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찬조 경제’의 가장 큰 폐해

최지영 산업부 부데스크

최지영
산업부 부데스크

아마 직접 화면을 봤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뒤 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 오너들 자신도 놀랐을 거다. 새마음봉사단 총재이던 박근혜 영애가 운영위원으로 위촉된 기업인들에게 위촉장을 주는 1978년의 영상 말이다. 약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창조경제’가 아닌 ‘찬조(贊助)경제’의 주역이 됐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을 거다.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지난 20일 밤 보도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를 이어 등장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현대그룹의 새마음봉사단 후원대회 화면에 나타났다. 한국 사회는 4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찬조’는 취지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내는 돈이니 ‘찬조경제’란 말도 100% 맞지는 않겠다. 주요 경제·산업 정책 결정에 관한 신뢰가 산산이 박살 났다는 사실이 가장 아프다. 찬조를 하면 봐주거나 최소한 불이익은 받지 않았다. 편법과 ‘빽’이 실력을 이겼다. 누구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턱도 없는 업체들이 특혜를 누렸다. 태생적으로 정권의 입김에 취약한 기업엔 직접 사람까지 찍어 전무, 상무를 심었다.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규제의 대못을 뽑자’고 강조했다. 그 부분엔 공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중 하나는 줄기세포 규제였다. 그런데 그 행보가 공짜로 시술받은 줄기세포 업체를 봐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업체가 고가의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힘깨나 쓰는 이들에게 숱하게 공짜로 해 줬다는 내부 고발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그간 조금이라도 이상했거나 의아스러웠던 박근혜 정부 정책이나 결정엔 비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판이다. 상대적으로 현대상선보다 튼실했던 한진해운의 급작스러운 퇴출, 선정 자체가 특권일 수밖에 없었던 면세점 선정, 될 듯하다가 갑자기 무산된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합병 등에 누가 누가 관여했다는 수많은 설이 그럴듯하게 퍼진다. 모두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총체적 신뢰 실종이다.

기업 임원들 사이에도 ‘저이는 비선 실세와 친함’ ‘이이는 OOO가 꽂음’ 같은 루머 또는 고발이 만연한다. 이런 걸 막자고 ‘김영란법’을 했는데, 정작 가장 높은 곳이 예외지대였다.

‘찬조경제’가 불러온 경제·산업 현장의 모든 의혹도 뿌리까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실력도 없으면서 ‘빽’의 덕을 본 기업인들이 누군지, 누가 로비나 친소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다음 순서는 기업 스스로가, 그리고 주주와 임직원들이 감시의 눈길을 더 날카롭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제부터 찾아야 한다. 40년 전 구태가 재연됐다고 한탄만 하는 걸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최 지 영
산업부 부데스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