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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해 성추행 신고 못하는 피해자들 없어야”

‘수화 포스터’ 만든 한정일 경위
지난 9일 서울 소재 31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및 민원실 벽면에 ‘경찰 수어(手語) 길라잡이’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붙었다.

범죄·수사 용어 37개 수화로 보여줘
특수학교 교사인 아내가 제작 도와

포스터에는 성폭행·강간·고소·살인 등 범죄·수사 용어 37가지를 수화로 표현한 사진이 들어 있다. 경찰관들은 이 포스터를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신고를 받을 때 활용할 수 있다.
한정일 경위가 서울 강동경찰서 성내지구대 벽에 수어(手語)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사진 강동경찰서]

한정일 경위가 서울 강동경찰서 성내지구대 벽에 수어(手語)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사진 강동경찰서]

포스터를 만든 사람은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소속 한정일(42) 경위다. 그는 지난 2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 6년간 근무하며 여성·아동 및 청소년 관련 범죄를 수사했다.

그가 수화 포스터를 만든 것은 성추행 피해자와의 의사소통 문제를 겪은 경험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집주인 할아버지한테 성추행을 당한 열두 살 어린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경찰서에 왔는데 모녀가 둘 다 장애가 있어 말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성범죄 수사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가해자의 체액 등 증거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한 경위는 “그 열두 살 어린이가 다음날 수화 통역사와 함께 경찰서에 다시 왔는데 범행 흔적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가해자인 집주인 할아버지도 범행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결국 제대로 수사할 수 없었고 할아버지를 처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 뒤 수어 포스터를 만들기로 결심한 한 경위는 지난 7월 강동수화통역센터에 갔다. 그는 강도·강간 등 성 관련 범죄 용어 외에도 명예훼손·분실물 등 농아인들이 의사 전달에 필요한 용어 37가지를 익혔다.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한 경위 부인도 도왔다. 3개월 만에 완성된 이 포스터는 경찰 내부 인터넷망에도 올라 있다.

부산·인천·전라도 등 각 지역의 농아인연합회를 통해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범죄 용어를 익히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한 경위는 “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은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예단해서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포스터가 피해자와 경찰관의 사이를 좀 더 좁히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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