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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다시 ‘오버’하라…XS 스키니 강박을 벗다

| 달라진 오버사이즈 트렌드 읽기
 
길에서 포착한 오버사이즈 트렌드. 스키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젠 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진 소매와 상체를 완전히 덮는 넉넉한 실루엣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길에서 포착한 오버사이즈 트렌드. 스키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젠 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진 소매와 상체를 완전히 덮는 넉넉한 실루엣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패션세계에서 흔하디 흔한 용어 중 하나가 바로 잇(it)이다. 지금 가장 사랑받는 유행 상품을 ‘바로 그것(it)’이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 겨울 그 영예로운 ‘잇’은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스타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크기와 길이와 품이 모두 턱없이 큰 오버 사이즈다. 코트·팬츠·스웨터·셔츠는 물론 부츠에 이르기까지, 최근 나오는 신상품은 원래 사이즈를 훌쩍 넘는 ‘오버’를 하고 있다. 엑스 스몰(XS) 사이즈의 로망은 이번 시즌엔 잠시 잊어도 좋다.

 
 

 
오버사이즈가 아니라 수퍼사이즈

요 몇 년 꾸준하게 나오던 오버사이즈가 올 가을·겨울에는 극대화했다. 헐렁하다 못해 거대하기까지 하다. 올 봄 열린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이미 예고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어깨선이 아래로 축 쳐지고 소매끝이 손가락을 완전히 덮는 코트를 선보였고, 셀린은 모델이 걸을 때마다 펄럭대며 바닥에 물결을 만드는 듯한 와이드 팬츠를 등장시켰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마치 움직이는 상자처럼 커다란 사각 어깨선의 재킷이나 소매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셔츠(자크뮈스, 베트멍), 또 이불을 뒤집어 썼다고 해도 믿을 법한 패딩 롱코트(알렉산더 매퀸, 마르케스 알메이다)를 보자면 그 우스꽝스러운 과장에 난감해진다. 구두는 또 어떤가. 겨울에 빼놓을 수 없는 부츠 역시 이번 시즌에는 극단적으로 길어졌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니하이(Knee-High)를 넘어서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오는 싸이 하이 부츠(Thigh High Boots)가 런웨이를 압도했다. 올 겨울 트렌드를 두고 업계가 ‘오버사이즈가 아닌 수퍼사이즈’라고 부르는 이유다.
 

누가 과연 이 트렌드를 소화할까 싶지만 국내외 패셔니스타들은 이미 발 빠르게 화답하고 있다. 미국 톱 모델 켄달 제너, 방송인 코트니 카다시안 등은 소매가 덜렁거리는 오버사이즈 스웨터 아래 아무것도 입지 않고 싸이 하이 부츠를 신어 한겨울 ‘하의실종 패션’을 만들었다. 국내 셀레브리티들도 앞다퉈 오버사이즈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 배우 정려원은 지난 달 서울패션위크에서 오버사이즈 셔츠와 트렌치를 입고, 소매를 일부러 주머니에 넣는 포즈로 등장했고, 방송인 홍진경은 마치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 품이 넓고 길게 늘어진 롱코트 하나로 손가락 끝까지 몸 전체를 가렸다. 배우 공효진은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원피스·스키니 진·미디 스커트 등에 두루 싸이 하이 부츠를 신는 패션 감각을 선보였다.

실제 매장에서도 오버사이즈를 찾는 이들이 많다. 구호의 오버사이즈 외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편집매장 분더샵에서 판매하는 소매가 치렁치렁한 베트멍 셔츠는 한 벌에 80만~90만원이지만 한 달도 안 돼 동이 났고, 스튜어트 와이츠먼의 대표적 싸이 하이 부츠 ‘타일랜드’ ‘로우랜드’는 3차 재주문까지 하는 히트를 쳤다. 또 막스마라의 대표적인 오버사이즈 코트 ‘101801’은 1981년부터 나온 모델이지만 올해 오버사이즈 무드를 타고 다시 인기를 끌면서 단일 제품만으로 스타일링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재미있고 자유로운 스타일로 변신

오버사이즈가 지금 왜 트렌드일까. 사실 유행이란 늘 돌고 돌 수밖에 없고, 한쪽으로 치닫다 결국 정반대를 찾는 속성이 있다. 오버사이즈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10년 넘게 우리는 스키니 진·레깅스 전성시대를 살지 않았나. 한때 어깨가 뾰족히 솟는 파워숄더 재킷과 엉덩이가 펑퍼짐한 배기팬츠가 유행했지만 메가 트렌드를 이끌진 못했다. 그러다 반격에 나서듯, 80년대의 넉넉함을 다시 그리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바로 자연스러움·편안함·활동성이다. 트렌드 분석기관 인터패션플래닝의 김효정 책임컨설턴트는 “지난 몇 년 간 스포츠 레저복을 일상복으로 끌어들이는 애슬레저 룩(athleisure look)이 유행한 것과 오버사이즈 트렌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데는 연결고리가 있다”고 말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옷에 대해 얼마나 날씬해보이느냐에 대한 기대만큼 얼마나 편안하냐를 기준 삼는다는 의미다. 또 사회 전반에 남녀 구분이 사라지는 젠더리스(genderless)가 확산하면서 패션 역시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추세도 반영됐다. 가령 여성복 오버사이즈 셔츠가 보통 XXXL 사이즈와 비슷하다면 남녀가 굳이 가려 입을 만한 이유가 없다. 얼마나 크게 입을 것인가가가 문제일 뿐이다. 실제 배우 유아인과 가수 손담비는 노앙의 똑같은 하운드투스 체크 코트를 서로 다른 장소에서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시 유행이 돌아오긴 했지만 지금의 오버사이즈가 80년대로의 회귀는 아니다. 확연히 구분되는 차이점이 있다. 일단 한없는 가벼움이다. 서울대 하지수 교수(의류학과)는 “과거 오버사이즈는 클래식하면서 무언가 해석해야 할 텍스트의 역할을 했다면 지금의 오버사이즈는 훨씬 재미있고 젊다”고 구분짓는다. 80년대 파워숄더로 대표되던 딱딱함을 벗어나 자유로운 스트리트 패션 감성이 다분하다는 이야기다. 고급스러운 소재에 집착했던 예전과 달리 디테일에 힘을 쏟아 원단에 패치워크·코팅 등으로 장난스러운 시도를 한다거나 셔츠 한 쪽만 넣어 입는 식이다. 분더샵 조준우 헤드 바이어는 “셔츠·블라우스·드레스 등 가장 클래식한 아이템에까지 오버사이즈가 스며든 것도 최근 오버사이즈 트렌드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넉넉한 코트에 통바지로 ‘오버 앤 오버’
오버사이즈가 유행이라면 평소 커서 못 입던 옷을 그냥 입어도 될까. 전문가들의 답은 한결같이 ‘아니오’다. 어릴 적 입어 본 아버지의 코트를 상상해보라. 몸보다 큰 옷은 원래 활동에 방해가 된다. H라인 재킷이 사이즈만 크다고 멋쟁이 아이템이 될 수 없다. 오버사이즈라 하면 몸의 중심을 잡아두되, 팔과 다리 등 부분적으로 힘을 주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가령 어깨 기장은 맞추고 팔만 길이를 늘리거나, 허리는 조이되 바지 길이를 늘어뜨리는 식이다. 김효정 책임컨설턴트는 “오버사이즈는 사이즈 문제가 아니라 실루엣의 문제”라고 말한다.

스타일링 역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몸의 실루엣을 만들려 애쓰기보다 옷만으로 제2의 실루엣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의상학에서 오버사이즈를 두고 ‘하얀 도화지’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전제에서 이번 시즌 업계에서 최고로 꼽는 스타일링 공식은 ‘오버 앤 오버’다. 상체가 부하면 하체를 가늘게 만드는 기본을 거부한다. 이윤미 스타일리스트는 “상의는 수퍼 사이즈에 가깝기 때문에 스키니한 하의와 짝지으면 오히려 촌스럽다”고 조언한다. 코쿤 스타일 코트에 와이드 팬츠나 주름진 롱스커트처럼 아래 위를 모두 오버사이즈로 맞추면 오히려 뚱뚱해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만 특유의 조형적 매력만 살리고 패턴이나 디테일 장식은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오버 앤 오버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리 패션 피플을 따라하려 해도 체형에 따라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서정은 스타일리스트는 “키가 작거나 어깨가 넓다거나 하는 약점이 있을 땐 오버 앤 오버의 과장된 실루엣이 자칫 우스워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키가 작을 땐 같은 오버사이즈라도 롱코트보다 길이가 짧은 점퍼나 재킷을 선택하고, 전체적 풍성함보다는 소매만 길거나 어깨만 과장하는 식으로 오버사이즈의 요소만 살린 아이템으로 대체하면서 분위기를 살리는 게 낫다.

이상과 현실, 뭘 선택하더라도 오버사이즈를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막스마라 임선정 차장(상품기획팀)은 “처음 봤을 땐 내가 저걸 어떻게 입어, 하는 옷들이 대부분”이라며 “개성을 뽐내려면 스스로에 대한 당당함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오버사이즈를 입을 때만큼은 좀 오버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글=이도은·유지연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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