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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오사무 스즈키 회장] 나를 앞지른다면 머리 숙이고 물러난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전설 스즈키 오사무(86)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장남 스즈키 도시히로(57) 사장에게 완벽하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스즈키는 올 5월 연비 부정 조작으로 휘청거렸다.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책임을 지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아들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에게 정말 경영권을 넘겨줬는지 의문이 남는다. 환경규제 강화와 자율주행시스템 확산 등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사업 환경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차를 중심으로 인도 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한 스즈키도 거친 파도 앞에서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의 진정한 경영권 승계는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동양경제]가 오사무 회장을 만났다.
2015년 6월 30일 사장 교체 관련 기자회견에서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장직을 물려주고 회장 겸 CEO가 된 오사무는 최근 스즈키의 연비 조작 문제로 CEO 자리도 내놨다. 왼쪽은 새로 사장 겸 CEO가 된 아들 스즈키 도시히로.

2015년 6월 30일 사장 교체 관련 기자회견에서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장직을 물려주고 회장 겸 CEO가 된 오사무는 최근 스즈키의 연비 조작 문제로 CEO 자리도 내놨다. 왼쪽은 새로 사장 겸 CEO가 된 아들 스즈키 도시히로.

CEO 교체 회견에서 스즈키의 기업 규모가 ‘원맨(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을 넘어섰다’는 말을 했다. 연비 부정이 발생한 것도 원맨 경영의 한계인가?

연비 조작 책임지고 CEO 자리 사임…
“경영권 완전 이전 5년 정도 걸릴 것”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연비 문제는 준법 정신이 결여된 때문이다.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이므로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법률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이는 독재와는 또 다른 문제다. 직원들의 공부가 부족했다.”

연비 수치에 문제는 없었다.

“연비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정부가 정한 규정을 따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해가며 위조한 것은 아니다. 딱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을 취한 것이었기에 연비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수직적인 회사 구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떤 조직이든 수직적이다. 대각선이나 수평적 구조는 없다. 그렇지 않은 조직이 어디 있겠나?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연락이 취해지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기술팀은 기술팀대로, 품질보증팀은 또 그대로 각자의 일만 했다. 다른 부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선의든 악의든 기업의 집단성이 결여된 게 맞다. 이는 반성해야 한다.”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이 CEO를 겸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사무 회장이 실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0년 가까이 계속 해온 일이니 1년, 2년 새에 될 리가 없다. 최저 5년은 걸리지 않을까?”

권한을 이행하는 데 5년은 걸린다는 소리인가?

“그쯤 지나야 ‘팀 스즈키’가 되지 않을까? 임원도 간부도 지금껏 내 말에 무조건 따라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침묵은 금’이라는 발상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할 말은 하고 마음껏 논의해야 발전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40년의 경력이 있다. 그들은 나보다 경험이 적다. 내 의견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려면 어지간한 노력 없이는 안 될 것이다.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길지, 그들이 좀 더 공부해서 이길지. 내 생각에는 전쟁이다. 그럴 기력이 없다면 그저 불평일 뿐이다.”

나(오사무 회장)를 이겨보라는 얘긴가?

“맞다. ‘그래, 나를 이겨봐. 그러려면 더 공부해라. 나도 반성할 테니 너희들도 반성해서 이겨라’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경합이 생기고 경쟁 원리가 빛을 발한다. 내가 침묵을 지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치자. 회사가 어떻게 되겠는가? 시시한 논의만 할 것이다. 기업이란 집단은 항상 경쟁이다. 옆 사람이 입사 동기라면 그건 경쟁 상대이자 라이벌이다. 상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를 이기라’는 말은 도시히로 사장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당연하다. 나는 토·일 중 하루는 거의 출근한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하루에 25시간 일할 수는 없다. 24시간 중 얼마나 일할 것인가? 지적 노동과 육체 노동 모두를 해야만 한다. 탁상 계획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현장을 간다. 이번에 일어난 연비 조작 문제로 나는 47개 도도부현(일본의 광역자치단체)을 돌며 판매점의 이야기를 듣고, 사과를 드렸다. 사과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연비 문제에 대한 사과다. 또 한 가지는 우리의 영업정책이 잘못된 것에 대한 사과다. 그리고 신생 스즈키는 이러이러한 영업정책을 펼칠 거라고 비전을 피력하고 있다.”

영업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기본적인 영업정책의 문제다. 최근 7~8년 간 판매점을 적으로 돌렸다. 스즈키의 매출 중 80%는 판매점에서 나온다. 대기업과 달리 스즈키는 자동차 업체 중 후발 주자다. 13번째에서 12번째가 되고, 11위, 10위를 거쳐 5번째가 됐다. 상품기획 등 자체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절반은 판매점의 노력이다. 판매점의 협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본사는 ‘우리가 너희에게 차를 팔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니 감사하라’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자연히 판매점과의 사이에 감정의 벽이 생겼다. 과거 10년 간 일본 국내 영업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2014년 9월 무렵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이듬해 1월에 17개 항목에 걸쳐 내수 영업 지표를 조사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하향세였다. 판매점 자체가 줄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내 ‘감퓨터(직감+컴퓨터)’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건 경험의 산물이다.”

회장의 경험이 많은 것은 잘 알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사장 이하, 차세대가 빨리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내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왜 불가능한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재차 강조하지만 더 공부하고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은행처럼 기업 경영 시스템이 전부 완성된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 같은 기업엔 어딘가 구멍이 있다. 매출이 1조엔 규모였을 때에는 구멍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3조엔이 되고 판매량이 300만대가 되고, 지구 반대쪽까지 차를 팔러 갔다. 그만큼 사업 영역이 넓어졌다. 성장하는 동안 구멍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 허점을 발견해 메우고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발표했을 때 취임 직후였던 토요타 아키오 사장은 스스로 공청회에 출석했다. 이 경험이 경영자로서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토요타 사장 자신도 ‘터닝포인트’였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연비 문제 이후 사과를 겸한 판매점 순회는 사장이 해야 할 일이 아니었나?

“사장은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막고, 조직을 잘 다독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장은 기술자 출신이니 우선 기술적인 부분을 잘 챙길 것이다. 내가 시험장(테스트 코스)에 간들 제대로 된 조언이나 지시는 불가능하다. 조직이 커졌으니 뭐든 사장에게 넘기는 건 무리다. 사장이 뭐든 다 할 수 있다면 나나 하라야마(스즈키 부회장)가 그만둬도 상관없다. 하지만 아직은 사장을 어느 정도 커버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세븐&아이 홀딩스나 소프트뱅크그룹, 오오츠카가구의 사례는 경영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보여준다. 오사무 회장에게 승계란?

“지극히 단순한 문제다. 젊은 세대가 선대를 뛰어넘으면 그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권력이나 권한만 주장하고 실행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다음 세대는)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스즈키는 기술자 출신 사장이니 자율주행만큼은 타사에 지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면 설사 영업은 모른다 쳐도 일류 사장 대접을 받을 것이다. 리더 혼자서 모든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술도 일류, 영업도 일류, 경영도 일류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38년 간 수장을 맡아왔다. 지금은 어떤 시기인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스즈키는 1920년에 창업했다. 1950년 대규모 노사분쟁이 있었고, 1975년엔 배기가스 규제 대응에 실패했다. 대체로 25년 주기로 위기를 맞았다. 2000년은 내가 사장이 된 해다. 신경을 바짝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경차 규격 변경이라는 위기가 닥쳤다. 그런데 다음 위기는 더 빨리 찾아왔다. 바로 지금이다. 자율주행의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만 회장은 이제 CEO가 아니다. 무엇보다 직함과 관계없이 더욱 회장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

“그래서 더욱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극에 반응하지 않으면 큰일이다.”

한발 물러날 생각은 없는지?

“한발 물러날 거라면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 한 달에 100만엔 정도 받으며 매일 골프나 치고 말이다. 그게 나도 편하다. 하지만 매출 3조5000억엔(약 38조원)까지 성장한 회사를 못 본 척하고 나 혼자 세상 편하게 살라니 그건 사회적 사명을 다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회장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한발 물러서 주변을 밀어줘야 하지 않나?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다면 퇴직금을 쏙 챙겨 물러나야지. 우리는 퇴직금 제도가 없지만(웃음). 중소기업이라면 그럴지 모르나 이미 커 버린 회사는 다르다. 나는 기꺼이 해고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경영진이 ‘당신, 필요 없으니 그만두시오. 당신이 없어도 잘 성장해갈 테니’라고 실적을 보여준다면 나도 그만두겠다. 그것이 경영자로서 최고의 마지막이다. 그러나 지금의 스즈키는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건 당연하다. 사장을 교체한 지 이제 2년째니까. 좀 전에 이야기했듯이 5년은 걸린다. 20년이 걸린다면 문제지만.”

5년 후면 90세다.

“그렇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90세가 된다. 그러니 한발 물러나 달라고? 농담하지 말아라. 나는 돌진해 갈 것이다. 그러니 억울하면 나를 앞질러라. 앞지른다면 나는 머리를 숙이고 물러나겠다.”

다음 세대에 쉽게 넘겨줄 수 없다면 타사에는 더욱 넘겨줄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독일 폴크스바겐이 접근했다 떠나갔다. 항간에서는 도요타와의 제휴 이야기도 나온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유아독존은 어림없다. 스즈키의 1400억엔, 1500억엔 연구비로 자율주행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겠는가? 적들은 수조원을 쓰는데. 결국 다른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 방책은 무엇인가?

“그건 새 사장이 생각할 것이다. 40년 간 묵힌 때를 벗겨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고, 새 사장은 새로운 페이지를 펼쳐가면 된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보수하려면 매출을 늘려야만 한다. 이익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무엇을 고치든 돈이 필요하다. 독립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근육질 체력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사장 교체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일은 내가 한다. 미래의 일은 새 사장이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지 않나? 미래의 일도 회장이 할 생각 아닌가?

“미래의 일은 대외적인 문제가 많다. 당연히 그에 대해서는 도와줄 것이다. 내가 가진 경험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게 할 것이다. 그건 필요하다.”

도요타에서는 도요타와 토요타가(家)의 관계가 화제다. 스즈키와 스즈키가(家)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도시히로 사장에게는 아들이 있는데.

“나는 도시히로 사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다. 후대는 또 후대 나름대로 결정하면 된다.”

경차 넘버원 자리를 다이하쓰공업에 뺏긴 지 오래됐다.

“2006년까지 V33(33년 간 경차 점유율 1위)였다. 그러다 2007년 다이하쓰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년 2위다. 만년 2위라는 것은 무사 평온하지 않나? 어쩐지 편하기 때문에 머물러 있게 된다. 지금은 1위가 될 만한 힘이 없다. 타사 딜러가 우리 차를 팔고 있다. 그건 절대 좋지 않은 일이다. 타인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만든 것은 우리가 팔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손을 내밀어 준다고 ‘우리 것 좀 팔아줘요’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주문자부착생산(OEM)도 그렇다. 물론 내가 처음 OEM을 추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중이 적었지만 지금은 전체의 20~30%에 이른다.”

오랫동안 경차 시장을 지켜온 신적인 존재다. 그러나 2015년 세율이 인상된 것처럼 경차 우대 경향이 갈수록 사라질 것이다. 그에 대한 위기감은?

“경차 우대는 당연한 일이다. 경차는 일본의 국민차로 탄생해 60년 간 그 역할을 해왔다. 배기량이나 길이, 폭 등 여러 제한 속에서도 안전대책 등 여러 가지로 정말 노력했다. 그러나 세금 균형이 맞지 않다며 경차의 역할을 무시해선 안 된다. 솔직히 배기량 3000cc, 5000cc 차량은 일본 국토를 생각한다면 필요 없다.”

유럽과의 경제연계협정(EPA)을 체결하려면 경차 우대 제도를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은 이미 수입세를 10% 떼고 있지 않는가? 자기들은 10% 수입세를 받으면서 경차는 싸다, 우대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터무니없다. 오히려 유럽이 우대 아닌가? 경차가 우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경차는 가난한 서민의 차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싸고 좋은 경차를 개발하기 위해 기술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증권이나 부동산도 다 세부적으로 세금 우대 혜택이 있다. 어째서 경차만 우대라고 할 수 있는가?”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 1930년생으로 스즈키 2대 사장인 스즈키 슌조의 사위로 1958년 스즈키에 입사했다. 1978년 48세의 나이로 사장에 취임했다. 회장 전임 시기를 포함해 38년 간 스즈키를 이끌어왔다. 인도 진출 등에 성공해 매출을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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