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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럭셔리 시계는 천천히 간다

| 쇼파드 아태 총괄 리츠만이 말하는 ‘헤리티지’의 중요성
스테판 리츠만 쇼파드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스테판 리츠만 쇼파드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화려하다·반짝이다·단단하다 …. 다이아몬드 수식어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움직이다’도 있다. 스위스 시계·주얼리 브랜드 쇼파드의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보면 무슨 말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계판 위에서, 혹은 목걸이 펜던트 안에서 작은 다이아몬드 여러 개가 구슬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특별한 아름다움을 내비친다. 1976년 처음 출시한 컬렉션이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다. 패셔니스타 배우 고소영은 “큰 알이 박힌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슨 의미냐”며 이 컬렉션을 결혼반지로 택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 탄생 4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스테판 리츠만(54) 쇼파드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서울을 찾았다. 그는 “다이아몬드가 자전하면서 동시에 공간을 움직이는 건 다른 브랜드가 따라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만 25년간 럭셔리 시계·주얼리 산업에 몸담아 온 그는 인터뷰 내내 ‘독특하다(unique), 특별하다(special)’는 표현을 반복했다.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들어봤다.
움직이는 다이아몬드를 모티브로 만든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 시계부터 귀고리·목걸이·반지까지 다양하다.

움직이는 다이아몬드를 모티브로 만든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 시계부터 귀고리·목걸이·반지까지 다양하다.

 
아시아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뭔가.
“중국 소비자가 극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이 매장에 늘어서 있다. 쇼파드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을 공략할 제품을 따로 고려할 정도다. 두 번째 변화는 유통과 광고 모두가 디지털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흐름이다. 쇼파드는 미국·일본에선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한국 시장에서도 고려 중이다. 중국에선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부티크 판매를 넘어설 정도는 아니다.”
 
이미 많은 패션 브랜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를 한다.
“패션은 유행이 빠르게 바뀌지만 주얼리나 시계는 독특하다. 한 세기가 지나야 디자인이 변할 정도로 느리다. 또 대를 이어 사는 물건이다보니 당연히 제품을 직접 보고 판매원 설명도 들으면서 브랜드 전통에 관심을 기울인다. 쇼파드는 역사도 길지만 제품에 필요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자체 제작한다는 점에서 스토리 텔링 할 만한 거리가 풍부하다. 매장이 중요한 이유다.”
 
쇼파드 VIP 고객들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잘 알고 있나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유럽에서는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며 지식과 정보까지 전달한다. 브랜드와 고객 간 신뢰가 있다. 쇼파드는 특히 가족기업(대부분의 스위스 럭셔리 시계 브랜드가 리치몬드그룹·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같은 명품 대기업에 인수된 상황에서 156년간 가족기업을 유지하고 있다)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문에서 VIP 고객들을 집으로 초대해 행사를 연다. 공동 대표인 캐롤라인 슈펠레나가 와인을 좋아해서 테이스팅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빈티지 자동차 애호가인 공동 대표 칼-프리드리히 슈펠레가 클래식 카 레이싱 대회를 후원하는 식이다. 브랜드와 고객이 경험을 공유한다.”
 
아시아에서는 브랜드 헤리티지보다 셀레브리티 마케팅이 대세다. 한국 역시 고소영의 웨딩링으로 쇼파드가 알려졌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선 잘 안 팔린 아이스큐브 반지가 장동건 덕분에 한국에서는 완판에 가깝게 팔린 걸 보면 셀렙 홍보가 통하는 게 맞다. 지금도 쇼파드와 어울리기만 한다면 셀렙은 언제든 환영이다. 다만 정말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야 한다. ‘쇼파드의 친구’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는 이유다. 캐롤라인 슈펠레나에게 쇼파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하트’, 그러니까 마음이라고 답하더라. 우리는 셀렙 마케팅도 남다르게 한다. 1998년부터 칸 영화제를 후원하고 있는데, 배우들에게 실제 쇼파드 제품을 착용하게 한 후 가치를 느끼고 발견할 기회를 만드는 식이다. 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우리가 만드는데, 트로피 밑에 하트가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 배우들이 레드카펫에서 애정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컬렉션 기념 행사에 참석한 배우 고소영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컬렉션 기념 행사에 참석한 배우 고소영

 
셀렙은 어떤 존재인가.
“단순한 광고모델 이상의 존재다. 쇼파드 외에 많은 럭셔리 주얼리·시계 브랜드가 홍보대사(앰버서더)를 내세운다. 홍보대사는 그 브랜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체성이나 이미지를 전한다. 그러니 누가 정말 쇼파드에 어울리는지 고심해야 한다. 글로벌 홍보대사 중 아시아 출신으로는 중국 배우 판빙빙이 있었는데 계약이 종료됐고, 제품 컬렉션별로 새 인물을 찾는 중이다. 2014년 칸 영화제에서 만난 배우 송혜교가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누가 됐든 자신감 넘치면서도 장난끼 있는 여성이 어울린다.”
쇼파드가 만드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

쇼파드가 만드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

 
쇼파드처럼 고가의 하이 주얼리를 살 때 중요한 기준은 뭘까.
“물론 예산이 가장 중요하다(웃음). 이쯤에서 다시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디자인은 디자이너 로날트 쿠로프스키가 숲 속을 산책하다 폭포수에서 튀어 오른 물방울에 태양광이 반사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다이아몬드도 저 물방울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보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제품을 봤을 때 감정적 교류가 있어야 한다. 만족·행복 이런 느낌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추후 수선이 가능한지 여부다.”
 
선물용으로 컬렉션 중 딱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쇼파드로 옮겨 아내에게 처음 사준 시계가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의 스포츠 시계였다. 시계판에 이니셜을 새겨줬다. 이 컬렉션은 동그란 다이아몬드 말고도 별이나 달, 물고기 모양으로 바꿀 수도 있다.”
검정 손목줄의 두 시계는 컬렉션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특별 제작됐다.

검정 손목줄의 두 시계는 컬렉션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특별 제작됐다.

 
세계적으로 럭셔리 시계·주얼리 시장이 주춤하다. 한국에선 어떤 계획이 있나.
“어렵지만 최고급 제품은 투자용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칸 영화제를 위해 우리가 만드는 한정판을 예로 들겠다. 정말 귀한 보석으로 만들기도 하거니와 기술력이나 마감 공법까지 모두 최고다.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가치있는 투자 대상이다. 한국에서도 이걸 알아주는 하이엔드 고객이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특별한 컬렉션을 선보일 기회가 많을 것이다.”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ang.co.kr 사진=쇼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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