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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문이 뜬 날 탈북자들이 강화도 바닷가로 몰려간 까닭은



지난 16일은 21세기 들어 최대 크기의 '수퍼문'이 뜬 날이다. 달의 인력이 강해지면서 서해와 남해에는 만조 때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했다. 제주 해수면은 339cm까지 올라가 파도가 방파제를 넘고 해안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이날 오후 1시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10여명이 인천시 강화도 바닷가에 나타났다. 이들이 몰고온 승합차 뒷문을 열었다. 1.5리터 짜리 페트병 수백개가 실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페트병에는 쌀이 절반 정도씩 들어 있었다. 탈북자들은 조류가 밀려오자 바다 속으로 페트병을 일제히 던지기 시작했다. 페트병은 부력 덕분에 수면 위로 떠오르더니 파도에 밀려 북한 황해도 쪽으로 몰려갔다.

"배곯는 북한 아이들이 물가에서 발견해 몇끼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탈북자 출신 약학박사이자 서울에서 개업중인 약사인 이혜경(51·여) 사단법인 새삶대표(대한약사회 국제위원)는 기도하듯 속삭였다. 옆에 있던 김용화 탈북난민구출운동본부 대표, 박영학 큰샘 대표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은 간절한 마음으로 저멀리 북한 땅을 회한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날 준비한 쌀은 약 500kg. 이혜경 대표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페트병 하나로도 몇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쌀 보내기는 어떤 권력도, 군부도, 정부도 막을 수 없다. 순수하고 인도적인 서민형 대북 지원이다"고 강조했다. 조류를 이용한 쌀 보내기 아이디어는 '고난의 행군' 기간이었던 1997-98년 두만강 홍수 때 중국 쪽에서 함경도 쪽으로 물에 떠내려온 페트병 속에 있던 쌀로 밥을 해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쌀 보내기에 뜻을 같이 한 일부 종교 단체 회원들이 쌀을 십시일반으로 보탰다고 한다. 페트병은 탈북자들이 아파트를 돌면서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부탁해 모았고 깨끗이 씻었다고 한다.

달의 인력을 이용해 북한 주민에게 쌀 한톨이라도 더 보내려는 이들의 간절한 기원을 도도한 파도가 들어줄까. 이혜경 대표는 "쌀을 담은 페트병이 파도에 두둥실 떠가는 모습이 참 경이로웠어요. 저 파도가 북한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을 선물하는 친구인 셈이죠."

대한약사회 국제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이 대표는 "다음달에는 간단한 의약품도 페트병에 넣어 보내겠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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