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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로봇수술 많이 하는 전립샘암, 부작용 적지만 비용은 10배

정병하의 건강 비타민
박모(65·서울 송파구)씨는 지난 8월 동네 비뇨기과 의원에서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받았다. 수치가 6.37ng/ml였다. 3ng/ml를 넘으면 전립샘암일 가능성이 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해 보니 암이 의심됐다. 조직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박씨가 완강히 거부했다. “친척이 전립샘 조직검사를 받다가 숨졌다”며 겁을 냈다. 한 달 지나자 PSA 수치가 7.65ng/ml로 올랐다. 설득 끝에 조직검사를 했고 전립샘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다른 데로 전이되지는 않았다.

인체 가장 깊숙, 신경·혈관 많아
개복 땐 요실금 등 부작용도
복강경은 시야 확보 쉽지 않아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립샘을 완전히 떼어내는 수술(근치적 절제술)을 해야 하는데 ▶배를 열고 절제하는 개복(開腹) 수술 ▶내시경 수술(복강경) ▶로봇 수술 중 어떤 기법을 선택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박씨는 개복 수술을 한 지인이 요실금으로 오래 고생했다는 얘기를 했다. 성기능에 장애가 생기지 않을지도 걱정했다. 박씨는 수술 동영상을 보고야 로봇 수술로 결정했다.
식생활의 서구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전립샘암 환자가 늘고 있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수술 기법 중 무엇을 선택할지도 고민거리다. 2013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립샘암은 위·대장·폐·간에 이어 남성 암 발생률 5위다. 세계적으로 남성 암 발생률 2위, 사망률 6위다.
전립샘암 진단을 받아도 다 수술하지는 않는다. 방사선·항암·남성호르몬 등 비(非)수술적 치료가 있다. 다만 ▶환자의 기대 수명이 10년 이상이면서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고 ▶건강할 경우 우선적으로 수술을 권한다. 전립샘은 인체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장기 중 하나다. 주변이 골반뼈로 둘러싸여 있어 수술공간이 좁고 시야 확보가 어렵다.
전립샘 주위에 신경과 혈관 다발이 붙어 있다. 이것은 남성의 음경·항문 등에 연관된 것으로 발기, 소변·대변 조절 등에 관여한다. 절제 과정에서 방광 아랫부분과 소변을 조절하는 주된 방광 괄약근 일부가 불가피하게 손상돼 요실금이 잘 생긴다. 회음부 절개 때 대변실금 위험도 있다. 과거에 경험 많은 의사가 개복 수술(치골이나 회음부 절개)로 전립샘을 떼어내는 게 크게 어렵진 않았으나 요실금·발기부전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게 쉽지 않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게 복강경 수술이다. 1992년 도입됐다. 환자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긴 막대 형태의 수술기구와 카메라를 집어넣어 수술한다. 이 수술법은 의사가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카메라 영상이 2차원이라 거리감이 떨어진다. 수술기구의 관절 움직임이 제한적이라 각도가 나오지 않는 곳을 수술하려면 의사의 움직임이 커지고 어깨·팔에 무리가 간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로봇 수술이다. 의사는 수술대 옆 조종석에 앉아 10배 가까이 확대된 영상을 보면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을 가진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한다. 일종의 발전된 복강경 수술이다. 사람 대신 로봇이 스스로 수술하는 게 아니다. 로봇 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가 전립샘암이다.
의사가 콘솔(조종장치)을 작동하면 로봇 팔이 움직여 수술을 진행한다.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가 콘솔(조종장치)을 작동하면 로봇 팔이 움직여 수술을 진행한다.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세 가지 수술법 중 어떤 게 가장 나을까. 국내외 수백 편의 논문을 분석해 보면 수술 효과(암 제거) 면에서는 개복·복강경·로봇 수술이 비슷하다. 연구 논문에 따라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다만 재발률에서 로봇 수술이 다른 수술법에 비해 강점이 분명히 있다.

부작용은 연구 논문에 따라 다르다. 이탈리아 산라파엘대 연구팀 논문(2015년)에 따르면 전립샘암 수술 뒤 발기력을 회복하는 데 로봇은 평균 180일 걸린 반면 개복 수술은 440일 걸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로봇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분석’(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은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성기능 회복에 의미 있게 강점을 보였다. 또한 수술 12개월 뒤 소변 자제율(1일 동안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거나 예비용으로 한 개만 사용)에서 로봇이 개복 수술보다 우수했다. 로봇과 복강경은 별 차이가 없었다.

반면 별 차이 없다는 연구도 있다. 2015년 미국 메이오클리닉과 하버드대 매사추세츠병원 연구팀이 전립샘암 수술 환자 1686명(개복 441명, 복강경 156명, 로봇 1089명)을 분석했더니 부작용이 비슷했다. 가령 소변을 흘리는 비율이 개복 8.5%, 복강경 9%, 로봇 8.8%였다. 성기능에 탈이 난 비율도 비슷했다.

의사의 ‘수술 효율성’ 면에선 로봇 수술이 우수하다.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은 집도 의사에게는 중노동에 가깝다. 시야와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로봇 수술을 할 때는 실물을 약 10배 확대한 3차원 입체 영상이 화면에 뜬다. 호두만 한 전립샘이 멜론만큼 크게 보인다. 또 손(개복 수술)이나 복강경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까지 쉽게 들어간다. 전립샘을 떼어낸 뒤 방광과 요도를 연결해 꿰매야 한다. 개복이나 복강경 때는 최대 6바늘을 꿰맸다. 로봇 수술에서는 10바늘을 꿰맨다. 수술이 정교해진다는 뜻이다. 봉합 부위에서 소변이 샐 가능성이 감소하면서 요실금 확률도 줄어든다.

로봇이나 복강경 수술은 입원기간이 3~4일 정도로 짧다. 수술 다음 날 걸을 수 있다. 퇴원이 빠르고 회복이 빨라 삶의 질이 좋아지고 일찍 일터에 복귀할 수 있다. 개복 수술은 일주일가량 입원하고 회복이 더디다. 통증도 상대적으로 심하다.

하지만 로봇 수술에서는 집도의가 ‘손 감각’을 못 느낀다. 복강경 수술에 쓰이는 장비 및 기구들이 발전해 사람 손의 동작과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손의 감각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로봇 수술에 숙달되기 전까지는 배 속에 들어간 로봇 팔이 수술 부위를 움켜쥐는 강도를 조절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 도중에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카메라가 막혀 시야를 확보할 수 없어 개복 수술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단점은 비용이다. 개복 수술은 약 300만원(환자 부담 100만원), 복강경은 550만~600만원(환자 부담 250만~300만원, 재료비 포함) 든다. 이에 비해 로봇 수술은 1000만원 정도 든다. 건강보험이 안 돼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이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할 만큼 수술의 효과나 부작용 발생에서 큰 차이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전립샘암 로봇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이 수술은 67%를 로봇으로 한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수술비용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로봇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한국 정부는 건보 적용에 부정적이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로봇 수술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우수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방침”이라며 “의료계(관련 학회)에서도 건보 적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적의 전립샘암 수술법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세 가지 기법의 장단점, 비용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골라야 한다. 다만 과거에는 암 치료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은 치료 뒤 삶의 질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로봇 수술은 전립샘암에는 분명한 비교 우위가 있다. 필자가 수술을 받는다면 로봇 수술을 선택할 것이다. 미국·일본·유럽에선 로봇 수술 비율이 높다. 정부의 정책도 시대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정병하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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