이길 원한다. 움츠러드는 우울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옷을 제안할지 생각해 보라. 답이 나올 것이다.”
 
한국판 에디션 스티커에 한류 스타·치맥문화 표현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에 마이클 코어스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는 한국판 에디션 제품으로 카메라 가방과 스티커까지 선보였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포토키나 2016 카메라 기자재 전시회에서 공개된 ‘인스탁스 미니 70 마이클 코어스 에디션 한정판’ 카메라를 위해 디자인된 가죽 가방이다. 이미 전 세계 마이클 코어스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한국판 에디션의 디자인은 좀 다르다. 어깨끈에 여러 개의 작은 별 모양이 앙증맞게 들어갔다. 전 세계로 확산된 ‘한류’와 그 중심에 선 ‘스타’를 표현한 것이다.

가죽 가방 겉에 붙일 수 있는 6개 스티커 장식의 그림 역시 다른 나라들과는 전혀 다르다. 디자인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말하면 ‘마이클 코어스가 이해한 한국 문화’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색 별 모양과 레드 카펫이 어우러진 리무진 그림은 역시나 한류 스타를 상징한다. 치킨 박스와 맥주 캔 모양은 두말 할 것 없이 ‘치맥’ 문화를 표현한 것. 즉석카메라에서 하트 사진이 빠져나오는 그림에는 아예 ‘김치라고 말해요(SAY KIMCHI)’라고 적혀 있다. 사진 찍을 때 미소 짓는 얼굴을 위해 우리가 “김치”를 발음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는 얘기다. 마이클 코어스는 하트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 선글라스까지 씌워 특유의 유머 감각까지 더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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