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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엄마가 태아일 때 뭘 경험했는지 나의 유전자는 샅샅이 알고 있다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352쪽, 1만7000원

‘임신 했을 때 슬픈 일을 겪어 아이의 정서가 불안해졌다.’ 이 문장은 이해가 된다. 그럼 다음은? ‘외할머니가 어머니를 임신했을 때 전쟁을 경험해 나는 지금 큰 소리에 불안하다.’

저자는 두번째 문장도 맞다고 설명한다. 외할머니 뱃속에서부터 어머니의 난소에는 훗날 내가 될 난자의 세포가 들어있다. 외할머니의 기억이 여기에 각인된다. 바로 내 몸에. 또 감정은 생김새보다 더 많이 유전된다. 우리가 부모에게 받은 DNA 중 피부·눈동자 같은 외형과 관련된 것은 2% 밖에 안된다. 98%가 감정·행동·성격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렇게 부모와 그 부모들의 기억·감정이 우리를 만든다. 기억이 몸을 바꾸고, 몸을 통해 기억이 전해진다는 뜻이다. 사람의 기억이 단지 어딘가에 머물렀다 사라지는 대신 유전자를 직접적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남자가 19세에 동사(凍死)하면 30년 후 그의 조카가 19세 즈음부터 지독한 추위를 느끼며 불면증을 겪을 수 있다. 조카가 삼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도 그렇다. 또 엘리베이터나 비행기 안에 사람이 가득해지면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은 치료를 위해 가족의 이력을 캐던 중 조부모와 고모가 아우슈비츠에서 질식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트라우마 유전이 실재하므로 이 사례들 또한 과학적이다. 따라서 저자는 개인의 정서적 문제가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트라우마 치유법으로 부모·조부모의 삶을 이해해보는 것, 가족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로 서술해보는 것 등을 제시한다.

개인의 정서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의 문제고, 더 나아가 사회의 문제라는 게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이 책은 9·11 테러, 킬링필드 학살과 같은 사회적 재앙이 어떻게 후손의 트라우마로 연결되는지를 다뤘다. 단지 내 몸에서 나온 아이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에게도 우리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다. 우리가 지금 이웃에게 끼치는 감정적 영향을 통해서 말이다. 감정이라는 측면에서도 다음 세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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