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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추미애 제 생각뿐…나라 걱정하는 정치가 없다

정치 리더십의 총체적 위기다.

대통령, 여당 대표, 야당 대표가 한꺼번에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고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국정에 손을 놓고 있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당내에서 ‘유령대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11시간30분 만에 시국 수습을 위한 영수회담 제안을 아무렇지 않게 번복하면서 정치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5일 서울중앙지검 앞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박범계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5일 서울중앙지검 앞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박범계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추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대통령과의 긴급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 뜻과 다르게 국민과 당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하다”며 “두 야당에도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야권 내부에선 “자기 정치를 해 보려다 망신을 당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당 대표가 되자마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해 파문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번 사태처럼) 자다가 일어나 봉창 두드리는 모양 아니었느냐”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대표가 신뢰에 큰 타격을 받았다. 상처 입은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심정우 광주 광산 당협위원장(왼쪽) 등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15일 이정현 대표에게 대표직 즉각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심정우 광주 광산 당협위원장(왼쪽) 등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15일 이정현 대표에게 대표직 즉각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현 대표가 처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6층 대표실. 정국 해법을 찾겠다며 이 대표가 3선 의원들을 불러 모았으나 당 소속 3선 의원 24명 중 대표실을 찾은 건 안상수 의원 단 한 명이었다. 결국 이 대표는 3선 의원들과의 면담을 취소하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국회 대표실 앞에서는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 원외위원장 5명이 사흘째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주류는 ‘딴살림(비상시국위원회)’을 차려 놓고 있고, 야당도 ‘이 대표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사실상 최순실 사태 이후 여야가 머리를 맞댈 여의도 협상 채널은 중단된 상태다. 야당이 이 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3당 대표 회담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협상 통로가 원내수석부대표들이란 말도 나온다. 실제로 여야가 합의한 것은 전날 3당 원내수석부대표(김도읍·박완주·김관영)가 합의한 ‘최순실 특검법’이 고작이다.

10여 명에 이르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기 장사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촛불집회에 얹혀 가고 있고, 여권은 당권 경쟁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포용과 도전’ 세미나에 참석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리더는 많은데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각 정파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중구난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통화에서 “이 위기에서 나라를 생각하면서 정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하류 국가가 되는 일이 어디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수석은 “아무도 난국을 수습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비판했다.

이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울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시민들이 광장에서 분출하는 분노와 요구만으로는 작금의 문제가 해결되거나 풀릴 수 없다”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부를 운영할 위치에 있는 정당과 정치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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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의장도 “국회나 정당은 국민의 요구를 수렴해 방향을 제시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 다음으로 국회나 정당이 버림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권은 단결해도 시원찮은 상황에 엇박자를 내놓고 있어 국민이 ‘국회에 맡겨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초국가적·초의회적인 차원에서 협의체를 빨리 꾸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유미·유성운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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