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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내비게이션] 영양사 키우는 곳? 생명과학·경영학 함께 배우는 융·복합 학문

식품영양학과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대학과 학과를 소개하는 ‘학과 내비게이션’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이 늘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여전히 대학 간판이나 점수에 맞춰 학과를 고릅니다. ‘열려라 공부’에서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학과에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어떤 진로가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4회는 식품영양학과입니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의 ‘실험조리 및 식품개발’ 수업 모습. 학생들이 양파·당근·간장 같은 식재료를 가열하거나 식초 물에 넣어보면서 조리환경에 따라 재료의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있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의 ‘실험조리 및 식품개발’ 수업 모습. 학생들이 양파·당근·간장 같은 식재료를 가열하거나 식초 물에 넣어보면서 조리환경에 따라 재료의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있다.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다. 이중에서도 음식은 사람의 생존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은 생명 유지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영양소의 공급원을 넘어 문화의 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식품영양학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흔히 ‘영양사’를 양성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음식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만큼 진출 분야도 다양하다. 식품영양학과의 교육과정,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알아봤다.

식품학·영양학·급식경영학으로 세분화
자연·인문 구분 없이 지원 가능한 곳 많아
영양사 실습, 국제교류, 대학원 진학 활발


국내 식품산업, 10년 새 70% 성장
식품영양학과의 특성은 식품공학과·외식조리학과 등 인근 학문과 비교할 때 한층 이해하기 쉽다. 세 학과 모두 식품을 기본으로 하지만, 음식을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식품공학과는 식품의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과 제조 장비를 연구한다. 외식조리학과는 음식 조리과정과 함께 메뉴 개발과 외식사업 경영의 실무에 초점 맞춘다.
반면 식품영양학과는 음식이 함유한 영양소와 섭취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 식품과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 배운다. 최근 육류의 대체식품으로 떠오른 ‘식용곤충’을 예로 들면 식품공학 분야에선 식용곤충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조 방법을 찾고 곤충을 이용한 새로운 원료를 개발한다. 또 외식조리학에선 곤충을 이용한 조리법을 연구한다. 반면 식품영양학에서는 식용곤충이 일반 육류보다 고단백 저지방으로 구성돼 있고, 아미노산·무기염류·비타민 같은 영양소가 풍부해 사람이 섭취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연구한다. 이승민 연세대 식품영양학과장은 “보통 식품공학은 음식 조리 전 단계, 외식조리학은 음식 섭취 전 단계와 관련이 깊다. 반면 식품영양학은 음식을 먹은 후 몸 속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산업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발간한 ‘2015년도 식품산업 주요지표’에 따르면 식품제조업과 외식업을 합한 식품산업의 규모는 약 157조원(2013년 기준)이다. 10년 전(2004년)과 비교해 70.7%(약 65조원) 증가한 수치다.

세계시장도 마찬가지다. 2014년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5조3000억달러(약 6200조원) 규모였다. 자동차산업 시장(1조7000억 달러)과 정보기술산업(IT) 시장(2조900억 달러)을 합한 것보다 크다. 엄애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장은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유기농식품, 건강기능성식품과 같은 새로운 식품군이 등장한 것처럼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한 식품 대체재 개발이 활발한 상황에서 식품영양학 전공자들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출 분야도 한층 전문화·세분화 될 전망이다. 이승민 연세대 학과장은 “개인 게놈을 분석해 맞춤의료를 실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설계해주는 맞춤영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췌장암 수술 환자의 암세포 증식을 예방하는 식단을 구성하거나, 항암치료로 미각이 마비돼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환자를 위한 메뉴 개발이 여기에 속한다. 이 학과장은 “다이어트 하는 사람을 위한 식이요법도 맞춤영양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일반인의 유전자와 건강 상태를 분석해 식단을 제공하는 맞춤영양 분야가 전문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생명과학·경영학 결합된 융·복합 학문
식품영양학은 문·이과가 융합된 학문이다. 교육과정엔 자연과학 과목과 경영학 과목이 섞여 있다. 식품영양학은 크게 식품학·영양학·급식경영학으로 나뉘는데, 식품학·영양학은 각각 화학·생명과학, 급식경영학은 경영학이 기본이 된다.

신입생을 선발할 때도 자연·인문계열 구분 없이 뽑는 대학이 많다. 자연계열 과목이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인문계열이었던 학생은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화여대 4학년 황태은씨는 “1~2학년 때는 고등학교 때 생명과학Ⅱ·화학Ⅱ를 배운 이과 출신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이런 격차는 거의 사라진다”고 말했다. 박윤정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장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열심히 하면 누구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 별로 교육과정, 과목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같다. 상당수 대학이 영양사 국가고시를 치를 때 필요한 이수학점과 유사인정과목 기준에 따라 교과목과 내용을 구성한다. 박윤정 이화여대 학과장은 “영양사 자격증 시험을 보려면 생리학·생화학·공중보건학 등 총 18과목 52학점을 취득해야 하는데, 전공수업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응시 자격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학 분야에서는 식품화학·식품미생물학·식품위생학 같은 과목을 배운다. 이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과목은 식품화학으로, 식품의 구성 성분에 관한 화학 구조와 반응, 조리·가공·저장할 때 식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배우면서 식품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익힌다. 영양학 분야에서는 인체영양학·임상영양학·식사요법·생애주기영양학 같은 과목을 다룬다. 인체영양학에서는 비타민·무기질·섬유소의 구조와 대사과정·기능을 이해하고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과잉섭취 했을 때 문제점을 습득한다. 정지수(연세대 식품영양학 3)씨는 “이런 수업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알게 된다.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부분이 많다”고 했다.

급식경영학은 경영·마케팅을 기본으로 한다. 식품이 유통되는 외식·급식 산업 전반을 다루고, 국민 건강증진과 질병예방과 관련해 보건의학의 기초도 중요하게 다룬다. 함선옥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반적이 경영학과는 제조업에 기반해 품질관리·마케팅·재무회계 지식을 배운다면 급식경영학에서는 ‘단체급식관리 및 실습’ ‘급식·외식산업 현장 실무’ 같은 수업을 통해 식단구성·물품구매·원가계산·배식과 같은 급식 분야에 특화된 이론·실무 지식을 습득한다”고 소개했다.

현장 실습 통해 적성 찾고, 진로 계발
식품학·영양학·급식경영학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학생들은 다양한 영역의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 게 가능하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4학년 박선영씨는 1학년 때 영양학 위주의 수업을 들을 때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3학년 때 생화학·식품화학·분자생물학 과목을 들으면서 식품공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현재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실습수업도 진로 개척의 좋은 기회다. 식품영양학과는 대개 이론과 실습수업의 비율이 3대1 수준이다. ‘영양사 현장 실습’은 영양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과목이다. 3~4학년 여름·겨울 방학을 이용해 2주 정도 병원·보건소에서 임상영양사의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한다.

배수지(연세대 식품영양학 4)씨는 지난해 겨울방학 때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2주 동안 실습을 했다. 영양상담은 물론, 환자의 질병에 따른 식단구성 방법 등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배씨는 “실습을 하면서 영양관리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임상영양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진로 계발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화여대는 국제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게 돕는다. 매년 ‘EA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태국 대학과 교류하는데, 식품영양학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고다현(이화여대 식품영양학 2)씨는 1학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태국과 일본에 각각 일주일 머물면서 그 나라의 식생활을 경험했다. 고씨는 “음식이라는 게 단순히 삶을 연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졸업하면 글로벌 식품기업에 입사해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연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양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영양교육 및 상담실습’을 수강한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 10일 ‘뉴트리션 데이(영양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김영주(이화여대 3)씨는 20·30대 여성에게 골다공증 예방에 필요한 영양소를 알렸다. 김씨는 “영양교사가 돼 학생들에게 영양교육을 하고 싶었는데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진로에 대한 확신도 들었다”고 밝혔다.

대학원 진학의 기회도 넓은 편이다. 연세대의 경우 학·석사연계과정을 통해 대학원의 문턱을 낮췄다. 학부 4학년 2학기에 석사 과정 첫 학기를 시작할 수 있다. 학점이 3.3점(4.3점 만점) 이상이면 지원 가능한데, 합격하면 대학원 3학기까지 장학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승민 연세대 학과장은 “학과 특성상 학부 때는 관심 분야를 찾고, 대학원에서 전문 분야 연구를 이어가는 학생들도 많다”고 전했다.
졸업 후 진로
석·박사 과정 거친 후 연구소로 많이 진출
병원 임상영양·식품 마케팅도 전망 밝아
식품영양학과는 식품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공부한다. 식생활에 직결된 식품·외식·급식 기업 뿐 아니라 국민건강과 공중보건을 연구하는 각종 공공기관과 민간 연구소까지 진출 분야가 넓다. 응용 분야가 많고 산업 범위가 넓다보니 학부에서 기초지식을 쌓은 뒤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 지식을 쌓는 학생들도 많다. 2010~2015학년도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보면 122명 중 61%(74명)가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거친 뒤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분야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연구소다. 이승민 연세대 식품영양학과장은 “연구원은 지원 자격 자체를 석사 이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최소 석사 과정은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세대에서 학부,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김지희(27)씨는 “식품섭취조사나 식생활 조사 등 영양조사는 보건정책의 기초적인 토대가 된다. 때문에 한국식품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같은 각종 보건 관련 연구기관에서 식품영양학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부 때 보건학·통계학을 복수전공하면 대학원 학업 뿐 아니라 연구원으로 취업할 때도 도움된다”고 충고했다.

기업 연구소도 진출 폭이 넓은 편이다. 최근에는 식품·외식기업 뿐 아니라 제약·화장품 업계에서도 식품영양학과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박윤정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장은 “바이오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천연소재를 활용한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영양학의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원 졸업생 사이에서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임상영양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임상영양사는 당뇨·신부전 등 질병의 특성과 환자 상태에 맞춰 맞춤형 식이요법을 상담하고 식단을 짜는 ‘치료 식사’의 전문가다. 임상영양사가 되려면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는데, 응시자격 자체가 석사 이상으로 제한된다.

시험에 응시하려면 석사 졸업 후 최소 1년 이상의 실무경력도 필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임상영양사 인턴을 하고 있는 장정윤(29)씨는 “학부 입학 때부터 임상영양사를 목표하는 학생들이 많다. 질병 치료에서 식이요법이 중요해지면서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만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하는 경우에는 식품·외식·급식 관련 기업의 경영·마케팅·영업 직종에 주로 진출한다.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취업 폭을 넓히는 학생이 많다.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에서 근무 중인 오아름(23)씨가 그런 경우다. 오씨는 “식품과 영양에 대한 기초 지식이 냉장고·전자렌지·오븐 등 조리 관련 전자제품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경영학적 지식까지 갖추면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반 영양사, 영양교사, 식품·외식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길도 있다. 최근 IT 기술과 결합한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도 식품영양학과 출신의 취업 전망을 밝게한다. 박 학과장은 “IT 기술을 활용한 각종 건강검진기술이 발달하고 맞춤형 의료가 중요해지면서 관련 산업 전반에서 영양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식품영양학과 졸업생의 진출 폭도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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