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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인에게 무력감 토로

최순실 국정 농단 법무장관·민정수석 사의
최재경 민정수석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최 민정수석은 임명 사흘 뒤인 21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함께 사직 의사를 밝혔다. [사진 김성룡 기자]

최재경 민정수석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최 민정수석은 임명 사흘 뒤인 21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함께 사직 의사를 밝혔다. [사진 김성룡 기자]

김현웅(57·사법연수원 16기)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54·17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1일 나란히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수석, 후배 법조인들과 식사 때
“뭐하러 청와대 들어갔나” 비판 들어
‘피의자 대통령’ 수사발표에 자괴감
김현웅 장관 “사직하는 게 도리”
수사보고 안한 김수남에게 서운함

둘 다 ‘공직자의 도리’를 사직 이유로 내세웠다. 23일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본 김 장관은 오후 6시50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짤막하게만 말하고 차에 올랐다. 21일은 김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특검법)에 서명하기 전날이다. 또 최순실(60)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을 밝힌 다음날이다. 특히 세 사람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된 사실도 공개됐다. 최 수석도 이날 지인에게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자로서 하루가 됐든 열흘이 됐든 보필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사의를 표하는 게 공직자로서의 도리”라고 말했다.

검찰 등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사의를 결심한 건 지난 20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내용 때문이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의 경우 임명권자가 범죄 피의자가 된 상황에서 자신이 계속 장관 자리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도 평소 과묵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최근에는 지인들에게 전화해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많이 구했다고 한다.
최 수석은 최근 후배 법조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뭐 하러 청와대에 들어갔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불타는 수레다. 빨리 나와야 산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런 이유로 사표를 쓰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의 지인은 “최 수석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왔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후배 검사들에게 신망 있는 최 수석이 박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통제하는 역할을 일부 기대하면서 ‘생각의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수석은 지인들에게 "박 대통령과 검찰이 정면 충돌하는 바람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고도 한다. 두 사람이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두고 자괴감과 회의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몰아치는 검찰의 수사 상황 역시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장은 “검찰이 예상외로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명백하게 밝히고 피의자로 입건하자 그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지기로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출근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출근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일반 형사사건 수사 상황은 대검을 통해 법무부에 보고되고, 다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달 27일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면서 검찰은 “수사의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사 상황이 법무부나 민정수석실에 전해질 루트가 원천 차단된 것이다. 최 수석은 중앙일보 기자에게 “원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할 생각이었으나 검찰이 최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고 공표까지 하니깐 검찰을 믿기 어려워 조사를 안 받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 장관이나 최 수석이 김수남(56·16기) 검찰총장에 대해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 수석의 경우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54) 변호사가 검찰에 대한 반박 자료를 작성하면서 민정수석실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적절한 처신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대면조사에 불응한 것은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검찰 조직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심각한 자기 부정”이라며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을 이에 대한 일종의 항의표시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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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갈등설 사실 아니다”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최 수석의 사의표명이 알려지자 청와대 참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최 수석과 박 대통령 간 갈등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최 수석 입장에선 검찰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로 박 대통령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되자 대통령을 모시는 위치에서 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이날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소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최 수석만 한 민정수석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글=문병주·윤호진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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