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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 “두산팬 곰탱이” “LG팬 극성” 잠실의 두 웬수

지난해 두산과 LG의 맞대결이 벌어진 잠실구장. 두산의 1루 측 관중석과 LG의 3루 측 스탠드엔 야구팬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사진 두산·LG]

지난해 두산과 LG의 맞대결이 벌어진 잠실구장. 두산의 1루 측 관중석과 LG의 3루 측 스탠드엔 야구팬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사진 두산·LG]

2016년 프로야구는 뜨거웠다. 역대 최다인 833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도 각각 정규시즌 1위와 4위에 오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두산은 1982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LG는 시즌 초 9위까지 떨어졌다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한국 최고의 인기 구단인 두산과 LG가 2016년 흥행을 이끈 것이다.

프로야구 두산·LG 팬들의 대화
1년에 40번 이상 야구장 찾아
일상 즐거움 80%는 야구장서
시즌 끝나는 날이 가장 슬픈 날

두산과 LG 팬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숫자도 가장 많고, 응원도 가장 열성적이라는 두 팀의 팬들을 만나 왜 두산을 좋아하는지, 왜 LG를 응원하는지 물어봤다. 두산과 LG의 팬 3명씩 모두 6명의 야구 마니아가 한자리에 모였다.
성별과 나이는 각각 달랐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해마다 평균 40회 이상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직접 관전(직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팀 유니폼이나 응원도구 등을 구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직관 후 회식비로 한 시즌 최고 300만~400만원을 쓴 적이 있을 정도로 충성심이 높은 팬들이다.
지난해 두산과 LG의 맞대결이 벌어진 잠실구장. 두산의 1루 측 관중석과 LG의 3루 측 스탠드엔 야구팬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사진 두산·LG]

지난해 두산과 LG의 맞대결이 벌어진 잠실구장. 두산의 1루 측 관중석과 LG의 3루 측 스탠드엔 야구팬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사진 두산·LG]

LG는 MBC 청룡을 인수한 첫해인 90년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94년에도 챔피언에 올라 해태 타이거즈가 주도했던 프로야구 판도를 뒤흔들었다. 당시 젊은 선수들이 역동적으로 뛰는 모습은 ‘신바람 야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때 생긴 팬들이 지금까지도 변치 않는 LG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임경선(36·여)씨가 야구에 빠진 것도 90년대였다. 임씨는 “어느 날 잠실에서 LG가 삼성을 극적으로 이기는 걸 봤다. 김재현 선수가 입단한 뒤에는 LG를 더 열심히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양동규(36)씨는 “87년 아버지와 해태-MBC전을 보러 갔다. 그날 MBC가 무참히 깨졌다”며 “어린 마음에 약팀을 응원했는데 LG 트윈스로 팀 이름이 바뀐 뒤 두 번이나 우승했다. 그때만 해도 LG의 전성기가 오래갈 줄 알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두산 팬들은 크게 두 계층으로 나뉜다. OB 시절부터 응원한 올드 팬,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생겨난 여성 및 청소년 팬들이다.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도 두산의 열성 팬이다. 회사원 고주경(41)씨는 “82년 OB의 어린이 회원이었다. 당시 OB 점퍼와 연필은 또래 어린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며 “직장인이 된 뒤 두산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일상에서 얻는 즐거움의 70~80%는 두산 베어스에서 나온다”고 했다. 보험설계사인 김혜진(28·여)씨는 “할머니와 아버지가 두산 팬이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야구장에 열심히 다닌 건 3년 정도 됐다”며 “오재원 선수는 한마디로 섹시하다”고 말했다.
두산 팬 고주경·이정석·김혜진씨와 LG 팬 박장민·임경선·양동규씨(왼쪽부터). [사진 신인섭 기자]

두산 팬 고주경·이정석·김혜진씨와 LG 팬 박장민·임경선·양동규씨(왼쪽부터). [사진 신인섭 기자]

두산과 LG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라이벌 의식도 대단하다. 말이 좋아 ‘한 지붕 두 가족’이지 실제로는 앙숙이나 다름없다. 소모임 ‘위아트윈스’ 회장을 맡고 있는 회사원 박장민(37)씨는 “진짜 서울 팀은 LG라고 생각한다. 두산은 대전에서 3년(82~84년) 있다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느냐. 당분간 같은 구장을 쓴다더니 아예 눌러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회사 홍보팀에서 일하는 ‘최강베어스’ 팬클럽장 이정석(35)씨는 “중학생 때 내가 정말 싫어하는 친구가 LG 팬이었다. 그래서 난 OB 팬이 됐다”고 고백했다. 두산 팬들이 “LG에는 극성 팬들이 너무 많다”고 하자 LG 팬들은 “두산 ‘곰탱이(곰을 낮춰 부르는 말)’도 만만치 않다”고 반격했다.

야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두산 팬 고주경씨는 “LG를 응원하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는데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두산-LG전이 열리면 공평하게 중앙석에서 경기를 봤다. 어느 날 1점당 1만원 내기를 했는데 두산이 완봉승을 거뒀고, 결국 그녀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LG 팬 양동규씨는 아예 여자친구를 LG 팬으로 만들어 버린 경우다. 아내 김이진씨는 “야구를 잘 몰랐는데 남편 때문에 LG 팬이 됐다”며 웃었다.
LG와 두산이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에는 불문율이 있다. 경기에서 진 팀 선수들은 경기장 내부 복도를 통해 이동하고, 이긴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것이다. 경기 후 상대 선수와 마주치는 걸 막기 위한 방편이다. 양 구단 선수들 사이에 라이벌 의식이 대단하기 때문에 경기 직후에는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도 비슷한 불문율이 있다. 응원하는 팀이 진 날 해당 구단 팬들은 잠실구장 앞 지하철 2호선 신천역 부근을 피해 뒤풀이 장소를 정한다. 이긴 팀 팬들과 마주쳐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관행이 생겼다. 두산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당일 2만여 명의 팬은 잠실구장과 신천역 일대에서 밤새도록 두산 응원가를 불렀다. 김혜진씨는 “올해는 두산이 줄곧 선두를 달려서인지 우승의 감동이 지난해만큼 크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LG 팬들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올 가을 LG가 치른 10번의 포스트시즌 경기 중 8번을 ‘직관’했다는 임경선씨는 “입장권 구매에 50만원 이상을 썼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장민씨는 “내심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길 바랐지만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을 쌓은 것만 해도 기쁘다. LG가 우승이라는 목표에 다가갈 기반을 만든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두 팀은 오랜 라이벌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네 차례 맞대결을 펼쳐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LG가 플레이오프에서 NC에 패하면서 다섯 번째 맞대결이 무산됐다. 이정석씨는 “솔직히 두산 팬 입장에선 LG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걸 피하고 싶었다. 두산이 물론 훨씬 강하지만 라이벌전은 전력 이외의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LG 팬 박장민씨도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더라도 우승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LG가 갔다면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양 팀 팬들은 2017년 시즌을 벌써 기대하고 있다. 김혜진씨는 “당연히 내년 1위도 두산이다. 내년엔 두산과 LG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면 행복하고, 져도 내일을 기약하는 게 야구 팬들의 일상이다.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전 감독의 말처럼 야구 팬들에겐 1년 중 가장 슬픈 날이 야구가 끝나는 날이다. 고주경씨는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웃었다. 임경선씨는 “종종 이민을 가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 LG 트윈스를 떠날 자신이 없다. 따뜻한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효경·박소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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