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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엔 시공간 초월하는 인간 감정 담겨”

한국 온 성악가 이안 보스트리지
책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펴낸 성악가 이안 보스트리지. 역사학 박사인 그는 자신의 애창곡인 ‘겨울 나그네’의 노랫말 하나 하나를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책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펴낸 성악가 이안 보스트리지. 역사학 박사인 그는 자신의 애창곡인 ‘겨울 나그네’의 노랫말 하나 하나를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국 성악가 이안 보스트리지(52)의 책이 출간됐다. 520쪽 두터운 분량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바다출판사)다. ‘보리수’ 등으로 유명한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 24곡을 당시의 역사와 사회·예술 관점에서 집요하게 파고든 해석서다. 미성의 테너로, ‘독일 가곡의 거장’으로 꼽히는 보스트리지는 1993년 데뷔 이후 30여 년 동안 ‘겨울 나그네’ 공연 무대에만 100차례 넘게 섰다. 영국 잡지 그라모폰이 “슈베르트 노래의 핵심에 도달했다”고 평가한 ‘슈베르트 전문가’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석사,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을 강의하다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뒤늦게 성악가로 데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30년간 슈베르트 공연만 100차례
슈베르트 연가곡 한곡 한곡 해부
역사·사회 관점서 쓴 책 큰 호응

지난 8, 9일 천안과 대구에서 ‘겨울 나그네’ 공연을 하기 위해 방한한 보스트리지를 만났다. 그는 한국 무대에 자주 오른다. 스스로 “2004년 첫 방한 이후 열 번째 한국 공연까지는 횟수를 기억했는데, 이젠 세지 않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유럽의 클래식 공연 관객 대부분은 연금 받는 노년층인데 반해, 한국엔 젊은 관객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책의 부제가 ‘집념의 해부(Anatomy of obsession)’다. ‘겨울 나그네’를 ‘해부’라는 표현을 쓸 만큼 낱낱이 파헤친 이유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져줬으면…’하는 바람에서 책을 썼다. 음악을 이해하는 데 배경 지식따윈 필요없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겨울 나그네’의 미적 가치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역사·문화 등 작품 주변 이야기의 재미에 끌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랄 뿐이다.”

책은 2014년 영국에서 출간돼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12개국에서 번역됐다. 그의 의도대로 “책을 들고 ‘겨울 나그네’ 공연장을 찾는 관객도 꽤 많다”고 한다. 
왜 ‘겨울 나그네’인가.
“슈베르트가 1820년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겨울 나그네’ 하우스 콘서트를 처음 했을 때로 돌아가 역사와 작품의 접점을 밝혀보고 싶었다. ‘겨울 나그네’는 셰익스피어의 시나 고흐·피카소의 그림처럼 ‘인류의 공통 경험’이 된 예술 작품이다. ‘겨울 나그네’가 담고 있는 방황하는 나그네 심정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간 감정의 공통 분모다. 슬픔을 거쳐 카타르시스로 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한 예술의 기능 중 하나다.”
‘겨울 나그네’의 노랫말은 슈베르트와 동시대를 살았던 시인 빌헬름 뮐러의 작품에서 따왔다. 보스트리지는 2년간 사료 검증을 거치며 단어 하나 하나를 꼼꼼히 분석해 슈베르트 시대를 복원해냈다. 첫 곡 ‘밤 인사’의 첫 단어 ‘이방인(Fremd)’를 두고 “민족주의 봉기가 일어나고 자유가 억압됐던 당시 빈에 살았던 슈베르트와 뮐러야말로 ‘자신의 땅에 사는 외국인’, 즉 ‘이방인’이었다”라고 짚는 식이다. 또 열 번째 곡 ‘휴식’에 나오는 ‘숯꾼’에는 “잃어버린 삶의 양식과 급변하는 경제를 환기시키는 존재. 정치적으로는 독립과 자유를 추구한 이탈리아의 비밀 단체 ‘카르보나리’를 상징한다”는 설명을 붙였다.

그가 분석해낸 슈베르트는 “(돈이나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주장하려고 고군분투한 음악가”다. 그는 또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음악가들이 과거 명장들의 연주나 발성을 그대로 반복하는 게 아니라 동시대와 교감하며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 2010년 모스크바 공연에서 ‘겨울 나그네’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를 ‘밥 딜런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란 느낌으로 불러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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