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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스스로 발명하면 특허권 가질 수 있나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아래)에서 영감을 얻어 구글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위).



최근 수능시험을 본 조카와 진로상담을 하던 김길동씨는 스스로 혼란스럽다. 인공지능(AI)이 앞으로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잠식을 피해갈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암기력과 논리력이 중요한 직업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들 얘기한다.



[이도헌의 크로스 휴먼] 창의력에 도전하는 AI

인공지능은 많은 양의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여 문제를 풀기 때문에, 데이터 암기와 해석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기존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서는 창의적인 발상은 못할 것이라고 대개 생각한다. 로봇 코다는 그런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꼬집는다. 인공지능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리적인 범주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은 소위 발명가라고 할 수 있고, 감성적인 범주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은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발명가나 예술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도 창의력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영양성분·맛까지 고려한 요리법 창안]

국제 지적재산권 기구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영국 서레이 법대의 라이언 애보트 교수가 올해 2월 발표한 논문이 흥미로운 이슈를 제기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명을 한 경우 발명자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애보트 교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명했다고 인정할 만한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1994년 공개된 ‘창의 기계(creative machine)’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스스로 칫솔을 설계하고, 테러리스트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05년 개발된 ‘발명 기계(invention machine)’라는 프로그램은 유전자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새로운 기계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IBM 왓슨 시스템은 재주가 많은데, 영양성분과 맛까지 고려한 새로운 요리법을 창안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면 그 기술의 특허권을 해당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에게 부여해야 하는지 인공지능 프로그램 자체에 부여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원래 특허권, 저작권과 같은 지적 재산권은 창의적 활동을 실제로 수행한 주체에게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창의적 활동의 산물에 대한 배타적인 사용 권한을 발명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창의적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다.

1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로 렘브란트의 화풍을 모방해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이 그린 자화상.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권을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실제 발명주체가 아닌 제삼자에게 특허권을 주는 셈이 된다. 프로그램 개발자는 비록 인공지능 프로그램 자체는 만들었지만, 그 프로그램이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재현하거나 개량시킬 재주는 없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그 기술을 어떻게 개발했는지 속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보트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숭이가 셀카 찍으면 저작권은 누구에게]

인공지능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한 법정 소송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원숭이 셀카 소송건이다. 데이비드 슬래이터라는 사진작가가 나루토라는 원숭이로 하여금 셀카를 찍도록 했다. 슬래이터는 원숭이 나루토가 찍은 셀카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자신이 가지려고 했다. 미국 저작권 사무소에서는 이런 경우는 저작권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PETA라고 불리는 동물윤리단체에서 오히려 원숭이 나루토에게 저작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미국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올해 1월 미국 연방 지방법원의 윌리엄 오릭 판사가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는 지적재산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거부했고 현재 상급 법원에 항소 중이다.

2011년 원숭이가 사진 작가의 카메라로 찍은 셀카가 인터넷에 퍼지자 저작권을 놓고 논쟁이 일었다.



올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네덜란드 연구진과 함께 발표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인공지능이 예술적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딥러닝이라고 불리는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하여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렘브란트 작품의 화풍 요소를 학습시켰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도록 주문했더니, 학습한 화풍을 구사해서 마치 렘브란트 작품처럼 느껴지는 그림을 그려냈다. 구글도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모사하도록 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자신의 학습 기억에 들어있는 형상과 고흐의 작품을 연결하여 매우 독특한 작품을 그려냈다. 이 작품들은 마치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내면 세계 즉 꿈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딥드림이라고 불린다.



구글 인공지능이 그린 작품 29점이 올해 2월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소에서 팔렸다. 지난해 여름 미국 예일대 도냐 퀵 교수가 개발한 쿨리타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음악 작곡에 대한 튜링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인정된다. 튜링시험은 현대 컴퓨터 이론의 창시자인 앨런 튜링이 주장한 것으로서 인공지능의 지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인다. 100명의 청중에게 쿨리타가 작곡한 음악과 사람이 작곡한 음악을 섞어서 들려준 후 사람이 작곡한 것을 집어내도록 주문했다. 오히려 쿨리타가 작곡한 음악이 더 많이 선택되었다. 가장 창의력이 필요한 영역으로 인정받는 예술적 창작활동을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뇌 여러 영역 상호작용으로 창의력 발휘]

창의력은 뇌의 어느 영역이 담당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고전적으로는 좌뇌가 합리적, 계획적 활동을 주관하고, 우뇌가 감성적, 창의적 활동을 주관한다고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뇌영상판독이나 생화학 분자실험을 통해 좀더 자세하게 창의력의 근원을 탐사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서는 픽쇼너리라는 게임을 이용하여 창의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추적한 바 있다. 픽쇼너리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진 단어를 제시하면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게임이다.

2 렘브란트풍 그림과 프로그램 코드를 오버랩시킨 사진.



예를 들어 ‘탈진’이라는 단어를 주면 ‘비틀거리는 사람’을 그려서 형상화하는 식이다. 단어로부터 그림을 구상하는 활동에 창의력이 동원된다고 전제하고 뇌영상을 판독한다. 좌측 전전두엽이 억제되고 소뇌가 활성화되는 것이 관측되었다. 좌측 전전두엽은 계획적, 논리적 사고활동을 담당하는 영역이고 소뇌는 신체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플로리다 대학의 케네스 헬만 교수팀은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는 부신수질호르몬이 감소한다는 것을 밝혔다. 부신수질호르몬은 기억을 상기할 때 많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창의력이 발휘될 때는 계획적인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기억이나 경험에 집착하지도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통적인 위계 질서나 편견에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의력이 활발하게 발휘된다는 과거의 인지심리학적 관찰과도 상응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창의력의 구체적인 발현 메커니즘을 아직 밝히지는 못했지만, 뇌 과학자들은 특정 뇌 영역이 독자적으로 창의력을 담당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뇌 전체의 여러 영역 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력이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로봇 코다의 설명을 듣던 김길동씨는 더욱 고민에 빠졌다. 창의력의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니 도대체 어떤 진로를 조카에게 권해야 할 것인가?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인공지능이 침범하지 못할 영역을 애써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공지능의 개입을 받아들이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현명한 것 같다. 조카에게는 미래에 유망한 진로 분야를 찾기 위해 저울질하지 말고, 자신의 보람과 흥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라고 조언하기로 했다.



 



이도헌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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