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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촛불집회] "미국에서도 촛불시위 동참합니다" 존스홉킨스 학생들의 시국선언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모인 100만 촛불을 뉴스를 통해 봤습니다.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외국에 나와 있어 그저 죄송하고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19일에 다시 모일 촛불의 행렬에 저희의 마음도 더하고 싶어 먼 곳에서나마 촛불을 밝힙니다.”

허탈과 상실감 느낀 유학생 136명 '시국선언' 동참
강의에 '최순실 사태와 광화문 촛불' 등장하기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19일 촛불집회를 사흘 앞둔 16일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유학생 30여명이 모여 시국선언문 낭독과 촛불 행사를 가졌다. 시국선언에는 존스홉킨스 재학생 108명과 동문 24명 등 136명을 포함해 교직원과 지지자까지 총 173명이 서명했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강고은(22·의예과정 분자세포생물학4)씨는 “지난 12일 광화문 집회에 고3인 동생이 참가해 100만 촛불 행렬을 찍은 사진을 보냈다. 나 역시 이 사회의 변화를 원하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자각에 이번 일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일개 사인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했으며 정부 내 인사결정 등 국정에 관여하도록 하는 유례없는 과오를 범했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남용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들을 무시하며 국민의 주권을 침해했다. 이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모욕”이라 비판했다.

성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퇴진,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성역 없는 조사와 수사 과정의 투명한 공개, 모든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존스홉킨스 유학생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사사로운 관계에 얽매여 국가의 중대한 결정을 맡겨버렸다는 사실에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한규상(21·의예과정 화학분자생명공학3)씨는 “미국에 유학 온 지 8년 간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지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처음으로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이번 사태는 존스홉킨스의 강의 주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번 학기 수강 중인 사회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권력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를 설명하며 한국의 광화문 촛불 집회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반대 시위를 소개했다”고 전했다. 그는 “광화문 촛불 시위를 이끌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150명 이상 수강하는 대형 강의에서 우리나라가 이런 사례로 소개된다는 사실에는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나영 (22·영화미디어학 석사1)씨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사태로 미국 역시 어느 때보다 정치 이슈에 관심이 높다”며 “학생은 물론 교수님들도 한국의 이번 사건을 보며 분노를 느끼고 해결책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시국선언문은 그 결과 중 하나다. 유학생들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공정한 사회를 위해 일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6일 시국선언 현장에 외국 학생도 참여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티나 후앙(19·신경학2)씨는 “12일 서울 광화문에 100만명이 평화롭고 단합된 모습으로 시위하는 장면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한국 학생들에게 좀더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굉장히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존스홉킨스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를 조직한 강고은씨는 “이번 시국선언은 136명의 재학생과 동문이 주축이 됐으며, 존스홉킨스 한인학생회나 총동문회 등 기존 존스홉킨스대학교 소속 특정 한인 단체나 학교 전체를 대표하는 의견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시국 선언문 전문]
존스홉킨스대학교 136인의 시국선언문

지난 12일 밤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100만 개의 촛불이 밝혀졌다.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고국을 떠나 있어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음이 통탄스럽다. 시국선언에 함께하는 136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불빛에 하나의 촛불을 더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정치의 목적이 국민의 안녕에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4년간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최순실 국정농단 개입 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지 않은 일개 사인에게 국가 기밀을 누설했으며 정부 내 인사 결정 등 국정에 관여하도록 하는 유례 없는 과오를 범하였다.

이로 인해 정계, 재계, 문화체육계를 막론하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범사회적 부정부패가 발생했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남용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들을 무시하며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였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세월호 참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매번 박근혜 정부는 침묵했고 논점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 시간에도 비선실세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검찰은 보여주기식 수사로 대응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국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태도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모욕이다. 소통을 거부하는 현 정부에게 더 이상 정당성은 없다.

광복 이후로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이룩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우리 국민의 피와 땀의 산물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 업적을 모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삼권분립, 절차와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권력이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몰락한 이 현실에 우리는 분노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체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지금, 국민들이 일구어낸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 존스홉킨스대학교 재학생 108인, 동문 24인과 연구인 4인은 다음을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기만과 위법행위에 대한 대죄, 국정으로부터의 퇴진.
하나, 사태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관한 관련 인물들로부터의 책임 시인.
하나, 검찰의 성역없는 조사와 수사과정의 투명성 보장, 모든 진상 규명 및 그에 따른 엄중한 처벌.

우리는 위와 같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무너진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잡는 일에 계속해서 함께 할 것을 선언한다.

2016년 11월 16일
시국선언 서명인 13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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