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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현직 대통령 수사

중앙일보<2016년 11월 7일 34면>
검찰, 왜 정당성 잃은 대통령 눈치를 보는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밝혔지만 과연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간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 보기에 바빴던 검찰이 이번엔 얼마나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말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보면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지난 9월 29일 최씨 사건 고발이 접수되자 해당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했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이 재단 자금 유용 등에 대한 엄벌 의지를 밝힌 뒤 검사 2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같은 달 25일 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엔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수사팀을 몇 번씩이나 확대한 것이다. 대통령의 언급이 나올 때마다 마지못해 한발씩 나아갔다. 결과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진술을 짜맞출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셈이다.

특히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제3자 뇌물 혐의가 아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이 빠져나갈 수 있는 퇴로를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최씨 입국 즉시 신병 확보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최씨가 31시간 동안 은행 창구에서 거액을 인출하고 변호인 등과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할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CJ그룹을 상대로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 등을 압박한 녹취록까지 나왔는데 검찰은 조사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대통령과 직결된 중대한 범죄 혐의인 만큼 조 전 수석을 즉각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손을 놓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의혹과 직접 관련된 인사들을 최대한 빨리 구속시키는 데만 주력하는 인상이다. 국기를 뒤흔든 국정 농단 사건을 단순한 측근 비리 정도로 축소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씨가 검찰에서 먹은 곰탕은 외부로 보내는 신호”라거나 “최씨가 대역(代役)으로 바꿔치기 됐다”는 음모론이 퍼진 것은 시민들의 검찰 불신이 위험 수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 “검찰도 특검 수사의 대상”이란 지적이 얼마나 무섭고 심각한지 검찰 조직은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만약 검찰이 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뒤따라가는 행태를 지금처럼 반복한다면 결국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겨레 <2016년 11월 5일 27면>
제한 없는 ‘대통령 대면 조사’로 의혹 낱낱이 추궁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검찰과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곧 이뤄지게 됐다. 헌정사의 유례없는 참극인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규명하려면 의혹의 중심인 박 대통령 수사는 지극히 당연하다. 이제는 한 점 남김 없이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니 최소한의 예우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늉뿐인 조사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 판시대로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것에 그칠 뿐 일반 국민과 다른 그 이상의 특권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도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것이 옳다. 현실적인 사정 때문에 소환 조사가 어렵다면 최소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조사하는 방문 조사는 이뤄져야 한다. 서면 조사는 대리 답변을 막지 못하고 사실 규명에 한계가 많다. 사건을 마무리하는 핑계로나 쓰였던 서면 조사에 그쳤다가는 되레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방문 조사를 하더라도 제한은 일절 없어야 한다. 제기된 의혹은 물론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나는 의문점까지 빠짐없이 규명할 수 있도록 조사 시간과 횟수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 필요하면 대질 조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수사를 받겠다고 나선 마당이니 제대로 하지 못한 청와대 압수수색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에서 박 대통령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다. 대통령의 지시 없이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는 물론 군사·외교·경제 기밀이 담긴 온갖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씨에게 유출될 순 없었을 것이다. 공무상 기밀누설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분명하다. 최씨가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인사·정책·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관리들이 도왔다면 이 역시 대통령 지시나 비호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이 강제로 돈을 모으는 과정, 최씨 회사 지원으로 귀결된 재단의 사업 추진 과정에도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여가 있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뇌물, 직권남용, 횡령 등의 공범이나 교사범이 될 수 있다. ‘몰랐다’거나 ‘선의’ 따위 변명으로는 덮을 수 없는 범죄다.

검찰은 더는 수사 가이드라인이 뭔지 두리번거리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또 머뭇대다간 검찰은 물론 국가에 대한 신뢰마저 영영 잃게 된다.
 
논리 vs 논리
뒷북 수사 비판 피하기 힘들어…한 점 남김 없이 의혹 밝혀내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2차 사과를 하며 검찰과 특검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2차 사과를 하며 검찰과 특검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12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경정)은 최순실씨 측근의 국정 개입 의혹을 공개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박 전 경정은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최순실씨가 1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최씨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비서실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하곤 했다. 박 대통령 자신도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해 “사회 혼란을 가중하는 근거 없는 폭로성 발언”이라 잘라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박 대통령이 범죄 혐의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800억원에 가까운 미르재단·케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 대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최씨와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모금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최씨 또한 안 수석과 모르는 사이라고 말한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과의 공범 관계일 때만 민간인에게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간에 박 대통령이 개입돼 있지 않다면 민간인인 최씨를 처벌할 수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박 대통령 또한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 한겨레는 “이번 사태에서 박 대통령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라고 적시하며 “한 점 남김 없이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앙 또한 검찰이 “국기를 뒤흔든 국정 농단 사건을 단순한 측근 비리 정도로 축소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수사를 못하는 것과 하지 않으려는 것은 다르다. 중앙은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보면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특히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제3자 뇌물 혐의가 아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사실에 대한 중앙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직권남용은 최대 형량이 5년에 불과하다.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선고가 가능한 뇌물죄에 견주면 턱없이 가볍다. “그간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 보기에 바빴던 검찰이 이번엔 얼마나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중앙의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한겨레는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것에 그칠 뿐 일반 국민과 다른 그 이상의 특권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대통령은 내란 및 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는 한 형사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을 밝힐 의무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대통령에게는 공무상 기밀누설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뇌물, 직권남용, 횡령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모두는 “‘몰랐다’거나 ‘선의’ 따위 변명으로는 덮을 수 없는 범죄”다.

지난 10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에 대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최씨에게)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 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스스로 연설문 등의 자료가 최씨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개입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중앙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경영 일선 퇴진 압력 의혹도 짚어준다. 공개된 녹취록 내용 그대로라면 대통령은 강요죄나 직권남용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의혹과 직접 관련된 인사들을 최대한 빨리 구속시키는 데만 주력”하며, 국기를 뒤흔든 사건을 정권 말기에 불거지곤 하는 측근들의 비리로 몰고 가는 듯 보인다. 한겨레가 “방문 조사를 하더라도 제한은 일절 없어야 하고” “조사 시간과 횟수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며” “필요하면 대질 조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에 납득이 가는 이유다. 진실보다 더 좋은 위기 해법은 없다.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두 사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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