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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욱하는 순간, 범죄자·일반인 차이는 이것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이수정, 김경옥 지음
중앙m&b
340쪽, 1만4000원

세상에는 도대체 왜 악(惡)이 존재할까.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악이 선(善)과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선의 부재(不在)’ 상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맞더라도 강남역 묻지마 살인,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의 경우처럼 범죄라는 얼굴로 현실에 등장한 악의 모습은 지극히 끔찍하다.

신학자가 ‘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범죄심리학자는 범죄의 원인을 이론으로 만든다. 도서시장에는 범죄심리학·프로파일러 관련 책들이 상당수 나와 있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의 차별성은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범죄심리학의 주요 성과와 한국 사례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특히 책의 6부에서는 한국형 범죄를 다뤘다. 저자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가정폭력, 술에 취한 상태의 범죄 등 한국형 범죄는 가족이 연루된 경우가 많다.

미디어의 ‘단골 출연자’ 이수정 교수는 10년 이상 전국 각지 교도소에서 범죄자들과 면담했다. ‘그들은 왜 악마가 됐을까’라는 질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이 교수가 만난 범죄자들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이 책 프롤로그에서 ‘순간적인 자제력’을 범죄자·일반인을 가르는 차이점으로 지목한다. 1~5부에서 사이코패스·성범죄·정신질환·성격장애·충동조절장애를 다루며 범죄심리학의 성과를 총정리한 이 책의 결론이 ‘순간적인 자제력’의 유무라면 독자는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범죄자들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려면 그들의 심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문제의 출발점을 알아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 [사진 중앙m&b]

범죄자들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려면 그들의 심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문제의 출발점을 알아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 [사진 중앙m&b]

하지만 그게 범죄심리학의 ‘학술적 현실’이다. 아직은 범죄의 원인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게 너무나 많다. 이 책은 1800년대 말에 등장한 범죄심리학이 아직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순간적인 자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이 책 곳곳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존감’이 키워드일 수도 있겠다.

자존감은 ‘내’가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소중한 존재이며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자존감 살리기는 국가·사회·가정의 협업에서 출발한다. 클리셰(cliché)다. 하지만 종종 상투적인 결론에 진실이 담겼다.

이 책은 교양서이자 전문서다. 술술 읽히지만 두툼한 참고 문헌과 보조자료도 수록됐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게 만드는 책이다.
 
프로파일러 십계명 1조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
영화·드라마에 나오는 프로파일러는 멋지다. 이 책의 공저자인 김경옥 박사는 프로파일러다. 프로파일러의 공식용어는 ‘범죄분석 요원’이다. 그는 이 책 끄트머리 쯤에 나오는 ‘프로파일러는 범인의 머리와 가슴으로 현장을 본다’에서 “이래도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습니까”라고 묻는 듯하다.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보통은 심리학·사회학·범죄학 전공자인 프로파일러는 사건 발생 직후 거의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된다. 출동 후 최소 5시간 이상 현장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벽에 일이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모두 쉬는 연휴 기간에도 현장과 사무실에서 분석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파일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열린 마음이다. 프로파일러는 상념에 빠져 수백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황당해 보이는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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