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부탁받지 않은 조언은 비난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직장생활 비결... 자기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아재 개그가 유행이다. 다소 썰렁하지만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 지난 번 모임에서 들은 아재 퀴즈가 생각난다. 공처가가 성공하는 이유를 알아맞히는 거다. 답은 썰렁했다. 첫째, 공처가에겐 직장생활이 집보다 더 쉽다. 둘째, 공처가는 듣는 훈련이 잘 돼 있다. 그래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썰렁하다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담겨 있는 의미가 만만찮다.

글로벌 기업에서 부사장까지 승진하며 성공한 직장생활을 했던 A코치가 직장생활의 비결에 대해 말했다. “말대꾸를 한 마디라도 하면, 삼일 동안 단식하는 시어머니를 29년 간 모시고 살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묻어두고, 시어머니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고 살았습니다. 시집살이에 비하면 직장생활은 너무 쉬웠습니다.” 가슴이 짠해지는 말이지만 교훈을 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비결이라는 거다.

S씨를 코칭했을 때의 일이다. S씨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직장 상사에 대한 불평과 부하직원에 대한 불만, 남편에 대한 비난, 자식들에 대한 아쉬움 등 온갖 얘기를 쏟아냈다. 난감했지만 끝까지 들었다. 무려 3시간 동안. 다음 날 오후에 문자가 왔다. “코치님, 어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잠을 푹 잤습니다. 고맙습니다.” 코칭을 받고 난 사람들은 대부분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들어준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행동’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듣는다는 건 과연 뭘까?

 
경청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행동

D기업 A상무 얘기다. 입사한 지 1년 된 딸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딸이 말했다. “아빠, 우리 팀장 이상한 사람이야. 나에겐 허드렛일만 시키고 불필요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내가 한 일을 자기가 한 것처럼 가로채기도 해요.” 아빠가 무심코 말했다. “그럴리가 있나? 네가 뭘 잘못했겠지.

너희 회사 팀장이 되려면 실력과 인품이 상당해야 할 텐데, 그 사람이 그러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네가 뭘 오해한 게 틀림없어.” 딸이 큰소리로 울면서 말했다. “아빠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 엉엉엉…. 우리 팀장보다 아빠가 더 나빠!” 아빠는 딸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말했지만 아빠의 말은 딸에겐 비난으로 들렸다. 예전에 ‘누가 물어봤어?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조언이나 충고를 싫어한다.

내가 우스개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3일 만에 주변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만드는 비결을 알려드릴까요? ‘그게 아니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 됩니다. 누가 어떤 말을 하던지 일단 ‘그게 아니지’라는 말을 먼저 하세요. 그러면 3일이 지나면 모든 사람들이 적이 되어 있을 겁니다.”

협상이론에 따르면 일단 반대하고 나서 이유를 밝히는 ‘노비코즈(No because)’의 순서로 말하면 협상이 결렬되기 쉽다고 한다. 반대로, 먼저 상대방의 말을 인정하고 난 후에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예스 앤드(Yes and)’의 순서로 말해야 좋은 결론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제자 L이 내 성대모사를 했다. 충격을 받았다. 내 특징은 ‘아니지!~’였다. 크게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지!~’라고 말하는 게 그에게 각인된 나의 특징이었다. 얼마나 큰 모순인가? 자신이 하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걸, 스스로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니…. 그 성대모사 이후 각별하게 노력했다. 정말 어려웠다. 의식하지 않으면 저절로 ‘아니지!~’라는 말부터 튀어 나왔다. 오랜 노력 끝에 이젠 ‘아니지!’라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 정말 힘들었다.

선배 N코치는 인품이 좋기로 소문 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매우 좋아한다. 그의 성대모사는 ‘힘들었겠다!~’ ‘기분 좋았겠다!~’였다. 일단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주는 말부터 먼저 하는 게 제자 L에게 포착된 그의 특징이었다. N코치와 대화하면 상대방은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를 좋아한다. 상대방의 말에 반대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게 그의 비결이다.

딸이 거실에서 통화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딸은 ‘진짜? 와! 대박! 헐!’ 이 네 단어를 반복하면서 통화하고 있었다. 무려 30여 분 동안 통화했다.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 이게 바로 대화의 비결이다.

듣는다는 건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충돌한다. 코칭에서는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고 듣는 것’을 최고의 경청 방법으로 여긴다. 철학자 훗설은 잘 듣기 위해선 ‘에포케(epoche, 자신의 경험에 의한 판단 중지)’하라고 했다. 또 장자는 ‘심재(心齋, 마음을 굶긴다)’하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무분별(無分別,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최고 깨달음의 경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건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 젊은 사람들 하고는 말이 안 통한다’ ‘세대차이가 많이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에는 ‘내가 옳고 젊은 사람들이 틀렸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이래선 소통이 어렵다. 마음속으로 젊은 사람들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사에 지적하고 조언하고 충고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면 ‘토를 단다’고 지적하고 ‘부정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런 어른들을 빗대어 ‘꼰대’라고 한다.
 
자기만 옳다고 고집하는 게 소통의 걸림돌
나는 젊은 사람들과 비교적 대화가 잘 되는 편이다. 그들과 생각이 다를 때, 조언하거나 충고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비난은 더욱 금기다. 사실, 나이가 많다거나 젊다는 건 소통의 장애물이 아니다. 나이를 초월해서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게 소통의 걸림돌이다.

선배 Y가 대표적이다. Y선배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겐 사고가 경직되어 있다고 말하고,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에겐 경륜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Y 선배는 항상 자기만 옳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이 싫어한다. 대화하기가 너무 어렵다. 꽉 막혀 있는 벽처럼 느껴진다.

Y 선배처럼 자기만 옳고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일컬어 ‘확신의 덫’에 걸려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기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조언하고 충고한다. ‘부탁 받지 않은 조언이나 충고는 비난’이라는 걸 모른다. 조언이나 충고에는 상대방은 틀렸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언하고 충고하는 거다. 그러나 명심하자.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부탁받지 않은 조언은 비난일 뿐이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