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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리포트] 체육특기생 입학 특혜? 우린 정유라가 아니다

특기생이 말하는 오해와 진실
우리는 체육특기생입니다.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선수생활을 해왔습니다. 전국대회나 국제대회에서 상도 꽤 탔고요.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도 체육특기생 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비록 몸이 고돼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버틸 수 있는 건 각자 품고 있는 인생의 목표가 있어서입니다. 자부심도 있었고요. 그런데 요즘 속상하는 일이 있어요. 무슨 일이냐고요?

대부분 초등학교 때 선수생활 시작
피땀 흘려 성적 쌓아야 대학 입학
시합·훈련 때만 강의 빠질 수 있어

“너희도 똑같은 거 아냐?”

최근 우리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네, 짐작하셨겠지만 그 유명한 정유라(20)라는 친구 때문입니다. 이 친구가 체육특기생으로 이화여대 15학번이 됐고 수업에 거의 나가지 않았는데도 너끈히 학점을 따냈다지요. 문제가 불거진 뒤 이화여대는 “체육특기생 학사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실했다”고 인정했고요. 교육부는 이화여대 감사가 끝나는 대로 다른 대학들의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실태도 들여다보겠답니다. ‘아, 체육특기생들은 원래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학교에 다니는구나.’ 친구들의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그 오해를 좀 풀어보려고 해요. 주변의 시선이 조금은 두려워 실명은 못 밝히지만, 대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 볼게요(※본지는 체육특기생 5명의 인터뷰를 각각 진행한 뒤 이들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한 선수 생활
요트 특기생 오씨가 요트를 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오씨가 오래전부터 착용했던 요트 장갑.

요트 특기생 오씨가 요트를 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오씨가 오래전부터 착용했던 요트 장갑.

쇼트트랙 S(26·이하 S)=“제가 스케이트화를 처음 신게 된 건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어요. 타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꽤 잘 타기도 했고요. 그때 권유를 받았죠. ‘자네, 선수 할 생각 없나?’”

검도 이(28·이하 이)=“저도 누가 검도를 공짜로 가르쳐준다고 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체육특기생 대부분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합니다. 다들 그렇지 않나요?”

요트 오(19·이하 오)=“네.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요트협회에서 주관하는 여름캠프에서 요트를 처음 탔어요. 이후 재밌어서 주말마다 타러 갔고요. 고등학교도 일부러 요트부가 있는 체육고에 진학했습니다.”

S=“이처럼 어릴 때부터 선수 생활을 하며 쌓아온 성적이나 경험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게 체육특기생이에요. 면접도 보긴 했는데 사실 당락을 결정짓는 건 80~90%가 실기 성적이거든요.”

이=“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6년간 공부한 시간만큼 우리도 치열하게 운동했어요. 절대 대학에 쉽게 들어간 건 아니에요.”
 
◆특기생은 만날 수업 빠져도 된다고?
이씨가 대련하는 모습. 오른쪽은 그가 썼던 호완.

이씨가 대련하는 모습. 오른쪽은 그가 썼던 호완.

축구 김(26·이하 김)=“대학생활도 진짜 만만치 않아요. 운동 시간을 배려받긴 하지만 무한정 출석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증빙서류를 꼭 제출해야 하잖아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시험 보고, 과제도 내요. 수업에 빠지면 그만큼 대회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죠. 물론 다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지만요.”

설상 A(25·이하 A)=“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매순간 할 정도로 힘들어요. 하루 평균 연습량이 7~8시간 정도 되는데 운동하고 나면 너무 피곤해 깨 있는 것 자체가 곤욕이에요. 제 주위 체육특기생 친구들 중에는 학업이나 운동 중 하나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얘기 같아요. 저도 검도는 2학년까지만 열심히 했고, 나머지는 보통 친구들처럼 공부했어요. 검도 같은 비인기 종목은 출석 인정이 잘 안 돼요. 시합은 시합대로 가고 학사관리는 학사관리대로 해야 하니까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를 포기한 거죠. 지금은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S=“전 일부러 학교에 주 3~4회 나가도록 시간표를 짰어요. 그날은 새벽 5시부터 훈련하고, 끝나자마자 아침은 김밥으로 대충 먹고, 학교 가서 수업 듣고, 수업 끝나자마자 훈련하러 가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얼음판 위에서 몰래 운 적도 많아요. 시험기간에는 친구들한테 맛있는 거 사주면서 필기 노트 빌려 밤새 옮겨 적어가며 공부했죠. 그렇게 해야 겨우 C+ 학점 하나 챙겨요.”

A=“어려워하는 거 아니까 학교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해요. 수강신청 방법부터 과제 하나하나까지 신경써 주고 조언해 줘요. 그런 건 우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뉴스에 한창 나온 모 승마특기생이 제출한 과제 있잖아요? 그런 수준의 과제는 일부러 그렇게 쓰려고 해도 힘들 거예요.”
 
◆우리 이야기가 아닌 ‘정유라 이야기’
김=“요즘 그 승마특기생 친구 때문에 체육특기생들에 대한 오해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자꾸 ‘억울하다’는 쪽으로 얘기가 흐르네요. 물론 소위 ‘특혜’라 불릴 만한 것들, 안 받진 않아요. 하지만 그분처럼 우리가 ‘날로 먹지도’ 않거든요.”

A=“이번 사건으로 ‘특기생들은 운동은 적당히 하고 편하게 학교 다닌다’는 편견이 일반화된 것 같아 속상해요. 저도 행동이나 말 한마디 할 때 신경을 더 쓰게 됐어요. 다들 열심히 학교 다니다 못해 겨우겨우 버틴다고 표현할 정도로 힘든데…. 솔직히 힘 빠져요.”

오=“물론 공부 안 하고 노는 체육특기생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학업과 운동을 열심히 병행하는 친구들의 노력까지 의심받는 건 속상해요.”

이=“특기생 여부를 떠나 사람의 문제입니다.”

김=“특기생들이 학교에서 황제 대접을 받는다고요? 황제 대접은 그 사람 혼자 받았죠. 대부분은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대회 뛰고, 방학 때도 연습해 만들어 낸 결과예요. 그 친구는 본인이 페이스북에 쓴 글처럼 ‘부모’ 잘 만나서 비싸고 좋은 말 타고, 그것도 모자라 아무도 출전 안 한 대회에 혼자 나가 우승까지 했어요. 같은 체육특기생이 봐도 참….”

S=“그 친구를 볼 때마다 저도 이 시대를 사는 청년으로서 허무하고 화가 나요.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것을 후회하진 않아요. 전 지난 2월에 졸업했어요. 대학 생활은 힘들었지만 스스로 노력한 만큼 얻어가는 게 많을 거라 확신해요.”

오=“저도 억울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려고요.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더 떳떳하게 운동하고 공부하자’며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A=“다들 운동이 좋아서 체육특기생이 됐지만, 그와 동시에 학생이잖아요. 학교의 일원이면 일원답게 행동해야죠. 여기에도 연말에 대회 앞둔 친구들이 많을 텐데 다들 힘내서 좋은 성적 내자고요!”
 
인터뷰에 참여한 체육특기생 출신 20대 청춘들
쇼트트랙 S(26)=체육특기생으로 E대 입학, 지난 2월 졸업, 초등학교 때부터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 중.

축구 김(26)=체육특기생으로 Y대 입학, 유럽에서 선수생활하다 부상 입어 현재는 재활치료 받는 중.

검도 이(28)=체육특기생으로 H대 입학, 2012년 졸업, 검도선수 생활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 중.

요트 오(19)=체육특기생으로 C대 입학, 1인승 크기의 요트인 레이저 종목 선수, 국가대표 선수 되는 게 목표.

설상 A(25)=체육특기생으로 A대(학교 이니셜과 무관) 입학, 현역 선수로 활동 중, 정확한 종목명은 비공개 요청

박민제·홍상지·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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