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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vs 과학발전, 비동결 난자 사용 미래는…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생명윤리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서울대 의대 이윤성 교수(가운데)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비동결 난자를 연구에 적극 사용하는 것에 대해 종교계ㆍ여성계는 윤리적 문제 등을 들어 반대했지만 과학계에선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비동결 난자’. 여성에게서 갓 채취한 얼리지 않은 상태의 난자를 뜻한다.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 용어인 비동결 난자에 ‘국정 농단’이란 불똥이 튀었다.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의료계로 확산되면서다.최근 일부 언론은 최씨가 자신의 단골인 차병원의 숙원사업이 가능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비동결 난자를 활용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의 허용에 반대하던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경질성 인사’가 났고, 규제 완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의혹이다.

복지부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보직이 변경된 담당 과장은 좌천이 아니라 오히려 급수(3급)에 맞는 좋은 자리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규제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당시 장관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차병원 계열 의원인 차움에서 대리처방을 받은 정황 등이 추가로 나오면서 특혜 의혹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엔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차병원에 관련 연구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 연구는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를 이식한 뒤 뼈·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게 목표다. 복지부는 차병원에 2020년까지 연구를 허용하면서 ‘전문가 위원회’의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걸었다.

난자는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 요소다. 정부 승인을 받은 차병원 연구팀은 난임 치료에 쓰고 남은 동결 난자 500개와 미성숙 비동결 난자 100개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차병원이 그간 꾸준히 요청했던 성숙한 비동결 난자의 사용은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았다. 차병원은 2009년에도 연구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지만 줄기세포 생성에 실패했다.

연구팀은 비동결 난자를 활용한다면 성과를 빨리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냉동 보존된 동결 난자보다 얼리지 않은 신선한 난자가 연구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학계에 따르면 동결 난자의 10~20%가 해동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차병원 연구소에선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가 성공했는데, 이곳에선 비동결 난자를 연구에 사용했다. 이동률 차의과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비동결 난자 사용을 무조건 막기보다 과학 발전을 위해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엔 민감한 생명윤리 문제가 걸려 있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이후 비동결 난자는 난임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성공하면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효능을 얻을 수 있지만 자칫 인간 복제, 과배란 유도나 난자 매매 등 윤리적 문제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동결 난자 연구에 대한 논쟁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4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주최한 생명윤리정책토론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종교계와 여성계는 비동결 난자가 무분별하게 연구에 사용되면 생명윤리가 훼손되고 난자 제공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것을 우려했다. 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은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인간 배아를 만들고 파괴하는 건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은 여성에게 과배란에 따른 호르몬 교란을 초래한다”고도 지적했다. 하정옥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책임연구원은 “동결 난자는 모든 시술 과정이 끝난 뒤 연구용으로 기증할지 고민하고 결정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반면 신선한 난자는 채취 24시간 내에 사용하므로 시술 과정에서 곧바로 결정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비동결 난자 연구가 허용되면 여성의 허락 없이 건강한 난자를 연구용으로 먼저 쓸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용진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목적으로 채취한 난자 중에서 어떤 걸 연구용으로 쓰고, 어떤 걸 시술용으로 쓰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과학계의 입장은 다르다.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동결 난자를 쓸 수 있게 하는 대신 연구의 투명성·타당성을 관리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동률 교수는 “영국·미국·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선 비동결 난자의 연구 활용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또 다른 생명윤리 이슈인 ‘유전자 가위’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만 자르는 인공 효소다. 새로운 유전성 질환 치료법으로 부각된 ‘3세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가 대표적이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측은 유전자 가위가 기존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작고 치료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체내 유전자 치료를 법적으로 금지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라도 유전자 가위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이들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DNA 조작 등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DNA 조작을 통해 원하는 외모와 체형의 ‘맞춤형 아기’를 만들 가능성 등을 우려한다. 유전자 가위를 인간에 적용했을 때의 안전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학과 교수는 “규제를 풀기 전에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아울러 질병 예방이 아닌 미용, 형질 개선 등에 기술이 악용될 수 없도록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성(서울대 교수·법의학)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현행 법이 미성숙하거나 결함이 있는 비동결 난자의 사용만 허가했으니 당분간은 법 테두리 안에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에 대해선 “무작정 허용을 요구하는 대신 연구자가 정확히 어떤 유전자를 어떻게 연구하겠다는 계획부터 내놓아야 규제 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줄기세포는 뼈나 신체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를 이식해 만든 줄기세포다. 환자에게 맞는 줄기세포 생산이 가능해 ‘치료적 복제’라고 불린다. 이 방식과 정자·난자가 결합한 수정란 방식, 역분화(iPS)를 통틀어 배아줄기세포라고 부른다. 반면 성숙한 조직과 기관에 들어 있는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게 성체줄기세포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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