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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간 장관 28명 ‘모셨던’ 국방부의 살아 있는 역사 김학구씨 은퇴

사진 박성훈 기자

사진 박성훈 기자

서울 국방부 청사.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맨 먼저 장관실 불을 켜고 책상을 닦는 직원이 있다. 올해 76살의 김학구씨. 그는 1969년 국방부에 들어와 47년째 장관 집무실을 관리하고 있다. 그 사이 27명의 장관이 바꼈다. 17대 임충식 장관부터 모시기 시작했다. 지금 44대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가 모시는 28번째 장관이다.

김씨는 16일 47년 간 정든 국방부를 떠나 은퇴한다. 그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많은 장관을 모셨다. 퇴직한다니 마음은 어떤가
“착잡하다. 아직 건강은 괜찮고 29살에 와서 지금까지 76살까지 47년을 국방부와 집만 왔다갔다 했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마음에 벅차다.”
어떤 마음으로 일했나
“젊어서는 참 어렵게 살았다. 애들 둘 낳을 때까지 사글세 방에서. 40대 후반부터 형편 조금 피고 오십 넘어 집 하나 장만하고 애들 키워 시집보내고 장가보내고 했다. 내가 하는 일만 열심히 하다보니 여태 등산 한 번 못 가봤다”
어떤 일을 하셨나
“매일 새벽 먼저 나와서 (장관실에) 먼지가 있나 발자국은 안 나나 바닥을 진공청소기로 꼭 밀어야 한다. (장관이) 춥거나 더워서 감기 들까봐 걱정되니까 항상 온도를 잘 맞춰야 되고 그렇다. 가습기 2대 매일 물도 갈아주고 매일 같이 청소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하루가고 하루가고...”

김학구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주말도 없었다. 국방부는 쉼없이 돌아간다. 김씨가 처음 국방부에 들어온 건 냉난방 보일러 기술자 모집을 통해서였다.
 
어떻게 국방부에 들어오게 됐나
“1969년에 서울 양평동에 있는 냉난방 기계제작소에 근무하다가 국방부에서 냉동, 난방 보일러 기술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기술자로 들어왔다. 정규직원이 아니고 임시 직원으로 들어왔는데 73년도에 장관실에 계시는 분이 정년퇴직하면서 국방부 총무과 소속으로 장관집무실, 접견실, 군사보좌관실 일대를 관리하게 됐다.”
정년퇴임 하실 때가 지나셨는데
“78년 2월 1일부터 정식 군무원 6급으로 돼서 쭉 6급으로 있다가 99년 6월 30일부로 정년 퇴직했다. 국방부에서 건강하고 하신데 더 일하실 수 있겠나고 해서 1년씩 계약직으로 17년을 더 일했다. 국방부가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도 제일 오래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 76세까지 있는 사람 있겠나.”

김씨는 장관을 모셨지만 특별히 대화를 나눈 기억은 많지 않았다. 보이지 않게 뒤에서 업무 보좌를 한 셈이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역대 장관들은 부임할 때 대부분 김씨를 알고 있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관은
“맡은 일이 정리정돈, 청소, 냉난방 온도 맞추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주일에도 집에 안 있고 여기 와서 살다시피 했다. 장관있으면 못하니까. 안 계실 때 하고. 장관은 먼 발치서 바라만 보고 특별히 대화나누고 그런 건 없었다.”
오다가다 마주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령,준장,사단장 되고 하면 장관님 꼭 뵙고 가니까 ‘아이고, 아직도 계십니까’ 인사하는 안면이 많았다. 돌고 돌다보니까 그 분들이 다시 장관이 되고 다시 마주치고 인사하고. 그러면 같이 있자고 하시고”
현 장관 오셨을 때 알아보셨나
“한 장관님은 중령 때 정책실에 근무했을 때부터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 때도 장관 뵈러 오시면 ‘건강 어떠시냐’고 묻고 합참의장으로 계실 때나 수도방위사령관 하실 때도 ‘김선생 아직 있나’ 보고 가고 그랬어. 반갑다고.”

김씨는 국방부에서 근무한 동안 불편한 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여기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국방부만 바라보고 오늘날까지 살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16일 오전 9시 김씨의 은퇴식을 연다. 한 장관이 직접 주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은 김씨의 부인도 참석한다. 김씨는 “지금까지 국방부를 내 집처럼 다녔지만 한번도 아내와 같이 와 본 적이 없다. 올해 72살인 아내에게 국방부에서 꼭 같이 오라고 한다고 했더니 떨린다고 하더라. 그래도 내일은 꼭 같이 데려올 거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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