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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면서 광고 아닌 듯 웹툰·웹드라마가 뜬다

1 ‘열혈강호’로 유명한 만화가 전극진이 임페리얼과 손잡고 선보인 브랜드 웹툰 ‘4버디스’.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한결같이, 신명 나게, 진정한 건, 공유하자.”



모바일 광고 시장 뛰어든 기업들

친구 4명이 모여 술잔을 부딪치며 그들의 이름을 딴 건배사를 외친다. 김진정씨의 전 여자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12년 지기 친구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그를 위로하는 자리다. 테이블 한쪽엔 그들이 마시고 있는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이 있다. 무협 액션물 ‘열혈강호’로 유명한 만화가 전극진이 임페리얼과 손잡고 지난달 말 선보인 브랜드 웹툰 ‘4버디스’의 한 장면이다. 김경연 임페리얼 마케팅팀 이사는 “최근 공개된 1·2편 모두 조회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다”며 “최근 위스키 수요가 줄어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다 웹툰을 활용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 인지도 높여 지원자 늘어]

한화케미칼 신입사원의 일상을 다룬 ‘연봉신’. 누적 조회수는 5000만 회를 넘었다. [사진 한화케미칼]



최근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인 웹툰이 기업 사이에서 ‘손 안의 광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정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면서 스낵을 먹듯 10~15분간 짧게 웹툰 같은 콘텐트를 즐기는 ‘스낵컬처’가 유행”이라며 “웹툰은 대중교통을 기다리거나 갈아타면서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미영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은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웹툰을 활용하면 TV광고처럼 드러내놓고 광고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TV광고에 비하면 웹툰 제작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브랜드 웹툰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 자료를 보면 이달 16일 기준 브랜드 웹툰 수는 35개(공공기관 포함)다. 5년 전만 해도 10편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기업의 관심이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한화케미칼이 웹툰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곳은 인조가죽·포장재·섬유 등의 소재로 쓰이는 플라스틱을 1966년 국내 최초로 생산한 석유화학업체다. 주로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을 하다 보니 최종 소비자에게 기업을 알릴 기회가 흔치 않았다. 신입사원 채용도 쉽지 않았던 한화케미칼은 남들보다 빨리 브랜드 웹툰 시장을 공략했다. 2013년 7월 네이버를 통해 ‘연봉신’을 선보였다. 아무런 ‘스펙’ 없이 운 좋게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신입사원 연봉신이 각종 난관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한 웹툰이지만 딱딱하지 않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바이어에게 제품을 소개할 때도 골뱅이비빔면에 비유하는 식이다. 주인공 연봉신은 골뱅이무침과 국수는 한 쌍처럼 섞여야 맛이 있듯이 한화케미칼은 전선 밖을 감싼 원료와 함께 전선 안에서도 전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절연층 소재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이 웹툰은 시즌2까지 나왔고 누적 조회수가 5000만 회를 넘었다. 이뿐이 아니다. 연재 기간 동안 신입사원 공채 지원자가 1.5배 이상 늘어났다. 조인경 한화케미칼 웹툰담당 대리는 “2014년 연봉신 구독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한화케미칼에 대한 선호도가 30.4%에서 74.6%로 상승했다”며 “독자 반응이 좋아 올 초까지 후속작 ‘워킹 히어로’를 연재했다”고 말했다.

쌍쌍바, 허니버터칩 등 해태제과 제품들을 웹툰에 녹여낸 ‘퍼스트 스위트’. [사진 해태제과]



한화케미칼의 연봉신이 성공을 거둔 이후 식료품·화장품·게임 개발사 등 다양한 업체가 잇따라 브랜드 웹툰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네이버에서 연재한 해태제과의 ‘퍼스트 스위트’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독자 평균 평점이 10점 만점에 9.9점이다. 이 작품은 ‘밤을 걷는 선비’로 유명한 웹툰 작가 조주희씨가 스토리를 짜고 작가 ‘도도’가 그림을 맡았다. 10대의 첫사랑 얘기를 담고 있는데 매회 해태제과의 상품이 하나씩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주인공들이 아이스크림 쌍쌍바를 사이 좋게 나눠 먹거나 어렵게 구한 허니버터칩을 선물하는 장면들이다. 웹툰을 즐겨 보는 박지은(34)씨는 “처음엔 브랜드 웹툰인 줄 모르고 볼 정도로 두 사람의 마음을 과자로 빗대어 표현하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웹툰을 보면서 과자나 아이스크림에 얽힌 옛 추억들이 떠올라 좋았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아예 신제품 발표 시기에 맞춰 웹툰을 연재한다. KT는 올 초 대학생을 위한 요금제 ‘Y24’를 내놓는 동시에 웹툰 작가인 기안84와 손잡고 ‘체육왕’을 네이버에 연재했다. KT계열 스포츠단 선수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신규 서비스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8회까지 연재된 웹툰은 기안84 작가의 인기에 힘입어 누적 조회수 2500만 건을 넘었다. 다음 웹툰에선 지난 8일 공개한 ‘MR!P:영웅의 귀환’이 네티즌 사이에서 영화 ‘식스센스’급 반전 내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웹툰을 총괄하는 이충호 작가가 ‘마이러브’ ‘무림수사대’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긴 국내에서 손꼽는 만화가인 데다 1회 마지막 장면에서 두 번의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혼란에 빠진 세상을 구하러 온 영웅의 망토가 벗겨지자 처음으로 얼굴이 드러났다. 바로 ‘어린이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귀여운 캐릭터 뽀로로였다. 게다가 뽀로로 그림 컷 아래엔 게임업체 그라비티의 브랜드 웹툰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라비티가 뽀로로가 주인공인 모바일 게임 ‘미라클뽀로로’(MR!P) 출시를 앞두고 제작한 브랜드 웹툰이었다. 김요한 다음 웹툰 담당 매니저는 “이처럼 브랜드 웹툰이라는 표시가 없으면 독자도 모를 만큼 작품 완성도는 뛰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웹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마니아인 김은재(33)씨는 “웹툰은 짧은 시간에 가볍게 즐기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브랜드 웹툰도 ‘재미’만 있다면 부담스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2 이달 16일부터 6부작으로 방영되는 은행연합회의 금융 교육드라마 ‘얘네들 MONEY’. [사진 은행연합회]



[직장인 공감하는 얘기로 호평받아]



유명 만화가나 웹툰 작가가 참여하지 않고도 인기를 끄는 브랜드 웹툰도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9월부터 회사 블로그에 연재 중인 ‘두근두근 신입사원툰(신.사.툰.)’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인 박민재 연구원이 사내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격주로 소개하고 있다. 처음으로 떠난 해외 출장에서 연이은 회의 준비와 보고서 작성을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난 뒤 다시는 출장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거나,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만으로 동기와 상사를 구분하는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로 네티즌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웹드라마로 10~20대 젊은 층 타깃 마케팅에 나선 기업도 눈에 띈다. 웹드라마는 웹(Web)과 드라마(Drama)의 합성어로 보통 회당 10~15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웹으로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다. 서정주 연구원은 “웹드라마는 TV드라마보다 제작 기간이 짧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며 “특히 10~20대가 동영상이나 웹드라마를 즐기기 때문에 젊은 층 타깃으로 기업 메시지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네이버·페이스북 등에 공개한 삼성의 네 번째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 [사진 삼성]



가장 꾸준히 웹드라마를 만드는 곳이 삼성이다. 지난달 말 영화 ‘스물’을 만든 이병헌 감독이 제작하고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인 도경수가 주인공을 맡은 ‘긍정이 체질’을 공개했다. 삼성이 2013년 ‘무한동력’을 발표한 이후 ‘최고의 미래’ ‘도전에 반하다’에 이은 네 번째 웹드라마다. 삼성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영화 제작의 꿈을 이루려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았다”며 “이런 노력으로 삼성은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돌 스타를 배우로 캐스팅했다. 네티즌 반응도 좋다. 지난해 선보인 ‘도전에 반하다’는 누적 조회수가 2800만 건으로 국내 웹드라마 중 가장 많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웹드라마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연합회가 이달 선보인 금융교육 웹드라마 ‘얘네들 MONEY’다. 16일부터 6부작으로 네이버·페이스북 등에 공개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 엔이 주인공을 맡아 교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금융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올바른 소비 습관과 저축, 보이스피싱 등 금융 관련 교육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향후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도 웹드라마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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