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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피의자’ 신분, 최씨 공소장에 ‘지시’ 문구 들어갈듯

“먹잇감(대기업)을 골라 약점(현안이나 사정 정보)을 찾아낸 뒤 권력(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을 동원해 돈을 뜯어냈다. 최고 권력자(대통령)도 이렇게 이용되는 걸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60)씨 국정 농단 사건을 지켜본 법원 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검찰은 20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임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중요 참고인이자 범죄 혐의가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대면조사가 불발되자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오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제1부속비서관 등 3명을 20일 일괄 구속 기소하며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검찰은 의혹의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는 것을 밝혀냈지만,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로 ‘범행의 지시자이며 공모자’인 것을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쳤다. 유죄 입증을 위한 퍼즐을 완벽히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미완의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게 됐다. 이제 검찰은 10여 일 후 특검의 출범 전까지 박 대통령 조사를 통해 대통령과 각종 의혹의 관련성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씨를 둘러싼 새로운 비리 의혹이 끝없이 나오고 있어 특검에 상당한 부담이 넘어갈 전망이다.



 



[대통령 측, 최씨 공소장 변론에 참고할 듯]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일 오전 11시 최씨 등을 일괄 구속 기소하며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가 있던 때로부터 한 달,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된 지 25일 만이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는 53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 또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선 최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을 넘긴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긴다. 추가 제기된 의혹은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 혐의를 적시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관여 정도 등도 일부 담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되,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의중을 파악해’라는 식으로 박 대통령이 이번 국정 농단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알 수 있는 문구를 집어넣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최근 수사를 통해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이 삼성과 롯데·SK·부영 등 일부 기업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거나 미르·K스포츠재단이 아닌 최씨 개인 회사로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일부에선 최씨 공소장에 최씨와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가 직접 기재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 대통령에게 거론되는 혐의는 ▶대기업에 재단 출연금 강요(직권남용) ▶최씨에게 청와대 연설문 등 유출(공무상 비밀누설) ▶기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대기업 모금(제3자 뇌물수수, 포괄적 뇌물죄)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퇴진 요구와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경질 요구(강요) 등이다.

최씨·안종범 강제모금 혐의 적용박 대통령 직권남용·뇌물 혐의 거론“변호사 내세워 대면조사 거부한 건피의자 신분 스스로 인식했기 때문”

검찰은 일단 이들을 1차 기소한 후 다음주 박 대통령을 직접 대면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불소추 특권이 있는 박 대통령을 기소 중지하는 선에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특검으로 사건 자료 일체를 넘기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검찰은 다음주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함께 추가 의혹도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검찰의 15, 16일 대면조사 요청을 거절하고 서면조사를 제의했다가 최씨 등이 기소된 이후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17일 밝혔다. 하지만 주요 피의자인 최씨 등을 기소한 뒤에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진술과 증거가 공개되면 그 내용을 보고 박 대통령의 답변을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 대통령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제3자 뇌물수수, 포괄적 뇌물, 기타 관련자들의 여러 혐의에 대한 교사 의심 등은 관련자 진술 등에 따라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국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는 방어전략을 준비하려는 시간 벌기라는 것이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정진열 변호사는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던 대통령이 변호인을 내세워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조사 일정과 방법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대통령이 피의자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에 넘겨지며 공개되는 공소 사실과 증거, 진술을 토대로 치밀한 방어전략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은택·장시호 등 비리 추가 수사 남아]



검찰은 최근 구속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CF 감독)씨와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80%)을 강탈하려 한 혐의(공동 강요) 등으로 곧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은 18일 체포한 최씨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를 주말에 불러 고강도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자신이 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규혁(38)씨 등을 내세워 설립된 영재센터는 장씨가 이권을 노리고 세운 ‘기획 법인’이라는 의심을 샀다. 검찰은 20일 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은 장씨의 영재센터에 삼성그룹이 16억여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와 최씨에게 체육 정책 관련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2013년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17일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 속하는 이재만(50)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했다. 최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조력한 의혹 등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곧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전망이다.



또 ‘최순실-차은택’ 라인의 인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기춘 전 실장, 특검 수사 대상 포함 가능성]



앞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 등에게 수뢰 혐의를 적용하게 된다면 박 대통령과 독대한 후 재단 출연금 등을 낸 대기업 총수들도 함께 뇌물공여 혐의로 사법처리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이름이 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전 실장이 의혹의 주요 관련자들을 서로 소개하거나, 비서실장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만간 출범할 특검의 수사 대상에 김 전 실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편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검사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동시에 최장 120일간의 수사에 돌입하게 된다. 특검팀은 특별검사 1명을 비롯해 특별검사보 4명에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등 매머드급 진용을 갖춘다.



 



 



현일훈·김선미 기자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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