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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안철수·문재인, 서로 연락 한 번도 않고 기자회견 경쟁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고문(왼쪽)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따뜻한 미래를 위한 정치 기획’ 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공식적으로 초청받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찾아와 손 전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8월 강진에서 만난 이후 석 달 만이다. [뉴시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고문(왼쪽)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따뜻한 미래를 위한 정치 기획’ 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공식적으로 초청받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찾아와 손 전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8월 강진에서 만난 이후 석 달 만이다. [뉴시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6일 오전 9시50분 검은 넥타이를 매고 국회 정론관에 등장했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다시 요구한 뒤 “박 대통령은 절대로 임기를 채워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상식과 정의가 있는 공적 리더십을 복원하는 데 정치 인생을 걸 것”이라며 “여야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만나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박 대통령 퇴진운동” 다음날
안 “내년 상반기 새 리더십” 주장
서로 “좋은 방안” 화답했지만
그간 다른 해법 내놓으며 자기 정치

안 전 대표는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져야 한다”며 조기 대선을 언급했다. 그는 “문 전 대표나 친박 의원들도 만날 거냐”는 질문에 “저는 만나자고 하면 여야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하고 합의점들을 찾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석한 행사장을 찾아가 각각 회동을 제의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도 “안 전 대표가 정치지도자회의를 제안했는데 그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실제 회동을 할지, 하더라도 생산적 대화가 오갈지는 미지수다. 안 전 대표가 지난 8일부터 ‘정치지도자 회의’를 제안하고 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연락을 주고받은 건 없다고 한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헝클어져 있는 동안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기 다른 정국 해법을 제시하며 자기 정치를 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 이날 안 전 대표 기자회견도 문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 경쟁하듯이 진행됐다. 야권 관계자가 “말만 그렇지 서로 만나려 하겠느냐”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장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선 불협화음이 났다. 야당끼리 주도권 싸움에 골몰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원로인 함세웅 신부는 전날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3당 대표들에게 오찬을 제의했다. 하지만 설왕설래만 하다 결국 무산됐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 야3당 대표 간 계획된 오찬은 추 대표의 불참으로 취소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 대표 대신 홍영표 의원을 참석시키려 하자 격이 안 맞아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오찬 을 취소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어제(15일) 연락이 와서 추미애 대표가 함 신부에게 직접 회동이 어렵다고 말씀드렸다”며 오찬 일정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후 야3당 대표 회담을 놓고 삐걱거렸다. 국민의당은 “16일 오후 3시에 회동을 하자”고 민주당에 회동 일자를 제의했지만 민주당은 “17일 본회의 후에 만나자”며 직접 회동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기자들과 있던 박 위원장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추 대표가 너무하다”며 “민주당에서 지난번에 회동을 주재했으면 이번엔 국민의당 차례여서 어제부터 연락을 했는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날 국민의당은 추 대표 측에 회동을 제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야3당은 17일 오후 3시 대표 회동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뒤끝이 남은 상태다.

야3당이 엇박자를 낸 건 12일 광화문광장의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을 보고 나서다. 추 대표는 촛불 민심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며 영수회담을 제의했다가 호된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당·정의당과 사전 논의도 거치지 않아 야권 분열의 씨앗도 심었다. 박 위원장은 이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추 대표와 가까운 김민석 특보단장에게 ‘추미애의 최순실’이란 독설을 날리며 설화를 키웠다. 지금처럼 야권이 최순실 사태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느라 주도권 다툼만 한다면 촛불의 분노는 다음번엔 야당을 향할 수도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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