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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류정치 한국서 일류기업 나올 수 있을까

임미진 산업부 기자

임미진
산업부 기자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폰을 많이 팔고, 미국 고급 가전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첨단 해외 기업을 척척 사들이는 회사, 그게 바로 삼성전자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회사, 중국의 전자 업계가 넘어서려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일류가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에 얽혀들어가는 모양새를 보라. 정치 실세에 돈을 댄 혐의로 총수가 검찰에 불려가고, 몇 차례나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기업을 일류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의미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에 아직 제대로 된 일류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대기업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안다. “우리는 주고 싶어 줬나. CJ를 봐라. 정권에 밉보여 밑바닥까지 탈탈 털렸다. 정부가 지금도 기업의 최고 경영진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우리도 보험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

반박할 말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에 했다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경제는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다.” 사류 정치의 깡패 짓에 이류 경제가 발목을 잡힌 거다. “안 건드릴게 조금만 내놔 봐”하고 쑤시는 통에 ‘삥’을 뜯긴 셈이다.

뉴욕타임즈는 청와대가 CJ 이미경 부회장 사임을 종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독재 정권이 떠오른다”고 표현했다. 그 시절 이후로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는데 정치는 그대로인 셈이다. 그때의 기업과 지금의 기업은 다르다. 그땐 정부에 돈을 대면 그래도 얻는 게 있었다. 이권을 얻어 내수 시장에서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은 다르다. 내수만으로는 대기업이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다. 세계 시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격변하고 있다. “졸면 죽는다”는 말 그대로다. 정부가 밀어줄래야 밀어줄 수가 없다.

“구글보다 안정적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다”(NYT) “애플이 샀어야 할 회사를 삼성이 샀다”(CNBC) 삼성전자가 14일 차량용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인수한 걸 두고 외신이 내놓은 평가다. 미래 IT 시장을 선점하려 삼성전자는 무서운 속도로 해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지금의 위상을 잃는다는 걸 삼성전자는 안다. 기업은 이렇게 일류로 올라서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밀어줄 수 없으면 발목이라도 잡지 말아야 정치가 삼류라도 될 수 있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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