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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겨울 따뜻하게 지내고 오래오래 사세요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새로 놓아드려야겠어요.”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경동보일러의 지난 TV 광고 카피다. 자식과 떨어져 사는 아버님이 혹시라도 추울까봐 아들 대신 걱정하는 며느리의 따뜻한 제안은 멋졌다. 보일러의 열기보다 훈훈한 명 광고의 여운은 온갖 불효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을 게다.


아버님댁에 보일러 놓아 들여야 할 일이 내게도 생겼다. 늘그막에 전원생활의 꿈을 이룬 아버님이다. 산비탈의 신축공사장을 들락거렸고 온갖 건축 자재와 비품들까지 챙기게 될 줄이야. 건물은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향해 치달았다. 보일러 설치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마을과 떨어진 산 속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쉽고 편한 조작성도 중요하다. 연료 수급문제와 난방비까지 고려한 적절한 보일러의 선택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평소 보일러까지 신경 쓰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온도 조절기만 돌리면 러닝셔츠와 팬티바람으로 한겨울을 보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아파트 생활자 아니던가. 무심코 지나쳤던 과잉의 편리가 어떻게 가능한지 비로소 돌아보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누리는 지역난방의 이점이었다. 제 손으로 보일러 틀 일 없는 가구는 전체의 15% 남짓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가구는 여전히 개별보일러로 난방을 해결한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단단한 인상, 침묵의 보일러에 반하다]


나하고 영영 상관없을 것 같은 보일러가 처음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람은 제 눈앞에 일이 닥쳐야 진지해 지는 법이다. 막내 아들이 산업용 보일러 설계 전문가이긴 하다. 헌데 제 집 보일러의 나사 하나도 갈아 끼우지 못하는 박사는 소용없다.


뒤늦은 보일러 공부가 시작됐다. 종류와 방식을 비교했고 열효율과 내구성을 따졌다. 예전 개별 보일러를 쓰던 시절의 경험도 한 몫 했다. 한겨울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샤워할 때 곤혹을 치른 기억이다. 폼 나는 집을 자랑하던 내 친구의 사건도 참고했다. 한겨울 보일러 고장으로 멀쩡한 제 집 놔두고 호텔 신세를 졌던 해프닝 말이다. 잊고 살았던 보일러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까지 위협한다는 걸 실감했다.


독일인의 집을 방문해 본 적 있다. 거실 귀퉁이나 부엌 싱크대 위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분명히 보일러였다. 어지럽고 지저분한 배관도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마치 단순하고 세련된 형태의 가전제품처럼 당당하게 실내에 놓여 있었다. 잠시 헷갈렸다. 보일러란 어두컴컴한 창고나 환기가 잘 되는 외부에 두어야 하는 혐오 기기 아니던가. 보일러가 혹시 터지거나 질식할지 모른다는 잠재 공포를 느끼지 않은 한국인이 있을까. 평소 험악한 뉴스를 하도 많이 봐 왔던 학습효과라 할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독일인들의 보일러란 당연히 실내에 두고 쓰는 물건이었다.


보일러의 상표를 유심히 보았다. 자국산 바일란트(Vaillant)였다. 다부진 몸체의 인상만큼 견고한 두터운 철판의 재질감이 배어나오는 듯 했다. 가스를 태워 물을 끓이는 보일러는 연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평소 보일러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가 떠올랐다. 도대체 보일러에 뭔 짓을 했기에 이렇게 조용할 수 있을까. 관심없이 지나쳤다면 싱크대 위의 정수기로 오인했을지도 모른다.


길가에 세워둔 바일란트사의 녹색 트럭조차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독일과 유럽엔 바일란트 보일러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번 설치하면 삼사십 년 쓰는 건 보통이다. 고장 없는 보일러로 정평 난 사례의 입증이다. 바일란트를 선택한 이들은 적어도 당대엔 보일러 때문에 속 썩일 일은 없다는 말이다.


이상하게도 독일엔 바일란트 뿐 아니라 가전 메이커들의 A/S 센터가 눈에 잘 뜨이지 않았다. 물건을 제대로 만들었으니 고장의 빈도 또한 적은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국내 가전사들의 A/S망이 풍부하다는 건 자랑이 아니다. 고장을 전제로 물건을 만들었거나 자신감의 결여에서 오는 보완책임을 자인하는 꼴일 테니까.


[탄소배출 절감 위해 콘덴싱 방식 채택]


바일란트가 작년에 국내에 들어왔다. 기존 국내 보일러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수입사 매장을 찾아 독일 현지에서 받았던 좋은 인상을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보일러의 커트 모델이 눈에 띈다. 빈틈이 거의 없는 내부는 견고하게 보이는 부품으로 가득 찼다. 마치 산업용 기기를 보는 듯한 두께와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안에서 불길이 튀고 물이 끓는다. 적어도 쉽게 터지거나 틈새로 물 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예전 아파트에서 쓰던 보일러가 고장 나 내부를 열어본 적이 있다. 거의 깡통 수준 케이스에 담긴 얼기설기 어지러운 배선과 연소기의 빈약함에 놀랐다. 안전을 담보하는 부품의 조악함에 혀를 찼다. 한 번 고장 난 보일러는 증세를 반복했다. 급기야 새로 교체한 기억이 새롭다. 내용을 알면 먹을 수 없는 식품과 대충 만들어 믿을 수 없는 물건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던가. 인간을 배려하지 못한 물건은 모두 악이다.


국내 보일러의 보편적 관행은 가격만 따지는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안전과 환경문제까지 염두에 둔 좋은 물건이라면 제값을 치러야 맞다. 평생 안심하고 사용해야 하는 생활 필수품 아니던가.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물건의 신뢰를 사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물건의 사소한 품질과 기능은 물론 효과까지 소비자가 더 많이 아는 시대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회사의 제품은 거저 줘도 싫다.


바일란트 보일러는 친환경 고효율 성능을 내세운다. 말로만 외치는 친환경 제품이 아니란 뜻이다. 연료를 태우는 모든 행위는 필연적인 탄소배출로 공기를 오염시킨다. 그런데 보일러는 살기 위해 필요악인 물건이다. 어쩔 수 없다면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바일란트는 지구 온도를 올리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앞장섰다. 국가차원의 규제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고효율 제품을 만들어낸 바탕이다. 콘덴싱(Condensing) 방식의 채택이 그 대안이다.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다시 회수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버려지는 열을 열교환기로 모아 물을 데우는 고효율의 실천이다. 일반 보일러보다 당연히 에너지 효율이 높다.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량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덜 먹고 더 많이 일하며 남에게 폐도 끼치지 않는 착한 보일러가 이제야 나타났다.


일본과 독일에선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콘덴싱 방식의 보일러라야만 새로 설치할 수 있는 관계법까지 만들었다.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임을 국가가 인정한 셈이다.


환경문제는 개인과 국가를 가를 수 없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행동이 시급하다. 흐르는 시간만큼 쌓이는 탄소량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보일러의 선택은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다. 전 세계 인구와 가구 수를 떠올려보라. 각 가구에 설치된 고효율 보일러 숫자만큼 줄어드는 탄소의 양도. 25%나 탄소 배출을 덜하고 20% 더 높은 효율을 내는 보일러가 바일란트다. 고민은 끝났다. 비싸더라도 친환경 기기이며 더 오래 쓰는 물건이 결국 이득이란 결론이다.


아버님! 앞으로 따뜻하게 지내시고 오래오래 사시기만 하세요.


-큰 아들 올림- ●


 


 


윤광준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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