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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살벌하게 싸워도 돌아서면 그리운 오, 마이 브라더!

얼굴을 마주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기 바쁜 웬수지만, 밖에서는 가장 든든한 내 편. 이 세상 수많은 동생들에게 ‘형’이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영화 ‘형’(11월 24일 개봉, 권수경 감독)은 그 수많은 형제들이 공감할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촉망받는 국가대표 유도 선수 고두영(도경수)은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감옥살이하던 형 고두식(조정석)은 그 핑계를 대며 1년 일찍 가석방된다.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온 형제가 한집에서 화기애애하게 지낼 리 없다. 각자의 인생에서 사라져 달라고 아우성치기 바쁜 형제. 하지만 그런 소란도 잠시, 둘은 지난날의 상처를 보듬으며 점차 서로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간다. 두식은 두영에게 코치 수현(박신혜)에 버금가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 준다. magazine M 커버스토리 촬영 현장에서 만난 세 배우는, 뭘 해도 웃음이 터지는 사이좋은 삼남매 같았다. ‘셋이 남매로 나오는 영화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싱그럽고 훈훈한 웃음이 오갔던, 따뜻한 이들의 이야기를 여기 전한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사진 전소윤(STUDIO 706)]

조정석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 정혜진 헤어 이미영(엔끌로에) 메이크업 정화영(엔끌로에) 의상 협찬 쟈딕 앤 볼테르, 자라, 알렉산더 맥퀸, 타임 옴므, 느와르 라르메스, 시스템 옴므, 렉켄

스타일리스트 정혜진 헤어 이미영(엔끌로에) 메이크업 정화영(엔끌로에) 의상 협찬 쟈딕 앤 볼테르, 자라, 알렉산더 맥퀸, 타임 옴므, 느와르 라르메스, 시스템 옴므, 렉켄

마지막 회 시청률 11%(11월 10일 방영, 닐슨코리아 제공). 방영 초기에는 서숙향 작가와 배우 공효진의 재회로 주목받았던 TV 드라마 ‘질투의 화신’(SBS). 이 드라마에서 조정석(36)은 마초 기자 이화신 역을 맡아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떠났다. ‘유방암에 걸린 남자’라는 설정을 부담스러워하던 이들의 생각마저 뒤집은, 배우 조정석의 뚝심이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이화신으로 받은 사랑과 힘을 고스란히 안고, 그는 영화 ‘형’의 고두식이 되어 돌아왔다. 두식은 사기 전과 10범에 동생의 장애를 가석방 도구로 이용할 만큼 ‘쓰레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동생을 끔찍이 위하는 따뜻한 영혼을 가졌다.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데다, 코믹한 상황에도 웬만해선 웃지 않는 두식. 그는 조정석과 맞춤옷처럼 어울리는 캐릭터다. 기대와 달랐던 것은, 조정석이 웃음보다 눈물을 더 절절하게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만족한다. 시나리오 읽을 때 느꼈던 대중적 분위기가 완성된 영화에도 확실하게 드러나 있더라.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한국영화 스타일인데,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TV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 tvN) 촬영 당시 ‘형’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때도 그런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이라 생각했다.”

-‘형’은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 두식 역의 경우 조정석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이 역할을) 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안 오면 선택하지 않는다. 극 중 두식은 대중이 조정석에게 기대하는 면을 분명히 가졌다. 하지만 그 반대의 모습도 있다. 그는 사기 전과 10범인 데다 동생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연까지 지닌 인물이다. 배우로서 표현할 감정이 다양했고, 그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형제 관계, 시나리오에 담긴 보편적 이야기였다. ‘가족’이라는 소재를 대중적 시선과 보편적 감정선으로 바라본 점이 좋았다.”

-이 영화는 주인공 형제의 관계 변화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만큼 극 중 동생으로 등장하는 도경수와의 호흡이 중요했을 듯하다.
“(도)경수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1년 전 처음 만났을 때도 서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연기할 때 ‘숲’을 보는 사람이 있고, ‘나무’를 보는 사람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나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숲이 흔들릴 수도 있다. 경수는 나무를 보면서도 그런 실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기 호흡을 맞추기에 편했다. 최근 그가 출연한 웹 드라마 ‘긍정이 체질’(이병헌 감독, ‘네이버’ TV캐스트)을 챙겨 볼 만큼, ‘배우 도경수’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 줄지 궁금하다.”

조정석과 도경수. 극 중에서 두 배우의 호흡이 빛나는 부분은, 오히려 두 인물이 떨어져 있을 때다. 형의 곁을 떠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에서 열린 패럴림픽에 참가한 두영. 그는 유도 결승전을 앞두고 두식에게 전화를 건다. 마주한 배우와 합을 맞출 때, 자신만의 독특한 박자로 연기하는 조정석. 그에게 “상대역 없이 전화선 너머의 상황을 상상하는 연기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고개를 젓는다.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촬영이 진행된 편이라 문제는 없었다. 극 중 두식은 늘 두영을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내 머릿속에도 자연스럽게 (두영의 모습이) 떠오르더라. 그 장면을 볼 때 나도 슬펐다. 나도 경수도 잘하긴 잘했더라고(웃음).” 자연스러운 ‘셀프 칭찬’ 후 멋쩍은 웃음이 따라왔지만, 조정석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역력했다.

-배우 조정석이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 보자. 그동안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방향으로 작품을 선택해 온 느낌이다. ‘오 나의 귀신님’의 선우나 ‘질투의 화신’의 화신처럼 말이다. ‘형’의 두식도 그 연장선에 있는 캐릭터다.

“대중이 조정석이란 배우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를 일부러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연극의 3대 요소(희곡·배우·관객)에 관객이 포함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관객이 있어야만 배우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이번에는 반드시 이전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항상 ‘흥행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한다. 흥행 배우가 되는 것은 ‘내 연기로 대중과 교감한다’는 뜻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다.”

-2012년 이후 1년에 두세 작품씩 꾸준히 출연해 왔다.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은 이유는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인가.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지친 상태다. 주변에서 ‘쉬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니까. 특별한 계획은 없고, 그저 느긋하게 보낼 생각이다. 요즘 차기작에 대해 많이 묻는데, 여유롭게 시나리오 읽는 시간을 갖고 싶다. 쉬는 동안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먼저다. 확실히 쉬고 나서 천천히 가고 싶다.”

-딱 한 사람에게 ‘형’을 보여 준다면, 누구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누나와 형들이 있지만, 나와는 터울이 크다. 그래서인지 두식을 연기할 때는 나보다 세 살 어린 큰조카 생각이 났다. 호칭만 삼촌과 조카일 뿐 친형제처럼 지냈거든. 이 영화를 조카에게 보여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슬프다. 배우로 막 데뷔했을 때, 사고로 조카를 잃었기 때문이다. 하늘나라에 있는 조카가 ‘형’을 본다면 좋겠다. 그런데 이왕이면 해피 엔딩을 보여 주고 싶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도 어찌 보면 해피 엔딩 아닐까.”

이 영화의 끝에는 조정석과 도경수가 함께 부른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온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 “다가올 휴식이 좋은 쉼표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자, 조정석이 웃으며 답했다. “멋진 말이네요. 그럴게요.” 그가 원하는 만큼 편안하고 조용한 쉼표이기를.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눈앞이 캄캄해도 흔들림 없는 도경수의 눈빛
스타일리스트 김영미(인트렌드), 윤지영, 박세희 헤어 박내주 메이크업 현윤수 의상 협찬 앤더슨 벨, 비욘드 클로젯, 닥스, H&M, 지플리시, 206옴므 by 이영준, 바토즈, 펜필드, 반하트 디 알바자, 프레드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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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고두영은 시력을 잃고 좌절한 전직 국가대표 유도 선수다. 도경수(23)의 출연작을 통틀어 가장 도전적인 캐릭터라 할 만하다. 권수경 감독의 칭찬처럼 “배우로서 도경수의 강점은 깊은 눈빛”인데, 두영은 그토록 그렁그렁한 눈빛을 암전시켜야 하는 역할이니까. 반항적인 고등학생을 연기한 첫 영화 ‘카트’(2014, 부지영 감독) 이후,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디오와 배우 도경수 사이를 오간 지 어느덧 3년째. 전 세계 무대를 누비는 가수 활동과 영화 촬영·홍보를 병행하느라 바쁜 나날 속에서, 그는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페이스를 익히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촬영을 마치고 1년 만에 영화를 본 소감은.
“깜짝 놀랐다. ‘내가 저렇게 연기했었나? 지금이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 텐데…’ 하면서 혼자 움찔움찔했다. 목소리 크기나 대사 전달력에 있어서도 ‘어조에 좀 더 높낮이가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신과 함께’(2017년 개봉 예정, 김용화 감독)를 촬영 중이고, 얼마 전 웹 드라마 ‘긍정이 체질’도 재미있게 찍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지난 1년 사이 내가 그만큼 성장했구나’ 싶기도 하다.”

-두영이란 인물이 되기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다. 엑소 활동과 어떻게 병행했나. “(소속 연예인 관리에 엄격한) SM엔터테인먼트 이미지 때문인지 배우 활동과 관련해 오해하는 시선이 있더라. 작품 선택만큼은 회사에서도 내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 준다. 주로 남경수 본부장님과 의논하는 편이다. 이 영화를 통해 이전에 보여 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극 중 두영은 시력을 잃은 후 폐인이 됐다가, 희망을 가지면서 성격이 밝아지고, 또 다른 비극을 겪으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그런 감정 변화를 내 안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연기하고 싶었다.”

-‘국가대표 유도 선수’라는 설정이 부담스러웠겠다. 시각 장애 연기도 쉽지 않았을 테고.
“유도 자세는 어색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4개월 정도 틈날 때마다 열심히 훈련했다. 연습한 만큼은 (영화 속에) 나온 것 같지만, 진짜 운동선수처럼 몸집을 키웠다면 좋았겠지 싶다. 준비 시간이 촉박해 안타까웠다. 실명(失明)의 갑갑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어둠 속의 대화’라는 시각 장애 체험 전시에도 다녀왔다. 눈을 뜨고 연기하지만, 속으로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계속 주문을 외웠다. 상대 배우 눈을 보지 않고 감정 잡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시력뿐 아니라 표정·어조 등의 다른 감각까지 덩달아 절제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조)정석 형이 ‘스스로 공감한 캐릭터의 감정이 화면에서 잘 표현되지 않는 것 같다’고 조언해 줬다. 나도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정말 고마웠다.”

실제로 도경수에게는 세 살 터울의 형이 있다. 형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에 갔고, 그도 소속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줄곧 떨어져 살았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형이 하면 다 멋져 보여서, 온라인 게임 아이디까지 따라했다”고 말한다. 도경수는 “형은 몸집이 커서 형에게 물려받은 옷은 항상 소매가 길었는데, 그래도 좋았다”며 웃었다. “극 중 두식과 우리 형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래도 형제애는 똑같이 느껴졌다.” 도경수의 말이다.

-가장 몰입한 장면이라면.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한 두영은 시합을 앞두고 두식에게 전화를 건다. 그 순간이 감정 몰입의 최고치였다. 후반부 장면이지만 제작 여건상 크랭크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하게 됐다. 그럼에도 정석 형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컥하더라. 엔딩송 ‘걱정말아요 그대’도 진짜 두식과 두영의 마음으로 함께 녹음했다. 촬영할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부르다 보니, 가사가 대사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극 중 두영은 20대지만 워낙 순수한 캐릭터다. 그렇다 보니 설정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느껴지는 ‘소년 감성’의 대사들이 있더라.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고민됐을 것 같다.
“두영이 학교 운동장에서 형에게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형이 도와줄 거야? 괴롭히는 애들 있으면 혼내 줄 거야?’라고. 자칫하면 너무 어린아이처럼 보일 것 같아 신경 쓰였다. 하지만 두영은 정말 순수한 캐릭터 아닌가. 어느 정도 그런 점을 감안하면서 연기했다.”

-지난 10월 공개된 웹 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는 20대 영화과 학생 김환동 역을 맡아 또래답게 풋풋한 캠퍼스 라이프를 보여 줬다.
“6회 분량을 6일 만에 찍었는데, 진짜 신나게 촬영했다. ‘순정’(2월 24일 개봉, 이은희 감독)을 함께한 (이)다윗과 함께여서 더 재미있었다. MT·동아리·연애 같은 대학 생활의 추억을 쌓지 못해 아쉬웠는데, 웹 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한 셈이랄까.”

-‘N포 세대’의 고단함이 자연스레 녹아 있더라. 지금 20대의 현실이기도 한데, 공감할 수 있나.

“각자의 상황이 다를 뿐,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 나 역시 데뷔하기 전에는 평범한 고교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극 중에서 환동과 인국(이다윗)은 힘들게 아르바이트한다. 그 장면을 연기하며 고등학생 때 고깃집에서 ‘알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보고 싶어 시작했다가, 너무 힘들어 혼쭐났지만(웃음).”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신과 함께’에서는 군인 ‘원 일병’ 역을 맡았다고. 사후 지옥세계를 그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의 인기가 높은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신과 함께’ 1·2부 모두 등장하는데, 원작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다. 내 분량은 12월에 촬영이 끝난다.”

-연기에 엑소 활동까지 스케줄이 빡빡하다.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갈증은 없나.
“배역의 비중이 커질 때마다 그런 갈증도 커진다. 하지만 나에게 엑소는 너무 소중하다. 둘 다 잘하고 싶다. 처음에는 뒤죽박죽 바쁘기만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 바쁨이 몸에 익었다. 최근 ‘긍정이 체질’ ‘신과 함께’ 촬영, ‘형’ 홍보, 엑소 활동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스케줄이 착착 정리되더라.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어서 컨디션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잠도 챙겨 자고, 양쪽 분야를 오가며 항상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반듯한 마음가짐이 연기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 언젠가 연기를 통해 아주 흐트러지고 싶은 마음도 있을까.
“있다. 아주 처절한 누아르 장르를 경험해 보고 싶다. 하지만 배우로서 어떤 방향을 정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바뀔 테니까. 생긴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다친 마음 다독이는 박신혜의 선한 에너지
스타일리스트 차주연, 전새봄 헤어 차세인, 최종희(제니하우스 프리모점) 메이크업 이한나, 송진주(제니하우스 프리모점) 의상 협찬 산드로, 럭키 슈에뜨, 슈콤마 보니, 뚜아후아 by 쥼, 더 아이잗 컬렉션, 바네사 아떼, 비이커, 헬레나 앤 크리스티, 브릴리브, 이자벨 마랑, 레이첼 콕스, 엠쥬

스타일리스트 차주연, 전새봄 헤어 차세인, 최종희(제니하우스 프리모점) 메이크업 이한나, 송진주(제니하우스 프리모점) 의상 협찬 산드로, 럭키 슈에뜨, 슈콤마 보니, 뚜아후아 by 쥼, 더 아이잗 컬렉션, 바네사 아떼, 비이커, 헬레나 앤 크리스티, 브릴리브, 이자벨 마랑, 레이첼 콕스, 엠쥬

두영의 코치 수현은 ‘형’에서 조금 아리송한 캐릭터다. “(유도계의) 별이었지만, 뜨지도 못하고 져 버린” 두영을 안타까워하며 물심양면으로 돕는 것은 물론, 그를 위해 패럴림픽 코치팀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한다. “내가 쥔 것을 버려야, 내 손 비워야 두영이 손 잡아 줄 수 있다”는 순도 100%의 착한 말을 더욱 울컥하게 만든 건, 박신혜(26)의 힘이 컸다. 선하고 강한 신념을 품은 태도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박신혜의 트레이드마크. 돌이켜 보면 ‘7번방의 선물’(2013, 이환경 감독)의 변호사 예승, TV 드라마 ‘닥터스’(2016, SBS)의 의사 혜정 등을 통해 그러한 매력을 드러내 왔다. 박신혜는 “조력자인 수현을 연기하면서, 그동안 내게 큰 힘이 되어 준 주변 사람들을 생각했다”며 밝게 웃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수현보다 두영에게 더 감정 이입했다고.
“운동선수와 배우는 비슷한 점이 많다. 배우도 운동선수처럼 앞길이 캄캄하다고 생각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거든. 경기나 연기를 할 때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끝나면 불안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극 중 두영이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나도 크게 위안받았다. 그런 두영을 도와주는 수연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 평소 나도 주변에 호의를 베풀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길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지인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그런 모습도 이 영화에 담고 싶었다.”

-극 중에는 수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의 전사(前事)를 생각했을 것 같다. “정 많고 따뜻한 성품, 그 이상을 생각했다. 권수경 감독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수현이라는 인물의 배경에 대해 알게 됐다. 수현도 두영처럼 실패한 유망주였다는 것, 빨리 지도자로 전향해 젊은 나이에 국가대표 코치가 됐다는 것. 수현과 두영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래서 두영이 운동을 그만두지 않도록 다독이는 것이라 이해했다. 두영 때문에 경력을 포기하는 수현의 모습이 생뚱맞아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누군가를 위해서 중요한 것을 포기해 본 적 있나.
“딱 들어맞는 이야기는 아닌데,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 ‘배우 박신혜’의 삶과 ‘인간 박신혜’의 삶이 충돌하는 것.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 안재훈·한혜진 감독)에 목소리 출연한 것을 계기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야 했다. 그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발인을 보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배우로서의 삶이 좋지만, 그만큼 내 삶도 중요하지 않을까. 두 개의 삶을 조절하는 것이 늘 쉽지 않다.”

-도복이나 트레이닝복 입은 모습도 썩 잘 어울리더라.
“친구들 중에 운동선수가 많다. 태권도·탁구·골프 선수도 있다. 요즘 여자 선수들은 운동복을 아주 멋지고 스타일리시하게 입더라. 그런 면을 반영해 캐릭터에 현실감을 주고 싶었다. 말투도 털털하고 무뚝뚝하게 바꿨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감정이 북받치는 대목에서 목소리 톤이 높더라. 그게 좀 아쉽다.”

-두식과 말싸움하는 대목이 재미있었다. 박신혜가 코믹해 보인다는 것이 신선했다.
“‘수현은 혼자 정극 연기를 한다’는 권 감독님의 지침 아래 일부러 코믹하게 연기하진 않았다. (조)정석 오빠가 워낙 말을 맛있게 하시니, 얼떨결에 받아치다 그런 리듬이 나온 것 같다. 정석 오빠는 애드리브도 잘하신다. 촬영 도중 웃음이 터져서 연기하기 힘든 적도 있었다.”

박신혜의 필모그래피를 훑는 것은, 지난 10여 년의 인기 TV 드라마를 되새기는 일과 같다. 그는 열세 살 때 ‘천국의 계단’(2003~2004, SBS)의 ‘최지우 아역’으로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고, ‘미남이시네요’(2009, SBS) ‘상속자들’(2013, SBS) 등을 통해 흥행까지 거머쥔 주연 배우로 훌쩍 자랐다. 어리지만 당찬 소녀에서 속 깊고 강단 있는 숙녀로. 어느덧 박신혜의 이미지는 이렇게 바뀌었고, 작품을 거듭하며 그 이미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이는 열혈 사회부 기자로 출연한 ‘피노키오’(2014~2015, SBS)와 출중한 능력의 의사로 나왔던 ‘닥터스’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착하고 올바른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그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담스럽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마냥 착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나 역시 이유가 있어야 선의를 베푼다. 그런 이미지를 떨치려 애쓰기보다 좋은 일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활동하며 20대를 보냈다. 확장하고 싶은 연기 영역이 있나.
“휴머니즘과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26년’(2012, 조근현 감독) ‘변호인’(2013, 양우석 감독)처럼 우리가 되새겨야 할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 역사 이야기도 좋고, 정치 이야기도 좋다. 특히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뭉클하고 따뜻한 영화에 쉽게 끌린다.”

-평소에도 자주 영화를 보나.
“한동안 눈과 귀가 피로해 영화 보기를 쉰 적도 있지만, 컨디션이 괜찮다면 자주 보는 편이다. ‘카모메 식당’(2006,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잔잔하고 감동적인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박신혜는 일상생활의 모습도 건강할 것 같은데.
“아니다. 보험·적금 같은 은행 업무에도 서툴러 배워야 할 것이 많다(웃음). 어릴 때부터 배우로 일하느라 배우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채우고 싶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베이킹도 배우고 싶다.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에 사귄 친구들 힘이 크다. 연예인이라기보다 인간 박신혜로 대해 줘서 고맙고 소중하다. 가끔 기사를 보고 ‘박신혜 눈에 별이 박혀 있다는데 나한테도 보여 달라’며 장난치고(웃음).”

-13년 동안 배우 박신혜로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어릴 때는 부모님 형편이 여유롭지 않아 ‘배우로 일해서 도와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촬영 현장에 가는 것도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1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얼굴이 알려진 삶을 사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모님께 짐이 될까 투정도 부리지 못했다. 몇 년 전 뒤늦게 사춘기를 겪은 것 같다. 매사에 예민하게 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있더라. 그 시간을 겪으며, 나 스스로 ‘타인에게 늘 좋은 모습만 보여 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남보다 나를 더 아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래야 팬들과 대중에게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으니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도경수에게는 강함과 애잔함이 공존한다. 외모도 성격도 마찬가지다. ‘형’에서 두영은 강한 척하지만 약하고, 문득 애잔해 보이지 않나. ‘두영’이란 역할에 경수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는 찾지 못할 것이다.” 조정석
“조정석 형은 조금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 불편한 점이 없었다. 내가 촬영 현장의 막내였는데, 언제나 무조건 챙기고 배려해 줬다. 나도 정석 형을 진심으로 아꼈다. 어느 순간, 정석 형이 친형 같았다.” 도경수
“도경수는 차분하고 진중하다.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종종 생각지도 못한 재미난 말을 툭툭 던지곤 한다. 조정석 오빠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두 명의 ‘매력남’ 사이에서 아주 흐뭇하게 촬영했다.” 박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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