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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한미군은 미국도 이익, 트럼프 때도 동맹 굳건할 것”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본 한·미관계
1999년 방북 뒤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했던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를 희생하면서 핵을 개발한 북한에 ‘핵을 포기해야 협상할 수 있다’고 해봤자 실패할 게 뻔하다”며 “이젠 북한의 핵무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상문 기자]

1999년 방북 뒤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했던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를 희생하면서 핵을 개발한 북한에 ‘핵을 포기해야 협상할 수 있다’고 해봤자 실패할 게 뻔하다”며 “이젠 북한의 핵무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상문 기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것은 이제 팩트다. 국제사회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그렇다.” 윌리엄 페리(89) 전 미 국방부 장관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한 건 팩트
공중 투하든 미사일이든 언제든 가능
북한의 목표는 김씨 왕조 보전
대북 협상 하려면 조건 달지 말아야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비행기에 실어 공중에서 투하하든, 미사일에 실어 발사하든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도 말했다. 전직 미 국방장관으로서 북한 핵 문제를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발언이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제기했던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즉흥적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취임 후 대외정책이 후보 시절과는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연세대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동아시아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통일부가 14~15일 주최하는 한반도국제포럼에도 참석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 핵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인데.
“6자회담을 진행하는 사이 달라진 건 북한 핵무기 보유 수가 0에서 10으로 늘었다는 것뿐이다. 6자회담이 실패한 이유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17년 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북한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직시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외교관의 가장 큰 자산은 입이 아니라 귀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들어야 한다.”
현재 북한의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김씨 왕조를 지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사회에서 존중과 인정을 받는 것이고, 세 번째는 경제 상황 개선이다. 하지만 북한은 앞의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경제를 희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경제제재로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다루지 않고 북한이 가장 경시하는 세 번째 목표에만 집중했다. 그러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17년 전, 나는 협상장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도 위의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안(페리 프로세스)을 제시했고, 북한도 그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협상 결과를 무시했다. 6자회담을 했지만 결국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 북한은 지금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고 느낄 것이다. 경제를 포기하면서까지 핵 개발을 한 북한에 이제 와 ‘핵을 포기해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해 봤자 실패할 게 뻔하다.”
 
그럼 향후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려면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99년엔 북한의 핵 개발을 실제로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과거 얘기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협상마저 포기해선 안 된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과 북한 정권 스스로에게도 위협이 된다. 이젠 현실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핵 무력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득을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새 정부나 한국의 현 정부가 이런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북한 핵 위협 수준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북한의 목표는 자멸이 아니라 김씨 왕조를 보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은 존재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 다른 방식의 도발을 감행해 한·미가 군사적 응징을 하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사적 위기는 점점 고조될 것이고 결국 핵무기를 사용하는 단계에 이를 수도 있다. 핵무기 사용을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지만 군사적 갈등의 고조로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당선이 북한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는지.
“그렇지 않다.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중대한 문제였고, 트럼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어젠다에서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북한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할 가능성은.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주목을 확실하게 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좋은 전략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부터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했는데.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것은 실행 가능한(viable) 선택지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데, 한국 대통령은 그런 옵션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에서도 기업가다운 면모를 보이며 한국에 방위비를 더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등 우려도 나오는데.
“트럼프 정부에서도 한·미 동맹은 굳건할 것이다. 한·미 동맹으로 양국이 얻는 혜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이익이다. 트럼프는 미국에 유리하게 방위비 분담 협상을 하려 할 것이다. 나도 국방장관 시절 방위금 분담 협상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한·미 간 협상은 합리적이고 호혜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한국에선 자체 핵무장 또는 미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의 핵무장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큰 실수(great error)가 될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면 중국과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의 핵무장은 아시아 핵무장 경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리고 미국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미 한국엔 3만 명에 가까운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핵 억제력을 제공받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득보다 실이 많다.”
 
트럼프 당선이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은.
“후보 때 트럼프의 발언을 주의 깊게 들었다. 하지만 향후 그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일례로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은 신중하게 생각한 뒤 나온 말이 아니다. 즉석에서 튀어나온(off hand) 것이다. 트럼프가 누구를 참모로 임명하는지, 그리고 그 참모들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봐야 정책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페리는 누구
99년 방북 후 ‘핵개발 포기 땐 체제 보장’ 제안
윌리엄 페리(89) 전 국방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1994~97년 국방장관을 맡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수학박사 출신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를 98년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했다. 북한이 사거리 2500㎞가량인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면서 북·미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이다. 페리는 99년 평양을 전격 방문해 조명록(1928~2010) 당시 국방위 제1부위원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한 뒤 이듬해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았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를 보장해 준다는 게 골자다. 페리는 2013년 핵 위협 완화를 위해 비영리단체인 ‘윌리엄 J 페리 프로젝트’를 설립했다. 지난해엔 『핵벼랑을 걷다』를 출간했다. 현재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로 있다.


만난 사람=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정리=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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