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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여성대통령에게 결례라 생각, 세월호 7시간 못 물어”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싸인 전 대통령비서실장 인터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2일 통화에서 “최순실·최태민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김 전 실장. [뉴시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2일 통화에서 “최순실·최태민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김 전 실장. [뉴시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2013년 8월~2015년 2월)에게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언론 접촉을 꺼려왔던 김 전 실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거론된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세월호 7시간’ 논란에 대해선 “여성 대통령이라 (시술 여부 등은) 솔직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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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을 안 것은 언제부터인가.
“1974년 중앙정보부 5국장(대공수사국장) 재직 때 옆의 6국(국내보안국)에서 최태민 관련 비위를 조사했다. 박정희 대통령께 보고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때 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 내가 최태민과 접촉한 적은 없다. 내가 87년 육영재단 분규를 해결해주겠다며 재단의 최태민 측을 수차례 만났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87년 김 전 실장과 최순실의 관계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7년 내가 박근혜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 들어갔는데 그때도 존재를 몰랐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부터 최순실 얘기를 내게 한 적이 없다. 2006년 9월 박근혜 후보와 내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최순실이 동행했었다는데, 왔는지 몰랐다. 그때 최경환·이정현 의원, 기자 10여 명이 같이 갔지만 알지 못했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최순실, 정유라 등을 알게 됐을 뿐이다. 일절 최순실과 만나거나 전화한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 29~30일 최순실과 저도(猪島 ) 휴가를 다녀온 직후인 8월 6일 비서실장으로 임명받았다. 함께 갔다는 의혹도 나온다.
“내가 7월 16일 전립선비대증으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제거 수술을 받았다. 50일간 출혈이 있고 통증이 심해 집에서 요양을 했다. 오라고 했어도 가지 못할 상태였다. 허구다.”
미르·K스포츠 의혹의 중심 인물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2013년 취임 초 김 전 실장이 ‘만나보라’고 해서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최순실씨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있다.
“검찰에서 대면할 일이 있으면 따지겠다. 그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다. 내가 차관에게 어디로 가보라고 한 일이 없다.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더를 받았다면 몰라도.”
종로 부자였던 김 전 차관의 부친이 후원을 한 친분으로 김 전 실장이 그를 차관이 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혹시 해서 우리 아이들 시켜 김 전 차관 부친을 인터넷에서 검색시켰더니 이름도 안 나오더라. 김 전 차관이 나와 친한 듯이 얘기하고 다녔다는 건 알고 있다. 김 전 차관 인사는 인사권자(박 대통령)가 한 것이다. 나는 김 전 차관의 임명 뒤 그를 처음 봤다.”
최순실의 최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 추진단장은 송성각 전 콘텐트진흥원장 선임 때 김 전 실장에게 소개해 청와대에서 만나게 해줬다고 진술했다.
"그런 적이 없다. 청와대에서 내가 만났다면 출입기록이 다 남아 있을 것이다. 조사해보면 밝혀질 일이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항의 문자를 보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의 축소 은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박지원 의원 사법처리 압박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나온다.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영역별로 현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다. 그런 회의석상에서 민감한 사법 현안, 특정 정치인을 언급한 바가 없다. 작고한 김 전 수석이 그런 회의 내용에 관해 자기 생각을 정리해 놓았을 수는 있을 것이다. 민정수석실이야 사법 현안을 알고 있으니 거기서 알아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지시를 했어야 나의 행위이지 그건 나의 행위가 아니었다. 고인에게 뭐한 얘기이지만 김 전 수석은 사실 내 말도 잘 안 듣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과 교감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데, 그런 걸 만들어라 말라 한 적도 없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시술 의혹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 비서동, 관저, 영빈관에 산재해 있어 사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도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 부속실이나 알까. 내가 관저에 가도 대통령의 침실인 안방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이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난 대통령 말을 믿고 확신하고 있지만 사실 그걸 물어볼 수가 없었다. 여성 대통령이라. 그런 걸 묻는 건 결례라고 생각했다.”
김 전 실장도 최근 의혹에 휩싸인 차움의원의 일본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3년여 전 내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도 의식이 없다. 차움이 줄기세포 치료를 잘한다기에 집사람과 찾아갔었다.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 간 김에 집사람과 함께 혈액검사를 했더니 둘 다 면역 결핍이었다. 그래서 치료가 합법인 일본에 가서 난 두 차례, 내 처는 세 차례 시술을 받았다. 난 시술 뒤 알레르기가 심하게 생겨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기흥CC 회장과는 어떤 사이인가. 우 전 수석의 청와대 비서관 임명은 김 전 실장이 관여한 것인가.
“이상달은 모르는 사람이다. 난 낯을 많이 가리고 교제가 매우 좁은 편이다. 우병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 민정비서관으로 들어 온 것은 인사권자가 다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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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최순실 사태 이후 계속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자문에 응한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상임고문단 자격으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한마디 한 게 전부다. 안 믿겠지만 박 대통령이 연락이 없다.”
청와대의 실세 비서실장으로 이런 국난을 예방 못한 책임이 큰 것 아닌가.
“50여 년의 공직생활이 하루아침에 온갖 조롱의 대상이 되고, 거짓말쟁이가 돼서 정말 참담한 심경이다. 정말 국민에게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 검찰이든 국정조사든 나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부친을 모셨고, 따님도 사심 없이 잘 모시려 했었다. 모시던 분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어찌 그리 대통령이 과거의 인연을 강하게 단절하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하고 안타깝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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