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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은 시민 키우는 청소년 의회

시민교육 단체 ‘꿈지락’ 박석준 대표
청소년 시민교육단체 ‘꿈지락 네트워크’ 박석준 대표. 꿈지락은 ‘꿈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란 뜻. [사진 조문규 기자]

청소년 시민교육단체 ‘꿈지락 네트워크’ 박석준 대표. 꿈지락은 ‘꿈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란 뜻. [사진 조문규 기자]

지난 4월 16일, 세월호 2주기이기도 했던 그 날 서울 금천구청 광장에선 특별한 선거가 진행됐다. 금천구 내 중·고등학생 1만여 명의 대표를 뽑는 ‘제1대 금천구 청소년 의회’ 의원 선거다. 학생들과 함께 선거를 기획한 ‘꿈지락 네트워크’의 박석준(29) 대표도 긴장된 마음으로 투표소를 지켰다. “비도 오고 날씨가 궂어 300명 정도 오면 성공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5시간 동안 800여 명의 학생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정당 명부 식으로 치러진 이 선거에서 청소년들의 교육감 선거권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건 ‘할수있당’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고, 청소년 아르바이트 권리 보장을 내세운 ‘똑같이 위풍당당’이 뒤를 이었다. 총 4개 정당에서 비례대표로 뽑힌 20명의 청소년 의원들이 현재 1년 임기로 활동 중이다.

책으로 배운 민주주의 몸으로 터득
학생들이 공무원 만나 정책 제안도

‘꿈지락 네트워크’는 금천구를 중심으로 청소년 시민교육과 주말 학교 등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다. 2012년 대학생이던 박 대표가 친구들과 함께 ‘우리가 받고 싶었던 교육을 실제로 실현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작은 모임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영화 보고 토론하기, 시장에서 물건 팔기 같은 이런저런 활동을 기획해 제가 자란 금천구의 고등학교들을 찾아갔어요. 원하는 아이들을 모아 주말마다 함께 놀이 같은 공부를 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죠.”

활동이 알려지면서 금천구 여러 학교로부터 자율 수업, 멘토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2013년부터는 교육청, 금천구 6개 중학교와 협력해 진로 탐색·사회 교육 등을 하는 ‘꿈지락 학교’를 시작했다. 주말 학교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 의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국인들에게 ‘시민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성이라는 게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삶을 기획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리를 찾고 의무를 행사하는 경험을 통해 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구내 중·고등학교에서 자치회를 이끄는 1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해 선거 방식부터 의회 구성, 활동 내용까지 직접 토론하며 결정했다. 박 대표는 “아이들이 잘해낼까 걱정도 했지만, 다들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심하게 의견을 조율했다”며 “교과에서에만 배우던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직접 몸으로 배운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신경을 쓴 건 아이들에게 사회 참여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부릅니다. 청소년 의원들이 금천구의 교육 부문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 그간의 사업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요즘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 경남 양산시 등 지자체에서 몰려드는 청소년 시민교육 관련 자문 요청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7일에는 금천구 독산동의 청소년 독서실을 ‘청년빌딩’으로 새 단장해 오픈하는 행사도 열었다. 박 대표는 ‘청년빌딩’을 미래 세대들이 모여 놀고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치 실험’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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