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낙태 논란

낙태수술 찬반 공방
찬성 쪽 “수술 막으면 비용만 치솟아”
반대 쪽 “저출산 심한데 낙태 하다니”

반발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정부가 지난 11일 없던 일로 했다. 하지만 여진은 계속된다. 블랙 웨이브가 20일 서울 명동에서 시위를 벌인다. 앞으로도 이런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진오비 대변인이었던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2009년 10월 동료 산부인과 의사들을 고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누구도 낙태 시술을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려 했는데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낙태를 안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아이 중심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남자에게 양육권을 강제해 여자한테만 책임을 묻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도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 합법적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히자는 주장에 동의한다.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낙태를 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그 이유들 중 범위를 좁혀 어쩔 수 없는 사유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고 감시를 철저하게 하면 된다. 낙태가 안 되는 사유에 대해서는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낙태 찬반 양쪽 주장에는 교집합이 있다. 남성 양육 책임 강화와 낙태 논의 공론화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은 “낙태 경험 여성은 10년, 20년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낙태 논의 이전에 남성한테 양육의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의 서지영 활동가는 “형법 269조에서 낙태하는 여성만을 처벌하도록 한 것은 남성의 책임을 면해주는 것”이라며 “모자보건법에서 우생학적 사유를 일부 허용해 장애 여성 등이 주변에 의해 낙태를 강요받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과거처럼 낙태 문제를 덮어두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장은 “국가·사회·기업·국민 등 모두가 나와서 낙태 문제 찬반 논쟁을 할 게 아니라 임신·출산의 사회 분위기 조성 같은 공통된 주제를 공론화해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낙태 처벌 강화가 논란이 됐을 때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뒤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일 낙태 합법화…폴란드는 전면 금지하려다 철회
낙태는 세계적 이슈다. 종교나 역사에 따라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1821년 코네티컷주에서 처음 낙태를 금지한 후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주에서 중죄로 다스렸다. 1960년 풍진이 유행해 기형아 발생이 속출하자 낙태 허용 주장에 힘이 실렸다. 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나왔다. 연방대법원이 낙태 권리를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낙태가 합법화됐다. 그후 주별로 달라졌다. 미국 31개 주에서 낙태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낙태금지법이 시행 중이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생명을 중시하는 프로라이프(Pro-life)인지, 선택을 중시하는 프로초이스(Pro-choice)인지 질문을 받는다.
영국은 낙태에 관대했다가 1803년 낙태 여성을 종신형에 처하며 엄격주의로 돌아섰다. 1937년 최고법원의 낙태실태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면 합법화하자고 제안하고, 14세 소녀가 2명의 군인에게 성폭행·강간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낙태에 관대해졌다. 67년엔 합법적 낙태 범위에 임신부의 정신적 건강까지 포함했다.
지난달 폴란드에서는 전면 낙태금지법을 시행하려다 없던 일이 됐다. 가톨릭이 강한 폴란드는 성폭행·근친상간, 임신부의 생명 위협 등을 제외하고 낙태를 금지한다. 몰타와 바티칸은 전면 금지다. 일본은 58년 우생보호법이란 미명 아래 낙태를 실질적으로 자유화했다.
영국은 낙태에 관대했다가 1803년 낙태 여성을 종신형에 처하며 엄격주의로 돌아섰다. 1937년 최고법원의 낙태실태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면 합법화하자고 제안하고, 14세 소녀가 2명의 군인에게 성폭행·강간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낙태에 관대해졌다. 67년엔 합법적 낙태 범위에 임신부의 정신적 건강까지 포함했다.
지난달 폴란드에서는 전면 낙태금지법을 시행하려다 없던 일이 됐다. 가톨릭이 강한 폴란드는 성폭행·근친상간, 임신부의 생명 위협 등을 제외하고 낙태를 금지한다. 몰타와 바티칸은 전면 금지다. 일본은 58년 우생보호법이란 미명 아래 낙태를 실질적으로 자유화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