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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헬조선 그린 『한국이 싫어서』를 영화로? : 장건재 감독 인터뷰

지난해 출간된 소설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지음, 민음사)는 호주로 이주한 20대 여성이 자신이 왜 한국을 떠나야 했는지를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작품이다. 거침없는 수다로 한국 사회의 폐부를 들춰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를 연출한 장건재(39) 감독은, 이 소설을 영화화하는 프로젝트 ‘한국이 싫어서’를 들고 지난달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영화 마켓 ‘아시아필름마켓 2016’을 찾았다. 아시아 영화 제작자와 파트너 회사를 이어 주는 아시아프로젝트마켓(Asian Project Market, 이하 APM)에 선정된 이 작품은, APM에서 3만 달러 이상의 편집 혹은 시각 효과 서비스를 지원받는 ‘모네프상’을 수상했다. BIFF와 APM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9일, 부산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장 감독을 만나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청사진을 그려 봤다.

학벌도 외모도 평범한 20대 여성 ‘계나’가 문득 호주 이민을 결심한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외국에 대한 환상 때문도 아니다. ‘매일 지하철 2호선 아현역에서 신도림역을 거쳐 역삼역까지 울면서 출퇴근하는’ 한국에서는 도저히 행복해질 자신이 없어서다. 허구와 르포의 경계를 오가는 『한국이 싫어서』는, 장 감독의 마음을 흔들어 놨다. APM 현장에서 만난 장 감독의 표정에는 이 소설의 영화화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묻어났다.
 
전작 ‘한여름의 판타지아’에 이어 두 번째로 APM에 선정됐다.
“귀한 기회를 두 번이나 준 BIFF에 감사하다. 판권 구입 비용과 해외 로케이션 등 전작에 비해 제작 규모가 큰 작품이기에 투자가 절실했다.”
원작 소설의 영화화를 언제 결심했나.
“지난해 10월, 제10회 파리한국영화제 참석차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원작을 읽었다. 당분간 영화 연출을 쉴 생각이었는데, 책을 다 읽자마자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호주로 떠나는 계나의 심정을 묘사한 소설 첫 장면에 감정 이입한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한국을 뜨고 싶다’고 생각해 봤을 테니까(웃음).”
원작을 집필한 장강명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나.
“올해 초 장 작가님께 e-메일을 통해 원작을 읽고 느낀 감동과 ‘꼭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원작을 출판한 민음사와 판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깊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했다.”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2015)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2015)

계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한국이 싫어서』는 톡톡 튀는 어조로 생각의 흐름을 자유롭게 따라간다.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기억을 자연스레 넘나들기에, 어떤 형식으로 영화화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장 감독은 “형식은 부차적 요소일 뿐, 원작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옮겨 오는 것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주인공 계나 역에는 어떤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친구 같은, ‘계나’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가진 배우였으면 좋겠다. ‘우리들 각자의 계나’랄까(웃음).”
해외 촬영은 호주에서 진행할 계획인가.
 “지금으로선 그렇지만, 다른 나라로 변경될 수도 있다. 원작에서 계나의 호주 이민기를 현실적이면서 흥미롭게 엮어 냈지만, 이 작품의 주제를 말하기 위해 반드시 ‘호주’라는 특정 국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요즘 대세인 북유럽은 어떨까(웃음). ”
장건재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장건재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이 싫어서’는 청소년의 사랑과 고민을 리얼하게 그린 ‘회오리바람’(2010), 결혼 2년 차 신혼부부 이야기를 다룬 ‘잠 못 드는 밤’(2013) 등 장 감독의 전작과 결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부부 갈등, 10대 시절의 방황, 창작자의 고뇌 등 본인의 경험을 풍경화처럼 묘사하는 점에선 궤를 같이한다. ‘병적인 경쟁 구도와 타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묻는 소설의 주제는, 장 감독이 지난 몇 년간 끈질기게 이어 온 고민과 다르지 않다. 장 감독의 제작사 모쿠슈라와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공동 제작하는 ‘한국이 싫어서’는 현재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고, 2018년 공개가 목표다.
 
완성 전까지 고민해야 할 부분은.
 “‘88만원 세대’의 고충을 다룬 이야기는 많았지만, 기존 영화들은 이 문제를 상업적 방식으로 휘발시킨 면이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이야기를 현실에 발 딛은 이야기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 중이다. 원작이 ‘청춘들이 이 땅의 ‘루저’로 남길 거부하고 살길을 찾아 나선다’는 독창적 설정을 지녔듯, 이 영화만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틈’을 계속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 싫어서 좋은 곳으로 떠나자’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아닌,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묻는 영화다.”
지난해 개봉한 ‘한여름의 판타지아’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독립영화로서 적지 않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것은 그 의미가 무척 소중하다. 흥행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감독이 되고 싶다.”
주로 어떤 이야기에 매료되나.
“큰 이야기보다 작은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편이다. 내밀하고 미시적인 관점의 이야기가 좋다. 아마 내가 ‘세상’이라는 ‘시스템’ 자체보다, 그 속을 채우는 ‘사람’에 더욱 관심 두는 편이라 그렇지 않을까. 어떤 이야기든, 일단 내 마음을 건드려야 한다.”
부산=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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