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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 디테일의 재발견] '비포' 시리즈의 시간

영화 `비포 미드나잇`

영화 `비포 미드나잇`

올해 재개봉되고 있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1995~2013)는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의 세월에 대한 기록이다. 1995년의 ‘비포 선라이즈’와 2004년의 ‘비포 선셋’ 그리고 2013년의 ‘비포 미드나잇’까지, 9년의 터울을 둔 세 영화는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텍스트들이다.

‘비포 미드나잇’으로 3부작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꺼내 보면 묘한 수미상관을 만난다. ‘비포 미드나잇’ 후반부에서 제시와 셀린느는 말다툼을 벌인다. ‘비포 선라이즈’의 첫 장면에서 셀린느는 언쟁을 벌이는 어느 중년 부부를 목격한다. 시끄러워 자리를 옮긴 셀린느는 건너편에 앉은 제시를 만난다. 두 사람은 시끄럽게 언쟁하는 어느 중년 부부를 꼴불견처럼 여기는데, 18년 후 셀린느와 제시는 바로 그 중년 부부의 모습이 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비포’ 시리즈에서 보여 주는 시간은 순환적이다. 그는 마치 2004년의 시점에서 3부작을 모두 만든 것처럼 반복적 상황을 만들어 내며, 인물들은 하나의 시간대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비포’ 시리즈에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비포 미드나잇’에서 제시는 화난 셀린느에게 다가가 능청스럽게 화해를 청하며 자신을 ‘시간 여행자’라 칭한다. “기차에서 만난 다정하고 로맨틱한 남자 있죠? 그게 나예요.” 셀린느가 답한다. “전혀 못 알아보겠네요. 완전히 삭았어요.” 제시가 말한다. “시공을 초월하자니 힘드네요.”

제시는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며 82세의 셀린느가 쓴 편지를 읽는다. “이 청년을 보내니 보디가드로 여겨 줘. 넌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어. 중년이란 열두 살 때보다 조금 더 어려울 뿐이야.” 한편 ‘비포 선라이즈’에서 제시는 셀린느에게 기차에서 내리자고 꾀면서 이렇게 말한다. “10년, 20년이 지났다고 치자. 넌 결혼했고. 그런데 결혼 생활이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은 거지. 그래서 남편을 탓하면서, 옛날에 만났던 남자들을 떠올리는 거야. (중략)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바로 나야.”

‘비포 선라이즈’엔 미래와 인생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점술가는 셀린느의 손금을 보며 앞날을 말해 주고, 거리의 시인은 “강물에 떠가는 나뭇가지처럼 / 흘러가다 / 현재에 걸린 우리 / 그대는 나를 / 난 그대를 이끄는 / 그것이 인생”이라 말한다. 제시는 기차를 타기 전에 셀린느에게 시를 읽어 준다. “시간이 그대를 속이지 못하게 하라 / 그대는 시간을 정복할 수 없으니” 이 구절들은 ‘비포 미드나잇’의 나탈리아(세니아 칼로예로풀로)의 말과 연결된다. “많은 게 참 한순간이죠.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예요.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거니까.” 이때 식탁엔 젊은 커플인 아킬레아스(이아니스 파파도풀로스)와 안나(아리안 라베드)가 있는데, 그들은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와 셀린느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셀린느와 제시에게 시간은 상대적이며, 과거-현재-미래는 뒤섞인다. ‘비포 선라이즈’의 묘지에서 셀린느는 13세 소녀의 무덤 앞에 선다. “10년이 지나서 난 23세가 되었는데, 이 소녀는 여전히 13세야.” ‘비포 선셋’에서 제시는 작가가 되었다. 소설 제목은 『디스 타임(This Time)』. 그는 다음 작품의 주인공으로 갑자기 16세가 되어 그 시절의 연인을 만나는 중년 남자에 대해 말하며, ‘비포 미드나잇’에선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다. 한편 ‘비포 선셋’의 마지막에선 셀린느가 니나 시몬의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이라는 노래에 맞춰 춤춘다.

혹시 우린 ‘비포 미드나잇’의 9년 후인 2022년에 또 한 편을 만날 수 있을까? 계속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비포 선라이즈’의 기차에 탔던 노부부처럼 제시와 셀린느가 늙어 가는 모습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글=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프리랜서 8년차. 매년 개봉하는 우디 앨런 영화가 유일한 인생의 낙.

*이 기사는 매거진M 180호(2016.09.09-2016.09.22)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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