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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연재소설] 신비한 비밀 안고 다시 이스터 섬으로

네피림이 수리를 쳐다보았다.

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62> 돌아온 마루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죠?”

“왜 너희만이 폴리페서의 창조물이라 생각하지?”

“아….”

순간 수리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언가 머리를 강하게 때린 듯 찡했다.

“아메티스트와 같은 종류의 창조물이 그곳에 살았다.”

“바로 이스터, 이스터 섬이군요.”

수리는 이제야 네피림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네가 자꾸 이스터 섬에 끌리는 이유는, 너의 유전자 정보와 많은 부분 일치하는 생명체가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야.”

“좋아요. 난 네피림, 당신을 믿어요. 카치나를 주겠어요.”

수리가 결심했다. 하지만 골리 쌤이 수리를 말렸다.

“안 돼. 수리야. 그걸 넘기면 우리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지 몰라. 우리도 신이 될 수 있어. 수리야. 잘 생각해 봐.”

골리 쌤은 카치나가 어마어마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부귀영화를 가져다 줄 것만 같았다. 수리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아무도 신이 될 수 없어요. 또 신을 만들 수도, 꾸며낼 수도 없어요. 그래서 이런 건 필요 없어요. 쌤, 인류는 이런 것 때문에 인류가 아니에요. 인류는 다른 이유 때문에 위대한 인류가 된 거예요.”

“그게 뭔데?”

골리 쌤이 화를 냈다.

“그건 차츰 알게 될 거예요.”

수리가 이렇게나 말했지만 골리 쌤은 여전히 강하게 반대했다.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우주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야. 주면 안 돼. 절대 안 돼. 내 이기심과 욕심 때문이 아니야.”

그러나 수리의 결심은 확고했다. 수리는 네피림에게 부탁했다.

“다만… 그 게놈 지도를 보고 싶어요.”

네피림은 알쏭달쏭하게 답했다.

“네가 보았을 수도 있고, 네가 보게 될 거야.”

수리는 다시 갈등했다. 어쩌면 이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몰랐다. 사비, 아메티스트, 모나, 골리 쌤, 썸 모두 수리만 쳐다보았다. 수리의 결정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모나!”

수리는 모나를 불렀다. 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리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의미였다. 모나는 카치나 쪽으로 다가갔다. 사비와 아메티스트도 카치나 쪽으로 갔다. 그리고 골리 쌤이 느린 걸음으로 따랐다. 모두 카치나를 들었다.

그때였다. ‘쿵쿵 쿵쿵’ 천둥 소리가 났다. 어느새 스타게이트가 다시 열렸고 그 문으로 괴물아기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괴물아기들은 바다에 몸을 던졌지만, 바닷물은 그리 깊지 않았다. 괴물아기들의 허리춤까지 물이 찼다. 네피림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눈꺼풀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괴물아기들은 바닷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닷물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바닥이 드러났다. 황금과 수정 조각들이 바다 전체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수리가 네피림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해주기를 바랐지만 네피림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마루는요? 마루만이라도 도와주세요. 되돌려 주세요.”

수리가 마구 외쳤다. 순간 감던 눈을 멈추었다. 네피림은 천천히 말했다.

“수리야, 이미 돌아왔어.”

네피림의 눈은 이제 완전히 감겼다. 그리고 그만 사라졌다.

바닷물을 다 마신 괴물아기들은 그사이 몸뚱이가 점점 커져서 열기구만 해졌다. 엄청나게 커진 괴물아기는 잠시 주춤하더니 곧이어 용수철처럼 휘리릭 튀어오르며 전속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먼 하늘에서 번쩍번쩍 폭발하는 빛이 보였다.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수리야, 무슨 일일까?”

사비의 목소리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폭탄이 된 거야. 폭탄….”

수리의 음성은 무거웠다. 아메티스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엇을… 폭파하려고? 혹시 우리들 집에 간 건 아니겠지?”

“그건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가 거쳐온 모든 세계를 파괴하고 있어.”

사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돌아갈 집도 없어진 건 아니겠지? 난 너희와 함께 오메가 고고학교에 다니려고 했는데….”

아메티스트는 절망했다.

“나를 찾지도 않아?”

마루였다. 마루가 씨익 웃고 나타났다.

“마루! 어떻게 된 거야!”

골리 쌤은 마루의 볼에 뽀뽀를 쏟았다.

“쌤은 비위도 좋나봐요. 돼지 냄새 안 나요?”

수리가 골리 쌤을 놀리는 척 했지만 마루를 보니 너무 반갑고 기뻤다.

“스타게이트를 넘어오면서, 마루는 이미 정상으로 돌아온 거였어.”

모나도 마루를 보고 반가워했다.

“그런데… 저거 혹시, 초신성이야?”

마루가 물었다. 순간 수리는 머리에 번개라도 맞은 듯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마루야. 네가 분홍 돼지가 되더니 득도했나 보다. 아니면 천재가 된 거야? 우리 마루가 아인슈타인이 되었어.”

수리는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모두 수리가 왜 이렇게 웃는지 몰랐다. 그저 웃음을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폴리페서는 우리가 거쳐왔던 세계 하나하나를 파괴했지. 그건 결국 별이었어. 별…. 그 별은 결국 다시 새로운 별로 탄생하는 거야. 괴물아기들이 폭파시킨 별도 모두 새로 태어날 거야. 지금 폴리페서는 별을 파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스스로 새 별을 만들고 있는 거야. 멍청하게 말이지. 하하하.”

수리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했고 폴리페서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리는 마루를 으스러지게 껴안고 웃었다.

“마루야. 내 친구, 마루야! 사랑해!”

마루도 얼떨결에 수리를 따라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오늘, 다들 왜 이래? 하긴 내가 천재이긴 하지. 우하하.”

“그만 웃어. 진짜 폴리페서야.”

아메티스트가 조용히 말했다.

수리에게 카치나를 받은 네피림은 사라지고
괴물아기들이 줄지어 나타나더니
저 먼 하늘로 날아가 폭발해 버린다
그리고 폴리페서가 득의양양하게 나타나는데

감춰져 왔던 폴리페서의 눈물
폴리페서는 승리자의 미소를 띠고 당당하게 나타났다.

“내가 파괴하는 세계를 보았지? 내 힘을 보았지?”

수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폴리페서에게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폴리페서는 파괴한다고 말했지만 그 파괴 속에는 탄생도 있었다. 하지만 폴리페서에게 그 신비한 비밀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어서 카치나를 내놔.”

폴리페서는 카치나를 빼앗기 위해서 쫓아온 것이었다. 수리는 모나를 쳐다보았다. 모나가 고개를 저었다.

“어쩌지? 벌써 내 손을 떠났는데?”

수리의 말에 폴리페서의 입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총 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폭풍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무서운 속도였다.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이 밀려왔다.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우리는 그만 가자. 저 자를 상대할 시간이 없어.”

수리는 휘파람을 불었다. 작아졌던 스키드블라니르가 수리 앞에 나타났다. 스키드블라니르도 휘청거렸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모두 스키드블라니르에 탔다. 점점 커지는 배를 향해 수리가 외쳤다.

“날아라! 스키드블라니르! 나의 배여!”

그리고 드디어 날기 시작했다. 수리는 폴리페서에게 경례하곤 득의양양하게 웃어주었다. 폴리페서는 폭풍 속에 혼자 서서 수리를 노려보았다.

수리는 계속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웨고난 뱀 안개에 숨어서 쫓아오는 건 알지 못했다.

52 09 52 09 42 532 52 09 42 532 42 532 N 13 N 13 13 12 13 12 69 W 69 W 360 72 360 72 30 12 259200 12 25920 1967 25920 1967 05 06 05 06 45 04 45 04 05 04 05 04 Nui Here

수리의 머릿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네피림이 말한 게놈이 바로 이 숫자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어떻게 게놈이 될 수 있을까? 머리가 점점 복잡해졌다. 아직 확실한 건 없었다.

“내가 폴리페서의 약점을 알려줄까?

마루가 수리에게 말했다.

“뭔데?”

“분홍 돼지로 있을 때 봤어. 폴리페서가 우는 걸.”

마루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 비웃었다. 말도 안 된다는 의미였다. 폴리페서가 어떤 사람인데…. 눈 하나 깜짝 않고 살인도 저지르는 자였다. 잔인한 그가 운다는 건 믿을 수 없었다.

“진짜야. 그가 왜 분홍 돼지를….”

순간 모두 마루를 주목했다.

“엄마가 분홍 돼지였다는 거야. 그래서….”

마루는 친구들의 눈치를 봤다. 친구들은 마루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루는 위축되었다.

“엄마가 분홍 돼지였다고 치자. 그런데 왜 먹어?”

골리 쌤이 한숨을 푹푹 쉬며 물었다.

“그건… 먹는 게 아니야. 그건 소문이야. 그는 스스로 창조자라고 했잖아? 분홍 돼지의 유전자와 누이족의 유전자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다고 해. 아니, 들었어. 돼지들한테.”

마루는 자꾸 자신이 없어졌다.

‘“넌 돼지들하고 말도 해?”

사비는 이제 따지듯이 굴었다.

“봐봐. 폴리페서는 눈도 나빠. 거의 장님 수준이지. 그리고 몸뚱이도 보라고. 돼지 몸통이잖아? 다리가 짧은 게 비율도 엉망이고. 어쩌면 그도 GMO(유전자변형농산물)야.”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GMO? 평소에 공부도 안 하는 주제에 전문용어 날리네?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런데 왜 울어? 말해 봐! 어서!”

이제는 아메티스트까지 마루를 몰아붙였다.

“분홍 돼지 엄마가….”

“이따위 해괴망측한 소설 그만 듣고… 그런데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야?”

골리 쌤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거의 다 왔어요, 보세요.”

저 아래로 섬이 보였다. 꽤 큰 섬이었다. 해안가에 거인석상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게 보였다. 붉은 모자를 쓴 거인석상들이었다. 이스터였다.

다음 호에 계속

 
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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