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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늙은이 아홉이 나라를 망치는구나” 루스벨트 한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지극히 당파적인 (Supremely Partisan: How Raw Politics Tips the Scales in the United States Supreme Court)
제임스 D 지린 지음
로우먼&리틀필드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은 매일 회동할 때면 서로 악수를 한다. 1인당 8차례, 전체적으론 36차례 손을 마주 잡는다. 19세기 후반부터의 관례다. 서로를 형제 ·자매 라고 부른다. 단합의 상징이다. 변호사 출신의 저자는 “상징하는 바는 현실과 다르다”고 단언한다. 법원은 당파성에 따라 분열돼 있으며 극단으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축소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실 법원의 정치성은 구문인 주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아홉 명의 늙은이(대법관)가 나라를 망치는구나”라고 한탄했을 정도다. 1905년부터 이른바 ‘로크너 시대’로 불리는 40년 간 친기업적 판결이 쏟아졌다. 반면 1960년대 전후 얼 워런 대법원장 시절엔 진보적 판결이 잇따랐고 그 이후엔 다시 보수 성향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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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2000년 연방대법원에서 대통령을 사실상 결정한 ‘부시 대 고어’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공화당이 인선한 대법관이 5명인데 판결도 5대4로 조지 W 부시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들이 심판이 아닌 ‘선수’가 되고 있으며 법원이 정치적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민 사이에서 법원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저자는 대법관 성분의 치우침도 지적했다.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숨지기 전인 올 초 9명 중 6명이 가톨릭, 3명이 유대교 신자란 점에서다. 개신교 국가인 미국에서 대법관 전원이 종교적 소수자로만 구성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저자는 법원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란 걸 강조한다. 다수의 투표에 의해 선동가가 대통령으로 뽑히고 그가 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이란 이유로 대거 추방에 나설 때 제지할 수 있는 곳이 법원이란 거다. 선거 결과로부터 독립적으로, 법률에 의한 판단을 통해 대통령을 막아낼 곳이란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된 건 지난 9월 중순이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염두에 둔 듯한 이 같은 경고는 인상적이다.

사실 법원의 당파성 문제는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보수 성향 일변도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보수적 결정을 내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여 년 역사의 미 대법원의 얘기는 우리에게도 시의적절하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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