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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영 칼럼] 탄핵 반대론이 외려 선동이다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1월 12일 100만 촛불 시위를 전후해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진로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10월 25일 최순실의 태블릿 PC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린 직후부터 제시돼 왔다. 가장 먼저 거론된 시나리오는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가 언급한 거국중립내각에서 시작돼 2선 후퇴→완전한 2선 후퇴라는 수습책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거국중립내각과 2선 후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에 청와대·여당·야당의 핑퐁게임이 돼버려 현 정국의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

대통령의 하야, 질서 있는 퇴진은 비현실적
정파이해 따른 돌출행위로 국정공백 더 커져
탄핵이 대통령을 퇴진시킬 유일한 제도장치
'탄핵=선동'으로 매도하며 반대할 이유 없어


혼란의 핵심은 총리의 권한 문제다. 헌법 제66조 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배제한 ‘내각의 자립화’는 대통령제에서 난해한 문제다. 물론 헌법은 정치적 합의나 타협의 산물이고, 현행 87년 헌법도 권위주의 정치세력과 당시 야당이 타협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는 헌법 제71조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핑퐁게임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나머지 시나리오는 후퇴가 아니라 퇴진이다. 하야는 대통령의 자의적 퇴진이고, 탄핵은 타의적 퇴진이다. 질서 있는 퇴진이란 말하자면 ‘자의반 타의반 퇴진’이다. ‘자의반 타의반’의 원조는 어제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하야 하라고 해도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고 한 JP다. JP의 자의반 타의반 외유는 재기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이란 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자의반 타의반 퇴진’과 다름 없다. 만약 박 대통령이 상황에 압박되어 퇴진 일정을 발표하더라도 이러저런 이유로 나중에 번복해 버리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야 시위와 탄핵은 옵션의 문제가 아니고,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하야 시위는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할 경우 국민이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참여권의 발로다. 국가권력, 대통령에 의해 자행된 불법적 통치행위에 대한 저항권의 표출이다. 비록 헌법에는 저항권이 명시화돼 있지 않지만, 국민의 저항권은 헌법원리상 본질필연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통치의 정당화를 위해 국민보다 더 높은 심급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주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탄핵은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독립성을 전제로 각각 다른 권부의 권력 남용·오용을 감독하는 통제수단이다. 현재 상황에선 입법부의 대통령에 대한 통제수단이다.
하야와 탄핵의 차원이 다른 이유는, 국민의 퇴진 시위가 현재 대통령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퇴진의 모든 걸림돌에 대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야 시위는 현재진행형이고, 탄핵 주장은 정치권에서 지난주에 비해 이번 주에 현저하게 높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탄핵에 대한 반대 주장도 고조되고 있다. 반대 주장의 논리에서 일반적인 논점은 국민의 고통, 국정의 공백이나 불안정, 불가능성 등이다. 그러나 국민의 고통은 하야, 질서 있는 퇴진, 탄핵 절차 등 모든 경우에서 피할 수 없는 부담이다. 어떤 시나리오가 더 빠르고 효력 있게 실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하야는 다가오는 엄동설한에 매주 촛불 시위가 진행되더라도 기약할 수 없다. 질서 있는 퇴진이란 것도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돌출행위에서 나타나듯 어떤 정당·정파·개인의 야심으로 파행할지 알 수 없다. 국정의 공백과 불안정에 대한 우려는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회고하면 기우에 불과하다.

탄핵을 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는 문제가 거론되지만, 이는 지난 주 박 대통령이 제안한 총리의 국회 추천을 야당이 거부한 결과일 뿐이다.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탄핵 발의가 가능할지, 또한 입법부에서 발의되어도 사법부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구심도 제기된다. 심지어 헌법재판관의 성향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정세가 바뀌어 국회에서 탄핵발의가 가능하다는 추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중차대한 시국에서 더 이상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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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각에선 탄핵을 선동이라고 매도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탄핵 자체를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정치적 선동이란 개인 또는 집단의 정치적 관점에 영향을 끼쳐 특정 단체가 원하는 일이나 행동에 나서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친박계나 공중파 및 종편에 나오는 범여권 인사가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탄핵 과정에서 입법부나 사법부에서 거부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불과하다. 비박계를 위시해서 세 야당과 일반국민이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탄핵이 박 대통령을 퇴진시킬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야당과 국민 중에서 아직 탄핵을 지지하는 편은 소수일지 모르나, 정세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탄핵 자체를 선동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주장은 역으로 그 자체가 문자 그대로 선동이다. '탄핵은 선동'이라는 주장이 관철되고, 탄핵 절차가 입법부 및 사법부의 저항으로 좌절된다면, 국민은 민란이 아니라 시민혁명의 길로 갈 것이다.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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